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경찰이 LG화학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관련 분쟁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본사와 대전 대덕연구소 등에서 최근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제소하고, 5월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형사 고소한 바 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국내에서 낸 뒤 이달 3일 미 ITC와 연방법원에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내는 등 대응에 나섰다.

현재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비정상적인 채용행위를 통해 산업기밀 및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로는 채용면접 형식을 취했으나 자사의 영업비밀 관련 내용 발표와 질의응답을 통해 영업 비밀을 탈취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그간 “2017년 10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경쟁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당사 핵심 인력에 대한 도를 넘은 채용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SK는) 2년만에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해왔다.

LG화학 주장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채용 과정에서 경력직 공개채용 방식을 이용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헤드헌터와 전직자들을 통해 특정 분야의 인원을 공략해 입사지원을 적극 권유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헤드헌터를 통해 특정인력을 타게팅해서 부당하게 채용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LG화학 측의 지원자가 워낙 많았으며 채용과정은 공정한 기회 제공을 위해 100% 공개채용 원칙아래 진행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16일 양사 CEO들의 회동이 이루어진지 이틀만에 실시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양사 CEO들의 회동 후 사태 해결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압수수색으로 인해 오히려 소송전이 격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6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회동에 나섰다. 소송전에 대한 각 사의 입장 등을 논의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김준 총괄사장이 다음 주말 미국에서 열리는 ‘SK 나이트’에 참석하기 위해 19일께 출국하면서 더는 시간을 늦추지 않기로 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서 두 CEO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서로가 자신의 회사 입장을 강조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날 “양 사 CEO가 오늘 만났다”면서도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밝힌 탓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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