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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훈의 인문학적 시 읽기]장대평의 '나이 든 나무'
심상훈 작가·인문고전경영연구가 | 승인 2020.06.01 11:45
심상훈 작가·인문고전경영연구가

[여성소비자신문]나이 든 나무
 - 장대평-

나이 든 나무는
바람에 너무 많이 흔들려보아서
덜 흔들린다

-시 감상-

시가 짧다. 그럼에도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도록 만드는 데 시 힘은 여운이 세다. 결코 약하지가 않다. 장대평(1949~ )은 전 장관 출신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시집 '강물은 바람 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나비, 2001)을 펴냈다. 그랬다. 그는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하는 차라리 ‘시인’이었다.

“장대평 전 장관의 시집을 얻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중략) 쉽고 간결한 시들이 많아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이 시가 콕 제 맘에 와서 닿았습니다. (중략) 사는 건 마치 바람을 맞는 것과 같아요. 바람은 늘 나를 향해 불지만 곧 내 뒤로 사라지거든요. 사연도, 세월도, 아픔도 다 그렇게 사라져요. 곧 새로운 바람이 불어닥칠 텐데 바람을 붙잡을 시간이 어디 있나요.”

시의 열혈 애독자인 가수 인순이(1957~ )씨의 말이다. 말은 책《나를 흔든 시 한 줄》(중앙북스)에 보인다. 인순이는 나무를 의인화해서 스스로 시적 화자가 되어 보고 그 시를 받아들이고 자기 마음에다 망설이지 않고 꽂았던 것이다. 치유했던 것이다. 영양제 주사를 맞은 것처럼……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우리들의 인생이란 나무에도 거센 바람이 닥쳐오게 마련이다. 특히 사춘기 때와 결혼을 앞두고 바람은 태풍으로 돌변한다. 가정을 이루고서 삼년에서 십년 사이에는 배우자와의 갈등이 폭풍처럼 일어나기도 한다. 처음 하는 직장 생활도 만만치가 않다. 여북하면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말했겠는가.

나이 오십이 지나서 시간을 되돌아보니 죽을 것 같은 당시의 아픔이 이젠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그랬지, 하는 정도의 희미한 추억만이 그저 남았을 뿐이다. 실상은 바람에 너무 많이 흔들려보았기에 덜 흔들린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어디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바람 한 점이 없겠는가. 또 몇 십억의 부자로 잘 산다고 해서 그 가정이 365일 바람이 없겠는가. 돈만 많지 개판인 가정이 많은 것은 이웃에도 있고 뉴스를 통해 얼마든 우리는 보았지 않는가. 사람들 사는 모습이란 다 거기서 거기로 고만고만하고 엇비슷할 것이다.

아무튼 나무(사람)는 바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코로나19’라는 바람만 해도 그렇다. 이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는 안전지대라는 것이 있긴 한가. 그것은 학력불문, 재력불문, 권력불문이다. 내가 많이 배웠다고, 돈이 많다고, 높은 지위에 있다고 해서 바람 앞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다. 똑 같은 처지이다.

“부자는 본능을 통제하고 빈자는 본능대로 산다.” 글은 '부의 본능'(토트)에 보인다. 바람 앞에서, 소문 앞에서, 유혹 앞에서 자기를 통제하며 덜 흔들리는 사람이 부자로 사는 것이고, 이와 반대로 본능이 시키는 대로, 각종 루머와 뜬소문 앞에서, 악마의 유혹 앞에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본능대로 산다면 돈 있어도 그 인생은 가난하고 불쌍한 것이다.

모든 걸 통제하면서 사는 인간은 없다. 99.9% 그렇다면 우리는 성인聖人으로 받든다. 존경한다. 예수와 부처, 공자가 이에 속한다. 51~60%. 열에 다섯과 여섯 개는 통제하고 살았다면 그는 ‘어진 사람(仁人)’이다. 마음이 가난하지 않고 부자인 사람이다. 나이가 들수록 바람 앞에서 덜 흔들리게 되며 생활이 힘들지언정 잘 웃으면서 살 줄 안다. ‘그’를 우리는 ‘어른’이라 부른다.

노인은 많은데 어른은 적어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나’부터 반성해야 한다. ‘너’도 그렇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나이 든 나무 ‘우리’가 너무 많이 흔들렸기 때문에 일어난 재앙이 만든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상훈 작가·인문고전경영연구가  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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