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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부가가치 인간의 시대
한고은 기자 | 승인 2020.03.06 10:42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4차산업혁명의 도래 앞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점은 바로 인간이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이루어져 그 시대를 투과하는 우리들은 감지하지 못할 수 있다. 역사란 어느 한 순간 뒤바뀌는 것이 아니라 잠식하듯 천천히 모양새를 갖춰가기 때문이다.

최근 LG생활건강에는 ‘로봇 직원’ 8인이 정식으로 입사해 영업·회계·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말 그대로 김 대리의 옆 자리에 입사 동기 박모 대리 대신 ‘로봇’이 일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업무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이하 RPA) 시스템인 ‘알 파트장’을 도입하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로봇 알 파트장은 사람이 컴퓨터(PC)로 처리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학습해 PC에서 이뤄지는 정형화되고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를 수행한다. 사내에서 빈번하게 작업하는 엑셀 업무와 특정 전산시스템의 조회 및 다운로드, 입력은 물론이고 메일 송·수신이 가능해 최종 결과 자료를 담당 임직원에게 전송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알 파트장은 다양한 부서에서 총 8대가 활약하고 있다. 이들(알 파트장 1~8)은 정식 인사 등록까지 마쳐 사내 통신망에 ‘인명(동료)’으로 검색되고 알 파트장의 도움이 필요한 업무를 신청할 수 있는 게시판도 최근 개설됐다.

이처럼 RPA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디지털 혁신을 목포로 설정한 기업들이 저마다 도입 중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아닌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창의성 있는 업무를 하기 전 선제적으로 정리되고 집계되어야 할 데이터 관련한 업무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즉, 일차원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단축하면서 그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는 업무에 투자함으로써 인간은 고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하고 반복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과, 인간이 로봇과 차별화되는 보다 심층적이고 다채롭고 창의적인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고부가가치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해석은 모두 일리가 있다. 그리고 그 어떤 결론으로도 단언할 수는 없다. 인간 자체의 가치가 높아질 수도 있고 가치가 있는 인간만 살아남을 수도 있다. 혹자는 찬성과 반대로 나누고 싶어 하지만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오며 살아남는 이들이 써내려간 기록이 인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소비자들은 가치있는 유무형의 결과물에 손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행인 건 그 가치의 의미가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혼자보다 우리, 때로는 우리보다 혼자, 나를 위한 편리보다 우리를 위한 불편, 아름다움보다 편안함.

소비자들이 서로 간에 다양한 화두를 던지고 숨겨있던 가치를 재발견하는 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 역시 상대적 가치성을 가져 보다 다양해지고 ‘무쓸모’한 인간 없는 모두의 상생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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