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이 농협은행의 내부 통신망 착오로 인해 1000억원대 사업 수주전의 입찰 기회를 놓쳤다. 거액 거래의 경우, 각 업무 단계 직원들의 반복 확인을 거쳐 처리되지만 농협은행에선 긴급 자금이란 지시조차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6일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되는 '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이에 서울신문사는 6일 오후 3시35분께 입찰보증금(입찰가액의 5%) 61억원을 우리은행 서울 무교지점에 넣었다. 우리은행은 이를 서울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의 입찰보증금 계좌를 관리하는 농협은행으로 보냈다.

타행 계좌이체의 경우, 일반적으로 직거래가 가능하지만 10억 이상 거액의 자금이 오갈 때는 한국은행의 지준(지급준비금)계좌를 거쳐야 한다. 우리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농협은행은 해당 영업점으로 바로 보내지 않고,  본점 자금부를 거쳐 영업점으로 돈을 보낸다.

우리은행으로부터 61억원을 송금받은 농협은행 자금부는 오후 3시42분께 인천 영업점으로 보냈다. 그러나 입찰 마감시한인 4시까지 인천 영업점 담당자는 이 돈을 입찰보증금 계좌에 넣지 않았다. 결국 서울신문사는 보증금 미납으로 입찰 기회를 잃었다.

서울신문사는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업을 맡은 바 있는 만큼 농협은행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측도 "우리은행에서 농협은행으로 돈을 보낼 때 입찰금 명목으로 돈을 보냈으며 3시54분 직접 농협 본점 자금부에 자금처리 여부에 대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농협은행 측은 "'긴급자금' 전달 사실이 어느 단계서 누락됐는지 조사 중이다"며 "해당 영업점에서는 '자동알림'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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