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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최근 리콜을 시행 중인 BMW 520d 차량의 잇따른 화재사고를 두고 소비자단체와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MW의 긴급기자회견과 안전진단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한국에서만 화재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원인은 밝히지 않고 있다'며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30대가 넘는 차량이 불타는 동안 국토부의 대처가 늦었고, 환경부는 지난 4월 관련 리콜을 실시하면서도 화재 가능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BMW 화재사고 관련 브리핑을 갖고 "2016년부터 유럽에서 비슷한 엔진 화재사고가 발생해 BMW측이 사례를 수집하고 원인 규명을 위한 실험을 해왔는데 이제야 결론이 났다고 했다"며 "한국에서 먼저 리콜을 하고 유럽도 곧 리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앞서 지난 4일 목포에서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던 원인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안전 진단 시 EGR의 에틸렌그리콜 성분 침착 여부를 보는 것인데 해당 직원이 침착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제대로 검사하면 위험 차량으로 분류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요한 에벤비클러 BMW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에 따르면 BMW측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것은 지난 6월이다. 다만 BMW가 문제에 대해 처음 파악한 것은 2016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BMW 차량에서 총 32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리콜 및 후속 조치 방안 발표 열흘 만에 열린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해 “화재사고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바로 리콜 조치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화재 원인을)확실히 파악한 것은 지난 6월"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에 처음으로 흡기다기관쪽에 작은 천공이 생기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당시에는 정확한 원인을 몰랐고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전문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우리가 확실성을 가지고 원인 파악을 시작한 시점은 지난 6월부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 이 문제는 복잡하고 여러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근본적인 원인까지 도달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그 과정에 맞춰서 우리는 바로 유럽 쪽에서 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한국에서는 리콜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이에 맞춰 유럽에서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한국에서는 리콜이라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장착된 소프트웨어는 유럽 시장과 한국이 동일하고, 미국만 다르다”며 “하드웨어 역시 전 세계적으로 같은 EGR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인 분석은 굉장히 복잡한 이슈로 우리는 전 세계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까지 이 같은 사고로 인해 상해가 발생한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미국과 달리 화재가 발생하고 나서야 리콜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해 BMW는 미국에서 두 차례의 리콜을 실시했다. BMW는 엔진에 쌓인 연소 가스를 순환시키는 PCV 밸브와 공기조절장치에 연결된 전선에서 화재 가능성을 발견하고 각각 74만여 대와 67만여 대를 리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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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코리아는 앞서 26일 약 10만 6000대에 대한 리콜 계획을 발표했다. 또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6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화재 사태로 국민 여러분께 정부 당국에 불안과 심려 끼쳐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이번 화재 사고 겪은 화재 당사자들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 전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김 회장은 이어 “BMW에서는 이번 사안을 무겁게 다루고 있으며 모든 경영진이 사활을 걸고 있다.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BMW 본사에서 한국에 방문해 관련 파트너사와 24시간 한국 고객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안전 진단과 리콜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진행해 온 화재 원인 조사 내용에 대해 투명하게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도 이번 화재사고와 관련해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토부는 앞서 환경부에서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리콜을 승인한 이후 제대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환경부는 지난 4월 EGR 밸브와 쿨러 결함으로 인한 리콜 당시 “부품결함으로 배기가스가 과다 배출된다”고 리콜 원인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소비자들은 “EGR 결함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느냐”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고 회사 측에 기술자료를 요청한 것이 6월 25일과 7월 5일로, 4월부터 7월 사이 화재가 계속 발생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지난달 12일 국토부에 “올해 상반기 진행된 화재 사고 20건에 대한 조사 결과 총 9건이 BMW 520d 차량에서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국토부는 16일 연구원에 제작결함 조사를 지시했다. 18일에는 BMW가 리콜을 진행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가 20일 보완 요구를 받고 철회했다. 이후 BMW는 25일 보완된 계획서를 제출하고 다음 날인 26일 10만6천대에 대한 리콜을 발표했다.

