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서울보증보험 사장(사진)은 16일 43주년 창립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특별채무감면 실시로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친 채무로 자력변제가 힘든 생계형 채무자 5736명이 신용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는 특별채무 감면대상자 19만327명에서 3% 정도만이 감면혜택을 받은 것으로 의욕적인 사업 추진의 결과로는 아쉬움이 크다.

서울보증보험의 특별채무감면은 김 사장이 취임 직후 추진한 사업이다. 장기 생계형 채무자 19만여 명을 대상으로 연체이자를 전액 면제하고 대출 원금의 30~50%를 감면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표 당시 채무감면 대상의 규모와 감면 폭이 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번과 같이 당국과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부채감면 조치를 발표하는 등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을 정도.

무엇보다 서울보증보험은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12조원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곳이어서 "국민세금부터 갚는 게 먼저"라는 목소리가 컸다.

서울보증보험은 지원받은 공적자금에서 지금까지 4조 원가량을 상환했지만 아직 8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갚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논란 속에 강행한 사업이어서 김 사장의 애정은 남달랐다.

김 사장은 "감면대상자들에게 전부 안내서를 발송하고 안내 전화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사장은 "(감면혜택을 본 채무자가) 19만명의 3%라지만, 다른 (기관 등의) 채무감면율은 1%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5736명만이라도 신용회복을 하게 된 것은 서울보증보험이 적극적으로 노력했기에 가능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채무감면 혜택 비율이 저조한 이유를 채무자들의 의지가 없다는 것에서 찾았다.

그는 "채무감면 대상자는 한부모 가정, 장애인, 중증난치병 환자 등 사회취약 계층의 사람들"이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신용회복을 통해 경제적 활동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채무감면 사업진행을 통해 이들의 빚을 갚을 능력과 의지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 장기 생계형 채무자의 채무를 탕감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이어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신용회복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서진 기자  ls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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