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삼성생명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4339만주)를 모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삼성카드 지분 34.41%(3986만주)를 보유한 2대 주주였으나 이번 인수로 지분율이 71.86%로 뛰어올라 삼성카드의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카드는 중국계 보험사가 매수자로 거론되는 등 지난해부터 매각설에 시달려왔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지난 달 11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방송에 출연, 매각설을 전면 부인했다.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의 지분인수를 밝히며 매각설은 일단락됐지만,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방향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3년부터 순환출자 완화를 염두에 두고 제조업(삼성전자)과 금융업(삼성생명)의 계열 분리를 시도해왔다. 이것이 삼성 금융지주회사의 출범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의 몸집 불리기,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 시작인가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이번 움직임을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카드를 인수하면서, 삼성생명은 금융지주회사로의 자격을 거의 갖추게 됐기 때문.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자회사 지분요건(30% 이상 확보)을 갖추고, 1대 주주 지위를 갖춰야 한다. 삼성생명은 이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1대 주주다.

우리나라 현행법 상, 산업자본(기업)은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자본을 소유할 수 없다. 삼성그룹이 금융지주회사를 소유하려면 공정거래법(중간지주회사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 법은 지주회사가 중간에 금융지주회사를 두고, 다시 금융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삼성물산 밑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위치하게 되고 이중 삼성전자는 비금융자회사를, 삼성생명은 금융 자회사를 거느리게 되는 구조이다.

이러한 삼성의 구조개편은 개정안 통과를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금융지주사 지위를 확보하려면,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규제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아래로 줄여야한다. 또한 삼성화재(14.98%), 삼성증권(11.14%) 등 기타 금융계열사의 지분도 30% 까지 추가로 늘려야 해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된다.

당장 금융지주사로서의 전환이 어렵더라도, 기업구조 개편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승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계열사로 거느리게 되면서,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증여받지 않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29일 공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 중 2.05%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처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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