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여성소비자신문 서유리 기자] 가습기 살균제 업체 관계자들이 이르면 이번 주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될 전망이다.

검찰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은 최근 정부 공식 피해자 221명에 대한 전수 실태 조사를 마무리하고, 업체 관계자들이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 독성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 없이 제조·판매를 계속해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과정에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레킷벤키저)’,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홈플러스)’,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4개 제품이 폐 손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공급 관련해서는 SK케미칼이 2003년 호주 수출 당시 흡입 독성을 경고했고, 이후 물질안전보건자료에 이 같은 사실을 명시한 점을 미뤄 제조사 4곳이 흡입 독성의 위험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검찰은 옥시 측이 검찰에 제출한 서울대학교와 호서대학교의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반박 자료가 옥시 측에 유리하도록 설정된 실험조건 아래 진행됐고, 실험 결과 역시 왜곡된 것으로 보고 이를 조사 중이다.

특히 검찰은 옥시가 제출한 실험 결과가 두 대학 연구소에서 진행한 실험 데이터와 모두 차이를 보이고, 다른 기관에서도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음에도 옥시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도출된 대학 두 곳의 결과 보고서만 제출한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 수사 앞두고 후유증 호소글 일괄 삭제

옥시는 실험 보고서 조작 의혹은 물론 통증을 호소하는 살균제 피해자들의 사용 후기글을 고의로 일괄 삭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2월 실시된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에 대한 압수수색 전 옥시 측이 자사 홈페이지 고객 상담게시판 글 중 2001년부터 올라온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 관련 후기글을 지난 1월말에서 2월초 사이 일제히 삭제했다가 검찰에 적발된 것.

옥시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 의심 글을 ‘고객상담 게시판으로 이동’이라는 말만 남긴 채 삭제한 후 일반인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검찰은 삭제된 내용을 대부분 복원했으며,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호흡이 힘들다'는 등 가습기당번 사용 후유증을 호소하는 글 수백건을 확인한 뒤 관련 내용을 분류·검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검찰에서는 호소글 삭제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을 사측이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하려한 정황" 내지 "제품의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 사례"로 판단 중이다.

한편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사를 통해 피해자 221명을 공식 피해자로 인정했고, 이중 95명은 사망 피해자로 분류, 지난해 3차 피해자 접수를 끝으로 추가 피해자 접수를 중단하고 접수된 인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지난 2012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체를 1차 고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23일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10개 제품, 19대 기업 전·현직 임직원 256명을 고발했다.

서유리 기자  yulee@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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