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한국YWCA연합회가 22일 서울 명동 YWCA연합회 회관에서 ‘제 22회 YWCA가 뽑은 좋은 TV프로그램상’을 시상했다.

YWCA가 뽑은 좋은 TV프로그램상은 1996년 처음 제정된 이후 성평등, 생명, 평화 등 부문에 총 140여편의 프로그램을 시상해오고 있다. 그간 함께 시상되던 ‘생명·평화’ 부문은 올해부터 각각 생명과 평화로 나뉘었다. 후보작은 지난해 3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방송된 프로그램 가운데 YWCA 회원 및 각계에서 추천한 작품들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103편 후보에 이어 올해는 성평등 부문 31편, 생명부문 21편, 평화부문 23편, 특별상 34편이 추천됐다.

이날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시민단체에 요구되는 역할이 점차 많아지고 있기에 YWCA 역시 사명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또 바람직한 사회 변화를 위한 방송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바람도 더욱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과 깊이있는 통찰로 막중한 역할을 잘 감당하시기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상식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종임 한국YWCA연합회 제2부회장은 “올해는 미투운동 확산과 젠더이슈, 한반도 평화분위기, 환경이슈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많았다”며 “특히 그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구조와 젠더위계, 여성혐오와 성폭력·가정폭력·디지털 성범죄 등에 관심을 갖고 뿌리를 추적하려는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의 노력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날 대상은 지난 7월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어도 사라지지않는…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이 수상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어떻게 양산되고 디지털 성범죄가 왜 근절되지 않는가에 대한 근본 원인을 밝혀내 관련 법 강화 및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각계의 움직임을 이끌어낸 공로다. 당시 방송 이후 디지털성범죄 산업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여만명이 동의한 바 있다.

YWCA는 “‘그것이 알고싶다’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디지털 성범죄 영상유통 문제의 초점을 웹하드 업체에 맞추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영상이 웹하드에 유통되는 실태와 구도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며 “특히 헤비 업로더와 웹하드 업체의 커넥션을 확인해 웹하드 업체가 적극적 교사혹은 공동정범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평가했다. 필터링 업체의 실체 및 특정웹하드업체와의 유착, 수익구조를 밝혀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사라지지 않는 원인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성평등 부문상은 KBS <거리의 만찬> ‘그녀들은 용감했다’에 돌아갔다. 지난 7월 13일 방송됐다. ‘거리의 만찬’은 세 명의 여성 진행자가 이슈현장을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듣는 시사현장 토크쇼로, 첫 번째 방송에서 13년간 복직투쟁을 벌인 KTX 해고 승무원을 조명했다. KTX 해고승무원들은 방송 1주일 후 복직이 합의됐다.

YWCA는 “박근혜 정부 시절 ‘KTX 여승무원 승소 원심판결 파기환송’이 대법원의 정치적 재판거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지만 해당 승무원들이 노동자, 여성으로서 어떤 시간을 거쳤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고충을 쏟아내며 서울역 서부역사 앞 농성천막을 찾은 진행자들은 ‘여성의 시선’으로 KTX 해고 승무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며 성평등 부문상을 시상했다.

이어 생명부문상도 KBS에 돌아갔다. 지난 7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에 걸쳐 방송된 <KBS스페셜> ‘플라스틱 지구’가 수상했다. "YWCA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플라스틱 폐기물 오염실태와 원인을 심층 취재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플라스틱이 가져온 끔찍한 현실에 경정을 울렸다”며 해당 부문을 시상했다.

그러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지구를 지키기 위한 국내외 다양한 활동과 실천사례를 소개해 플라스틱 남용에 대한 고발을 넘어 대안을 모색한 노력이 돋보였다”며 “올해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쓰레기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이 확산되는 시기와 맞물려 시민의식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평화부문상은 지난 9월 23일부터 24일까지 방송된 JTBC 추석특집 다큐멘터리 <서울·평양 두 도시 이야기>가 수상했다. 평양에서 30일간 현지촬영을 하고 현지 카메라감독, 요리전문가, 문화해설사가 참여한 10년만의 남북 공동제작 프로그램이다. 평양의 대표 맛집을 최초로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YWCA는 이에 대해 "서울의 설렁탕과 평양의 평양 온반 등 남북이 공감하는 탕반문화로 한반도 음식문화를 조명했고 한강에서 놀이와 음식을 즐기는 서울 시민들 그리고 ‘식당배’로 불리는 유람선 대동강배를 타는 평양시민들에게 우리 민족 고유의 풍류를 발견했다. 남북방송교류의 긍정적 역할과 함께 남북 동질감을 확인하는 음식문화로 평화의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특별상은 대전MBC 특별기획 <검은재앙 10년, 절망에서 건진 희망>이 수상했다. 지난해 12월 26일 방송됐다. 올해 전체 수상작 중 유일하게 지역방송국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지난 2007년 12월 7일 서해안에서 벌어진 태안 기름 유출사고 이후 10년을 맞아 재난 극복과정, 생태계 복원 노력, 주민 건강문제, 지역공동체 복원 대안 등을 모색하고 사고 이후 지역 주민들의 삶을 조명했다.

해당 방송에 따르면 피해지역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주민들은 경제적, 환경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노출지역을 중심으로 남성 전립선 암과 여성 백혈병 발생율이 늘고 있으며 어업포기가구도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YWCA측은 “기후변화 등 환경재앙이 현실로 다가오는 지금 생명과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프로그램”이라며 특별상을 시상했다.

마지막으로 3000여명의 YWCA활동가들이 온라인 투표로 선정한 전국 YWCA 활동가들이 뽑은 좋은 프로그램 부문에는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3>이 선정됐다. 지난 9월 21일부터 매주 금요일 방송되고 있다.

YWCA는 “‘알쓸신잡’은 멀게 느껴졌던 인문학을 쉽고 가깝게 이해할 수 있다는데 매력이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깊이 사로잡는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라며 “‘다양성’이야말로 인문학의 중요한 본질이자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다.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언어로 더 많은 이야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알쓸신잡3>에는 김진애 건축학 박사가 첫 여성 패널로 합류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