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잇따라 가격 인상이 이뤄진 가공식품의 답합 가능성에 주목하고 대대적인 실태 점검에 나섰다.

식품업체들이 경쟁사의 가격정보 등을 교환하는 등 담합 정황이 잡히면 즉시 고강도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서민 가계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지나친 가격인상을 엄단하겠다는 의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21일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한꺼번에 가격 인상이 이뤄진 가공식품 품목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직접적인 가격 인상 합의 없이 수입 곡물가격 등 정보를 교환만 해도 가격 담합을 시도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정위가 중점으로 점검하는 대상 품목은 서민 식탁물가를 구성하는 라면, 참치, 음료수, 즉석밥 등 가공식품들이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는 즉석밥, 동원F&B는 참치, 롯데칠성과 한국코카콜라는 음료수, 삼양라면과 팔도는 라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경우 맥주 가격을 최근 올렸다.

공정위는 이같은 가격 인상이 적절했는지, 가격 인상 전후로 정보 교환과 같은 불공정 행위가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전형적인 과점 구조로 상위 2~3위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대단히 높다”며 “가격 인상이 단기간에 무더기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밀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농산물이나 수산물은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다수 경쟁자가 존재하는 시장이어서 담합 여지가 거의 없다고 보고 점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이같이 식품가격 상승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은 정부가 가공식품 가격 상승을 내버려두는 것 아니냐는 최근 비판을 의식한 대응책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생활필수품과 농산물의 가격상승으로 국민의 염려가 많은데 추석을 앞두고 수급 안정과 물가관리를 일찍 시작해달라”고 지시했다.

한편 농촌경제연구원은 연말이 되면 밀가루가 올해 2분기보다 27.5%, 옥수수가루는 13.9%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자장면, 빵, 국수, 맥주 등 ‘식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음식재료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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