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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폭력’ 실태조사부터 다시 해야2차 피해 예방 대책마련 시급
정효정 기자 | 승인 2013.03.29 11:01

   
 
여성들의 지위 향상과 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여성폭력이다.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무수한 폭력에 노출돼 있는 여성들이 당하는 폭력 실태 파악과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시급함에도 정부에서는 사후 대책마련에만 힘을 쏟고 있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고 있는 여성들의 실태는 여전히 심각한 실정이다.


   
▲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김정숙 회장
지난 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여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106개 여성단체와 함께 ‘여성폭력 없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라는 주제로 기념식과 대토론회를 열렸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모든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여성폭력 추방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여성폭력 근절을 다짐했다.

2차 피해 예방대책 마련 시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최금숙 원장은 “가정폭력은 피해자 개인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피해자가 폭력을 피해 자녀들과 함께 쉼터 등으로 피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반드시 가해자와의 격리가 필요하다. 많은 피해 여성들이 피해상담소를 통해 쉼터 등으로 몸을 피하지만 쉼터 수 부족문제, 남아 동반 시 입소할 수 있는 쉼터의 부재 등 아직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현재 쉼터의 경우 여성들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어 피해 여성의 자녀가 남자일 경우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때문에 여성계에서는 모자가 함께 피할 수 있는 쉼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가정폭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살해당하거나 가정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피해를 키우는 일도 발생한다.

이에 최금숙 원장은 “가정폭력사건에 대한 경찰의 적극적인 초기 개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불처분 감소를 위해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으며, 보호처분 부과에 따른 관리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긴급임시조치 및 현장조사제도와 가정폭력피해자보호명령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추가 제도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한 성폭력범죄를 경찰에 신고한 건수는 지난 2007년 1만5325건에서 2011년 2만1848건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구속비율은 2007년 18%에서 2011년 13%로 감소했다.

그러나 아동대상 성폭력범죄의 경우 발생한 사건 수 대비 가해자를 고소하는 비율은 3명 중 1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관계자는 “2004년부터 8년간 지원한 피해자 1802명 중 647명(36%)만이 가해자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피해발생 건수에 비해 신고율이 낮은 이유는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와 피해자 유발론 등 피해자를 괴롭히는 환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금숙 원장은 “지난해 친고죄 폐지로 경찰에서 다뤄지는 성폭력범죄 건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고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방지 노력과 합의를 형량을 줄이는데 반영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원장은 “성폭력과 가정폭력 문제는 여성에게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개선책과 함께 성폭력 및 가정폭력 등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 교육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폭력피해를 상담하고 있는 대부분의 상담소들은 이와 같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수사 과정에 참석해 피해자들의 심적 안정과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상담소를 찾지 않은 피해자들의 경우 2차 피해를 막기 힘든 실정이다.

정확한 실태파악이 선결과제

현재 여성폭력은 잘못된 인식과 관행으로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으며, 효과적인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마중물여성연대 김애실 공동대표는 “여성폭력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폭력에 대한 유엔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여성 인구 10만 명당 성폭력 발생 건수는 영국 79.5명, 독일 59.6명, 프랑스 37.2명, 한국 33.7명, 일본 6.4명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애실 공동대표는 “한국의 경우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은폐된 성폭력이 신고건수의 10배 내지 15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애실 공동대표는 “은폐된 성폭력, 가정폭력에 대한 대책으로는 성폭력 관련법과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성폭력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조사․연구 및 자료의 축적이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여성폭력 인식 개선 필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이상화 교수는 “집안․거리․직장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직까지 ‘일상’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여성을 폭력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묵인이 가부장제를 유지하는 사회질서로 아직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0년 이후 본격화된 반성폭력운동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확장시켰다. 그 동안 사적인 문제로 인식되던 성폭력과 가정폭력이 법과 제도에서 다뤄야 할 공적인 문제로 인식됐지만 아직까지 이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이는 폭력이라는 인식은 있지만 아직까지 ‘가정 내의 문제’라는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상화 교수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피해자가 생존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여성폭력과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재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경림 국회의원 역시 “여성폭력 근절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추진돼 왔지만 폭력피해 발생률은 줄지 않고 있다”며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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