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조연행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18대 대선이 끝났다. 대선기간에 후보들의 공약 중 커다란 목소리를 낸 것이 중의 하나가 ‘금융소비자 보호’이다. 박근혜 후보는 금융부를 신설하고 금융감독원을 건전성감독과 소비자보호를 둘로 나눠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모든 경제활동이 그렇듯이 금융거래도 소비자와 공급자가 있어야 이루어 질 수 있으며, 양자가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건전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금융은 복잡하고 어렵고 모든 정보를 쥐고 있는 공급자인 금융회사의 힘이 더 셀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이 주체로서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학자들이 ‘소비자 보호’ 대신 ‘소비자 권익 확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를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기능을 통합해 금융부로 격상시키고,  금융감독원을 금융건전성감독기구와 금융소비자보호기구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부실화 문제, 금융권 담합피해 문제 등 제대로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비난을 받아온 금융위원회가 오히려 ‘승격’하는 모습이지만, 국내외적으로 금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무난한 조직구상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권익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금감원 조직을 둘로 쪼개는 개편안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 금융감독 기구와 금융회사의 유착관계를 확실하게 단절하기 위해선 조직을 분리해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합감독체계를 채택하는 나라가 계속 늘어나는 것과 소비자보호기구를 하나 더 만드는 데 연간 3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늘어나 금융회사가 부담이 늘어나고 중복 규제로 어려움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금융위는 산하기구가 하나 더 생기니 반기는 입장이고, 금감원은 둘로 나뉘어지니 반대하는 입장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융소비자 권익을 위해 조직을 새로 신설하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나, 현재 공정거래위 산하 한국소비자원과의 관계 설정과 국가 전체적으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소비자’ 문제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필자는 국가적으로 소비자문제를 관장하는 ‘소비자청’ 신설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면 소비자원과 금감원의 소비자보호인력을 합쳐 현재 그대로의 비용과 예산을 활용하고 소비자문제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금융정책 대안들이 전담기구 설립과 같은 하드웨어 측면에만 치우쳐 있어 아쉽다.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은 이러한 외관상의 변화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할 때부터, 이를 집행하고, 그 이행여부를 확인하여 위규사항을 시정하며, 소비자의 불만과 피해를 구제하는 일련의 감독과정에 소비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감독기구의 지배구조는 물론 전반적인 감독 프로세스까지 소비자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

궁극적으로 손에 잡히는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되어야 한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분쟁의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시간․비용 부담이 큰 소송을 통해 해결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력의 확충과 함께 소송 전에 분쟁조정을 의무화하거나 조정결과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불복할 수 없는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조속히 취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경우 금융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되는 민원?분쟁이 64%에 달한다고 하는데 그 배경에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밖에도 분쟁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문성, 정보력, 소송능력 등 모든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금융회사에 부여하고, 집단소송제도의 범위를 금융거래까지 확대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 그리고 불완전 판매 등 위법․위규행위에 따른 소비자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기금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는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KIKO사태, 저축은행 사태, CD금리 담합 등에 따른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금융소비자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더욱 크다.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고 금융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어 내야 한다. 지금처럼 금융소비자를 단순히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금융회사와 대등한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소비주권을 행사하는 주체로서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하에 소비자 시각에서 정책대안들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오는 2월 25일 취임하는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에게 금융소비자가 바라는 것은 소비자 편에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정부 기구와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다. 이런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여 땅에 떨어진 금융당국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해야 할 것이다.
 

조연행 상임대표  금융소비자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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