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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과 정부의 무능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9.10.25 17:17

[여성소비자신문]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국가적 재난이 될 것이라며 가슴 조렸던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9월 17일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

처음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ASF 바이러스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와 발생했는지 원인도 감염경로도 묘연하다.

과연 그럴까? 올해 북한의 ASF 발생보도가 있은 후 전문가들은 물론 축산인들 모두가 정부를 향해 북한으로부터 ASF가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대북협력과 야생멧돼지 강력 통제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납득할 수 없는 미온적인 대북 ASF 방역조치와 무관심이 계속되는 사이에 결국 국가적 재난이 들이닥친 것이다. ASF는 제1종 가축 전염병으로 분류될 만큼 전파력이 높고 병원성이 강한데다 아직은 예방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서 치사율 100%이다.

감염된 돼지는 죽는다. 따라서 한번 유입된 ASF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감염 양돈장은 물론 주위의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ASF 감염국이 되면 방역 및 돼지의 살처분에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고 살처분된 돼지의 매몰처리에 따르는 환경오염 문제 또한 국가적 재난으로 간주된다.

이 바이러스의 근절이 용이하지 않아 스페인의 경우에도 30년 이상의 노력 끝에 감염국의 오명을 벗을 수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람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ASF의 처음 발생은 1920년대 아프리카였고 그 후 1960년대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유입되었으며 2007년에는 동유럽 소련연방으로 확산되었다. 지난해인 2018년 8월에는 세계 최대 돼지 생산국이며 전 세계 돈육을 50%나 소비하는 중국에 ASF가 들어왔다.

이어 올해 2019년 5월에는 북한에서 첫 발생이 보도되었다. 이처럼 전 세계가 재난으로 여기는 돼지 전염병이 코앞에 다가오자 우리나라에서도 축산인은 물론 범정부차원의 ASF 유입 차단 대책에 나섰다.

ASF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전파되는 매개체는 크게 5가지로 나눈다. 즉, 여행객, 돼지고기 함유식품, 멧돼지, 곤충 그리고 가축사료이다. 과거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의 전염경로는 아프리카를 다녀온 여행객들이 들고 온 돼지고기 제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에서도 감염국으로 부터의 돼지고기 및 돼지고기 함유 식품 수입을 금지하고 공항과 항만에서의 입국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수와 검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막상 가장 우려되었던 북한 ASF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책도 노력도 없었다. 북한과의 협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강력한 매개체인 야생멧돼지에 대한 처리 대책은 꺼내보지도 못했다.

“북한의 멧돼지는 절대 들어올 수 없다”는 정경두 국방부장관, “멧돼지가 양돈장 돼지와 접촉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환경부장관, “멧돼지는 환경부 소관”이라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눈치 보기에 축산인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남북통일이 눈앞에 보이는듯한 행보를 보이던 문재인 대통령도, 퍼주지 못해 안달 난 김연철 통일부장관도 눈앞에 닥치는 국가적 재난을 두고 반응 조차 보이지 않는 완전 무능력자들 같았다.
정부가 북한 접경지역 내 멧돼지 총기포획을 허용한 것은 우리나라 첫 번째 ASF 발생이 확인된 후 4주가 지나서였다. 국내 발병 후 7차례나 ‘범정부 ASF방역대책회의’를 거친 다음에서야 내린 결정이란다.

유럽의 경우 ASF 바이러스의 90% 이상이 야생에서 검출되었다는 보고서를 우리 정부는 무시했다.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를 4마리나 확인한 다음에서야 멧돼지 총기포획에 난색을 표하던 환경부에서도 마지 못해 북한 접경지역의 멧돼지 제거에 동의했다.

이미 15만 마리의 집돼지가 살처분되어 땅속에 매장되고 나서야 내린 조치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아마추어 정부이다.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여겨지고 우리나라의 국가적인 재난이 될 문제를 주무장관이 대통령의 눈치 보기와 통일부, 국방부, 환경부의 처분에 맡긴다는 말인가.

ASF 질병이 발생했을 때 따라야 할 표준행동지침(SOP)을 집돼지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그리고 야생멧돼지는 환경부에서 따로 작성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악성질병 재난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는 차치하고라도 이미 발생 후 이낙연 국무총리가 범정부 ASF방역 대책회의를 7차례나 소집했다는데 이 무능한 책임자들이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DMZ에 사람의 왕래가 없다고 해서 들짐승이나 벌레 그리고 바이러스까지 드나들지 못한다고 누가 총리와 장관들에게 알려주었을까.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다 듣고 있는 북한의 서민생활과 소식들을 총리와 장관들만 모르고 있었을까?

북한전문 인터넷신문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돼지에게 잔반을 먹여 기르므로 질병전파가 빠르고 질병에 감염되었거나 병사한 돼지를 내다 팔거나 아무데서나 도축하여 식용으로 쓴다고 한다.

따라서 ASF 바이러스가 북한 전역에 전파되어 집에서  1~2 마리 기르던 돼지는 거의 전멸되었다는 보도가 국내외 매체에 가득했다.

따라서 북한의 야생멧돼지인들 성할 리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우리 국방부장관은 북한 멧돼지가 DMZ를 넘어 올수 없다고 북한을 두둔하고 환경부장관은 야생멧돼지가 양돈장돼지와 접촉이 없으니 질병 전파 가능성이 없다며 지금도 북한으로부터 ASF 바이러스 유입을 부정하고 있다.

북한 독재정권을 향한 문 대통령의 짝사랑을 알고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아부로 밖에 볼 수 없지 않은가.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해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한탄을 했다지만 알고도 당하는 국가적 재난에 축산인들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쩌랴, 지금이라도 북한 접경지역의 멧돼지는 과감히 사살하여 더 이상의 북한발 ASF 바이러스 매개체를 차단하자. 그리고 돼지 양축가들에게는 억울할지라도 ASF 발생지역에 인접한 돼지 양축장을 비우고 철저한 차단 방역으로 더 이상 ASF 바이러스가 남쪽지방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내자.

야생멧돼지의 강력한 통제와 함께 각 농장마다 멧돼지 농장접근 방지를 위한 자구책을 강화해야한다. 멧돼지는 땅을 파거나 약한 울타리는 쉽게 뚫기도 하기 때문에 현재의 울타리 밖에 또 하나의 울타리를 설치하여 2중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전기 철책선으로 멧돼지의 접근을 강력하게 저지해야 한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악성돼지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발병 인접지역에 사육중인 돼지의 예방적 살처분 정책이 필수적이다. 이 정책의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돼지 소유주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있어야 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ASF연구소장인 산체스 박사에 의하면 중국에서 ASF가 처음 발병하고 나서 8개월 만에 전역으로 확산된 가장 큰 요인은 살처분 보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처분 보상이 없으니 돼지 소유주들은 감염된 돼지들을 팔았고 바이러스에 오염된 돼지고기와 가공품이 무질서하게 유통되며 질병차단에 실패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럽에서는 충분한 살처분 보상 덕분에 빠른 질병발생 신고와 예방 살처분이 이루어졌다. 무능한 정부 아래서는 돼지들도 수난이다. 전국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축산인은 물론 온 국민들의 지혜와 실천이 필수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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