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 제일기획 로고.

[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의 해외 매각설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삼성 측 또한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어 매각 여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1월 블룸버그 등의 외신은 “세계 3위 광고회사인 프랑스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 지분 30%를 공개 매수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6일에는 한 국내 매체가 “삼성그룹 측이 제일기획 지분 매각을 위해 퍼블리시스와 협의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카드·삼성생명이 보유한 제일기획 지분 28.44%를 일괄 매각해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것.

제일기획 측은 17일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통해 “주요주주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바는 없다”며 매각에 대해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도 이날 오전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외신 등에서) 계속 나왔던 얘기"라면서도 "잘 모르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제일기획 매각설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 중 첫번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계 준비과정 중 일환일 것이란 설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금융-전자 중심의 구조재편을 이루고 있는 만큼, 비주력 계열사를 처분해 경영능력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그룹은 계열사 매각 및 합병을 통해 기업 구조개편 작업을 지속해왔다. 2013년에는 화학·방산사업 등을 정리했고, 지난해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켰다. 올해 역시 삼성카드 지분을 삼성생명이 모두 인수했다.

하지만 제일기획 매각을 단순히 '처분'의 의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제일기획은 지난 40년간 삼성의 주력 계열사 중 한 곳으로 역할을 해온 국내 광고업계 1위 기업일 뿐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광고수요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재계 일각에서는 “제일기획의 지분 매각은 삼성전자 사업지원을 위한 수단”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광고 대행사인 제일기획이 퍼블리시스와 협력하면 삼성전자의 해외 광고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제일기획이 경영권을 넘기거나 퍼블리시스와의 공동경영 형식을 통해 삼성전자의 해외 광고를 유지, 동시에 다양한 해외 광고주를 유치할 수 있어 양사가 윈윈 전략을 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퍼블리시스로서도 자회사인 스타콤을 통해 삼성전자의 해외 TV광고 중 일부를 맡아온 만큼, 지분 매입 후 삼성전자 광고 물량 확대를 기대할 수 있어 이를 적극 추진하는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이다.

매각 성사 시, 내부거래 의혹 해소 기대

재계에서는 “제일기획 매각 성사 시 삼성그룹이 내부거래(그룹 내 계열회사 간 이루어지는 거래행위)에 따른 비난 또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일기획은 그동안 계열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는 의혹을 줄기차게 받아왔다. 국내에서 제일기획의 삼성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70%를 넘는다.

퍼블리시스로의 매각이 성사될 경우 기존 삼성전자 광고를 유지하면서도, 내부거래에 대한 규탄은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제일기획은 지난 17일 사옥 별관을 삼성물산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제일기획이 매각을 앞두고 본격적인 자산 정비 수순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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