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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배신보다는 차라리 파산을 택하라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대표 | 승인 2016.04.19 13:10

[여성소비자신문]독일 알리안츠그룹이 보유 부동산만 장부가로 2400억원이 넘는 한국의 알리안츠생명을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는 단돈 35억원에 팔았다.

값을 더 쳐준다는 사모펀드들이 사려고 달려들었지만,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이미 동양생명을 사들여 당국의 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중국의 ‘안방보험’에 넘겨주었다. 헐값에 손해를 보더라도 확실히 팔아치우겠다는 절박한 의지가 숨어 있는 것이다.

독일 알리안츠가 한국알리안츠생명을 헐값에라도 빨리 팔아치우고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유럽에서 올해부터 시행되는 ‘솔벤시Ⅱ’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은 고금리 보험계약이 많아 부채를 시가로 평가할 경우 지급여력을 개선하기 위해 자회사인 알리안츠생명에 지속적으로 자본금을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그룹 전체의 건전성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헐값에라도 팔아 치운 것이다. 

우리나라도 2020년에는 보험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100% 시가 평가로 전환하는 새로운 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된다. IFRS(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에 맞추어 보험부채를 원가 평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는 유럽솔벤시Ⅱ를 기본모델로 한 건전성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새로운 지급여력제도는 알리안츠생명 뿐만 아니라 모든 보험사가 동일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IFRS(국제회계기준) 2단계가 도입되면 우리나라 전체 보험사들의 부채가 42조원이 늘어나 그만큼 자본계정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현재 총자본금이 59조원에서 17조원으로 줄어드는 효과로 증자 압박이 커진다.

또한 저축성보험은 현재 기준으로는 매출로 보나 매출에서 빠지게 되어 매출액 계상이 1/3로 줄어들 전망이다. 생보사의 연 5%이상 확정금리 상품은 143조원으로 전체 계약의 30.8%에 달해 이 역시 부담이 크다.

생보사들은 IMF 시대에 보험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보험금예치제도를 만들었다. 학자금이나 연금, 장해연금, 만기보험금 등을 찾아가지 않고 그대로 두면‘예정이율 +1%’로 이자를 불려주는 제도이다. 약관에도 조항을 넣었고, 가입설계서에도 그림을 그려 넣어서 팔았다.

작년까지는 10년, 20년 그대로 두어도 이자가 붙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대형생보사들이 난데 없이 이자에 소멸시효를 적용하겠다고 계약자들에게 통보하고 이자를 안주고 있다.

더군다나 개정한 사실도 없는 상법개정 소멸시효를 운운하며 거짓말까지 동원하며 계약자를 속였다. 생보사 나름대로 저금리에 대응하고 솔벤시Ⅱ의 대응전략으로‘거짓’을 택했다.

또한, 대형 생보사들은 자사 사옥들을 대거 처분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태평로 본사는 물론 태평로 사옥, 그룹 본사 건물까지도 처분하고 있다.

그러면서 더 비싼 페럼타워도 사고, 삼성전자 본사 건물도 사려고 한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행위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 이유 역시 간단하다.

유배당 계약자 돈으로 구입한 부동산을 팔아 주주 몫으로 빼먹고 무배당 계약자 돈으로 다시 사놓으려는‘꼼수’가 숨어 있다. 솔벤시Ⅱ 준비로 주주가 충당해야 할 자본금을 계약자 돈을 벌충시키겠다는 것이다.

보험회사는 고객 자산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 의무가 있다. 이 선관주의 의무(善管注意義務)는 일상 자기의 재산과 물건을 관리함에 있어서 하고 있는 정도의 주의와 같은 정도의 주의를 해야 하는 의무와는 다른 무거운 의무이다.

계약자 돈을 받아 이자를 부리시켜 주겠다고 약속했으면 그대로 지켜야 한다. 이익이 발생하면 이익배당금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면 그대로 지켜야 한다.

그것이 선관의무를 이행하는 것이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저금리로 ‘이차 역마진’이 나고 손해 본다고 거짓말 하며‘이자’를 주지 않고, 자기들이 만든 규정의 평가방식에 따르면 안 줘도 된다며 떼어 먹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생보사들은 선관의무는 제쳐두고라도 이렇게 계약자들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이 버리고, 소비자를 배신하고 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포기하는 독일의 알리안츠가 낫다. 이들은 책임지지 못할 바에야 팔아버릴 지언정 계약자를 속이거나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과거 일본 생보사들은 전쟁에서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할복’하는 패장과 마찬가지로 파산할지언정 계약자를 속이거나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신뢰다. 그래야 소비자가 보험회사를 믿고 노후를, 목숨을, 장래를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회사에 어찌 소중한 자산을 맡길 수 있겠는가? 아무리 현란한 말과 광고로서 외쳐봐야 소용없다. 백 마디 말보다는 한번 약속은 끝까지 지킨다는 믿음과 신뢰가 중요하다.

매각이나 파산을 택할지언정 계약자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생보사들이여 다시한번 소비자와의 약속을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보험산업을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를 깨는‘배신’보다는 차라리 ‘파산’하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대표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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