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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녀 시인 “늦었다고 할 때가 이른 것...올해 산문집 한 권 낼 계획”정치가의 아내에서 느지막하게 시인으로 변신...지난 해 여성문학 100주년 공로상 수상
한지안 기자 | 승인 2019.01.14 11:17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정치가의 아내에서 시인으로 변신, 문단에서 열심히 시를 쓰고 있는 여성이 있다. 지난해 여성 문학 100주년을 맞아 공로상을 받으며 여성 문학상, 펜 문학상도 수상하며, 여성문학인회 25대 회장도 맡아 일을 한 최금녀 시인. 늦깎이로 등단했음에도 그동안 일곱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시선집을 간행하는 저력을 보였다. 많은 여성 시인 중에 어떤 이유로 여성 문학 100주년 공로상을 받은 것인지 궁금하여 시인을 만나보았다. 그 자신의 경험을 들어 “늦었다”라는 것이 도리어 촉진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정치하는 남편을 4선씩이나 당선하게 내조하고 지금은 당당하게 그동안 못다 한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시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그를 <여성소비자신문>이 만나봤다.

-먼저 여성 문학 100주년 공로상을 받은 경위가 궁금합니다.

“문단에 사단 법인 여성문학인회 라고 하는 여성 문인들만의 단체가 있습니다. 제가 이 단체의 25대 회장을 맡아서 일했지요. 제가 맡은 임기 기간이 이 단체가 창립된 지 50년이 되는 해였어요. 오십 년사를 간행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제게 왔어요. 참으로 막막한 일이었습니다만 회원들과 고문님들의 협조로 자료들을 모아 미흡한 대로 간행했습니다. 그 일로 아마 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문학인회는 언제 누가 만들었고, 어떤 문인들이 이끌었나요.

“이 단체는 1965년 9월에 창립했습니다. 첫 회장을 소설가 박화성 선생님이었습니다. 봉건의 잔재로 여성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50년 전, 그 당시는 여성은 고등교육이 필요 없다는 때였어요. 이런 때 문학을 하는 여성들은 어떠했겠습니까. 문학을 하는 여성 문인들의 권익과 보호를 위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문학 활동을 하는 여성 문인들에게 베이스캠프나 울타리 같은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우리 문단의 초창기 주역이셨던 박화성, 최정희, 모윤숙, 조경희, 전숙희, 김남조, 김후란, 송원희, 추은희, 정연희, 허영자, 김지연, 이옥희, 한분순 선생님 외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25명의 여성 문인들이 그동안 이 단체를 이끌어왔습니다. 그 유명한 주부백일장을 처음 개최한 단체가 바로 이 여성문학인회 였어요."

-정치하시는 남편을 내조하다가 시를 쓰게 되었는데 남편분이 국회의원과 헌정회장도 하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정치하던 남편을 따라 선거운동에 24년을 바쳤지요. 국회의원 선거를 여섯 번 치렀으니까요. 끔찍한 세월이지요. 두 번은 낙선했고 네 번은 당선했어요. 모두 여섯 번의 선거를 치르다가 제 인생이 다 갔습니다. 임기가 4년씩이니 24년간을 표를 찾아 이 동네 저 동네를 헤매고 다녔어요. 선거구가 충북, 지금은 통합된 청원군이었는데, 그때 당시는 지금같이 선거가 신사적이지 않았습니다. 시골 14개면 300여 개의 경로당마다, 부녀회마다 찾아다녀야 표가 나왔어요. 상갓집에 가서는 문상도 하고 일도 거들고 경로당에 가서는 국수도 함께 먹고 어르신들을 찾아보아야 하는 일들이 24년 내내 제가 한 일이었어요. 제 젊은 날이 그렇게 갔습니다. 문학은 뒷전으로 밀렸지요. 제 시작업이 늦어진 까닭이지요.”

-그렇군요. 문학적인 소질은 언제부터 나타났나요?

“국민학교(초등학교) 때부터라고 생각됩니다. 연극에 뽑혀 나가서 배역을 맡았다는 것도 일종의 문학적 소양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시대에는 전쟁터에서 싸우는 군인들에게 위문 편지라는 걸 의무적으로 쓰게 했어요. 작문 시간이라는 것도 있었지요. 작문시간에 위문 편지를 잘 썼다고 뽑혀서 학생들 앞에 나가 읽기도 했고. 그런 것을 통해 문학적인 소질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문인들의 과거를 보면 거의 비슷합니다. 중고등학교 때 소질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그때 소설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교지에 청룡이라는 소설 외 두어 편의 단편도 발표했었습니다. 앞으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중 고등학교 때 교지를 편집하면서 굳어졌다고 봅니다. 막연하나마 잠재했었다고 봅니다. 신문 기자가 된 것도 문학과 무관하지 않고요.”

-시인들이 시집을 계속해서 간행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시인들이 시를 쓰는 이유는 먼저 시를 쓰겠다는 강렬한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쓰느냐는 개인 문제이고요. 글을 쓰겠다는 열정 없이 시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평생 ‘밥걱정’을 하면서도 그 길을 가는 것처럼 모든 창작인이 그러리라고 생각됩니다. 저부터도 모든 걸 제쳐놓고 시 쓰기에 열중합니다. 이것이 돈을 버는 일이라든지 명예를 얻는 일이 아님에도 그렇습니다. 마치 사람들이 담배나 술을 끊지 못하는 것보다 더 중독성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를 쓰고 또 씁니다. 시를 빼놓고 다른 일에는 취미도 큰 관심도 없어요. 시에 깊이 빠졌다 할까요. 제 시집 제목이 ‘큐피드의 독화살’입니다. 큐피드의 화살에 맞으면 사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시의 독화살에 명중되었다는 것이지요.”

사진제공=최금녀시인

-시를 통해 특별히 표현하고자 하시는 바가 있다면.

“시는 시인의 경험과 삶이 글을 통해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저의 경험을 토대로 사물과 나의 관계라든지 사물 뒤에 숨어있는 비의를 찾아내어 작품을 씁니다. 독자들이 공감해서 그들에게 즐거움이나 위로가 될 수 있는 시를 쓰기를 갈망합니다.”

 

-대중들에게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좋은 시가 있나요? 그리고 요즘 시들은 난해하다는 평이 많은데 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요.

“좋은 시들이 많지요. 요즘은 좋은 시인도 많고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서 얼마든지 좋은 시를 골라 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선택하는 것보다 직접 읽어 좋은 시라 느껴지면 그것이 좋은 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를 많이 읽기를 권합니다. 난해하다, 난해하지 않다로 좋은 시다 아니다는 가르지 않습니다. 좋은 시 나쁜 시란 없어요. 단지 공감이 빠른 시가 있고 생각을 거듭해야 이해가 되는 시가 있지요. 많은 대중에게 이해가 어려운 음악이 있는가 하면 대중가요도 있습니다. 읽고 즐거워지고 위로가 되고,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에 와닿고 좋아지는 시가 진정 좋은 시가 아닐까 합니다.”

- 늦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말씀하신다면.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때가 적당한 때입니다. 바로 시작해서 행동하는 것이지요. 늦었다는 그 초조감이 촉진제가 되기도 합니다.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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