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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식약처와 엘러간이 희귀암 발생 우려가 제기된 ‘거친표면 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에 대한 보장 대책을 협의했다. 실제 희귀암이 발병한 환자는 진단·치료 등 의료실비 전액을 보상받지만 예방 차원으로 보형물 교체를 원하는 환자는 보형물 제거수술 및 정기 검사비용을 보상받을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같은 보상대책을 마련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사태는 7년 전 앨러간 사 제품으로 유방확대술성형을 받은 40대 여성이 한쪽 가슴이 부어 병원을 방문한(8월 6일) 후 BIA-ALCL을 확진(8월 13일)받으며 이뤄졌다.

BIA-ALCL은 유방 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Breast Implant Associated - 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으로,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 암이다. 유방암과는 별개의 질환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8월 말부터 BIA-ALCL 의심환자를 별도로 등록해 부작용 환자 추적관리를 시작했다. BIA-ALCL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의료인이 해당 환자를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에 등록하고 검진결과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확진 환자인 경우 수술내역·제품정보 등 추적관리와 동시에 보상프로그램과 연계해 관리하고 확진 환자가 아닌 경우 지속적인 부작용을 분석·평가한다.

이번 보상대책은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확진환자,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 예방목적으로 유방 보형물을 제거하는 환자별로 나눠져 있다.

확진 환자에 대해서는 우선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이식환자 본인 부담금(비급여 포함) 부분에 대해서는 엘러간 측이 의료비용을 전액 보상하고, 평생 무상 교체한다. 담당의사가 판단해 BIA-ALCL이 의심돼 진단이 필요한 경우 병리검사 및 초음파 등 관련 검사비용에 대해 회당 약 120만원(1000달러) 내에서 엘러간이 의료비를 실비 지원한다.

BIA-ALCL 진단을 위한 병리검사로는 CD30 검사, ALK 검사, 세포학적 검사 등이 있다. 이 중 하나 이상의 검사를 실시한 경우 지원 가능하다.

식약처는 “BIA-ALCL의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조직검사 혹은 세포검사로 병리진단을 시행해야 한다”며 “면역조직화학염색 결과, 종양세포는 T세포 기원이면서 CD30 표지자 양성, ALK 표지자 음성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심 증상이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보형물 제거수술을 하거나 검사(무증상 검사 비용)하려 할 때는 보상받지 못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지원하는 나라가 없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한국엘러간은 이에 대해 BIA-ALCL의 발생률이 0.003~0.03%로 매우 낮다는 점, BIA-ALCL의 주된 증상은 ‘인공유방 보형물 근처의 지속적인 부기 또는 통증’으로, 비교적 증상이 명확해 정기 검사 및 증상이 있을 시 검진을 통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 확진 후 5년 생존율이 91%로 치료 예후가 좋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방적 인공유방 제거·교체 수술 시 발생할 수 있는 마취 합병증, 수술 후 염증, 출혈, 흉터 등 일반 수술의 위험률이 BAI-ALCL 발병률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예방 차원이라도 제품 교체(엘러간의 매끄러운 표면 보형물로 교체)는 2021년 7월 25일까지 2년간 무상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수술비용 및 검사비용은 지원하지 않는다.

다만 식약처는 “국내·외 전문가는 예방적 제거 수술을 권고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해외 보상 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필요할 경우 추가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엘러간은 한 달간 국내 유통된 미사용 제품(바이오셀 거친표면 인공유방 보형물) 회수 조치를 완료했다. 그간 거친 표면 인공유방은 엘러간을 포함해 6개 회사의 8개 품목 총 22만개가 국내에서 유통(2007~2019년6월)됐다. 이 중 절반(11만개)이 엘러간 사의 제품이었다.

향후 유방 보형물을 삽입한 환자가 보상받고자 할 때에는 우선 진료·검사를 받은 후 진료내역을 포함한 증빙서류 등을 구비해 엘러간에 이메일·우편 등의 방법으로 신청하면 된다. 한국엘러간은 “거친표면 인공유방 보형물 이식자를 위한 안전 정보 안내 및 교육 자료를 여러 채널을 통해 배포하고 후속 조치로써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엘러간 제품 외에도 거친 표면 유방보형물의 사용이 중단 된 상태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지난 8월 말 “국내 BIA-ALCL 발생사례가 없으나, 외국의 다양한 정보에 따르면 주로 거친 표면 제품에서 BIA-ALCL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부작용 예방 차원에서 사전적 조치로 8월 29일부터 의료기관에 사용 중지하도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의료기관을 통해 엘러간의 거친 표면 제품 사용 환자현황을 제출하도록 했다. 폐업 의료기관의 경우 보건소 협조를 통해 이식환자를 파악하고 있다. 식약처는 의료기관이 파악된 대상 환자에게 안전성 정보를 개별 통보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증빙자료와 함께 매주 보고할 계획이며, 의료기관의 환자 통보 결과를 점검하고 개별 통보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이외에 식약처는 앞서 추적관리 의료기기에 대한 제도개선 방침도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추적관리 의료기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줄 수 있어 그 소재를 파악해 둘 필요가 있는 스텐트, 인공관절 등 인체이식 의료기기 52개를 말한다.

식약처는 우선 이식환자를 즉시 파악하기 위해 유통량, 부작용 보고 등이 많은 제품부터 단계적으로 의료기관 사용기록을 매달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이력 중심의 추적관리제도를 이식환자 중심으로 개선에 나선다.

의료기기 피해에 대한 원활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피해보상제도 도입도 검토한다. 당시 식약처는 “현재 연구사업 중인 ‘의료기기 피해보상 기반여건 조상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가 완료되면 제조·수입업체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이 포함된 피해보상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의료기기 부작용 관리체계도 고도화한다. 부작용 사례 수집을 강화하기 위해 식약처와 한국의료기기안전 정보원으로 나뉘어 있는 부작용 보고창구를 한국의료기기 안전정보원으로 모으고, 17개 권역별로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기 안전성 정보 모니터링 센터를 2022년 30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17개에서 2020년 20개, 2021년 25개, 2022년 30개가 목표다.

이에 더해 의료기기 추적연구 중심의 감시체계를 위한 환자등록제도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다양한 진료분야별 분석·평가 전문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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