그러나 BMW의 리콜발표에도 소비자들은 우리나라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강력하지 않아 리콜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6일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이미 BMW 화재사고와 관련해 몇 건의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준비에 들어간 차주들도 수천 명으로 추정된다. 법무법인 인강 성승환 변호사가 개설한 네이버 'BMW 화재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의 가입자는 현재 약 7700여 명에 이른다.

성 변호사는 같은 법무법인 정근규 변호사 등과 함께 BMW코리아 등을 대상으로 차주 1명당 2000만원~2억원씩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성 변호사는 "먼저 화재 차량 차주는 2억원, 화재 전조 차량 차주는 1억원씩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그다음으로 리콜 대상 차주 1000명을 구성해 2000만원씩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 외의 결함이 밝혀진다면 청구금액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 역시 지난달 30일 BMW 차주 4명을 대리해 첫 집단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최근 차주 13명을 대리해 BMW 코리아와 딜러사 5곳(동성모터스·한독모터스·도이치모터스·코오롱글로벌·내쇼날모터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비자단체에서도 집단소송을 준비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협회는 6일 BMW 화재 위험 차량 소비자를 위한 소송지원단을 구성해 집단소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소송지원단은 30여 명의 자동차 관련 교수, 명장, 기술사, 기능장, 정비사로 구성된 기술지원단과 보험사 구상권 청구 소송 전문인 법무법인 해온 구본승 변호사로 구성됐고 자동차 결함 및 화재에 관한 각종 연구와 정부 활동을 진행해온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과장 출신의 박성지 교통안전 사고연구소장, 교통안전공단 자동차 검사소장 출신의 송영배 자동차 명장 등이 지원단에 합류했다.

소비자단체와 차주들 사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에 해당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됐다.

다만 배상액과 조건 충족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행 제도상 제작자가 소비자에 줘야 하는 배상액은 손해의 3배까지며 이번 BMW 화재처럼 심각한 신체의 손상 없이 재산상 손해만 발생한 경우는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은 6일 이와 관련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도입을 국회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토교통부에서 이달 3일 운행 자제를 권고했으나 이미 30여 대 넘는 차가 불에 탔고 8월 들어 매일 한 대씩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볼 때 국토부의 대처는 매우 늦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장은 “자동차의 결함에 대하여 제작사가 신속한 원인 규명과 사후 조치를 다 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며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서 제조업자에게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보다 자동차제작사에 더욱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행 중 화재 등 차량결함에 따른 사고 발생 시 운전자 또는 차량소유자가 사고 원인을 밝히기가 매우 어렵다"며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자동차제작사가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하여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과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가 제작결함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 등 관련 법령 제·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국토부를 향해 "사고 원인조사를 조속히 진행해 최대한 빨리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며 "관련 기관과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범정부적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속한 시일 내에 조사 결과를 공표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토부는 같은 날 “BMW 코리아 대표 및 본사 임원진과 면담을 갖고 화재사고에 따른 리콜과 관련하여 BMW측에 자료제출이 미흡한 점을 언급했다”며 “추가적인 자료제출 요구에 성실히 임하는 등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을 엄중히 촉구했다”고 밝혔다.

긴급안전진단 및 화재 발생 원인 규명과 관련해서는 이번 BMW 리콜대상 차량(42개종 106,317대)의 화재 발생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발생원인과 리콜 지연 사유, 긴급안전진단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고 부실 안전진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조속히 수립·집행할 것, 안전진단 후 부품교체 등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리콜 단축대책을 제시할 것, 가솔린 차량의 화재 발생에 대한 입장 및 대책을 제시할 것, 불안한 차량 소유자 등 소비자에 대한 보상 등 피해 구제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또 “화재 원인 규명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이미 제출된 기술근거자료, 리콜대상 산정근거, 원인분석 보고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으로 판단한 근거자료, EGR 리콜 관련 분석자료 등 추가적인 자료를 국토교통부에 신속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BMW 화재사건 조사 과정에 국내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화재 발생원인 규명을 공개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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