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 앨라배마공장에 3억 달러(약 3600억원)를 투자해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생산에 나선다.

현대차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까지는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에서 내연기관차만 생산해왔다.

13일 앨라배마 주정부와 현대차 미국법인에 따르면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 총괄 사장은 이날 개막한 뉴욕오토쇼에서 앨라배마 공장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무뇨스 사장은 "앨라배마 공장에서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10월부터,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12월부터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3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설비를 갖추고 2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방침이다. 어니 김 현대차 앨라배마 생산법인 사장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이곳 앨라배마 공장에서 우리 직원들이 전기차를 생산하는 모습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이 같은 투자 결정은 조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월 미 정부의 공용차량을 '부품 50% 이상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는 내용의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전기차나 배터리의 미국 현지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품 비율을 2029년까지 75%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난해 5월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현지 생산 및 설비 확충 등에 필요한 비용 74억 달러(약 8조1400억원)를 투자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2030년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 11%를 달성하는 등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공략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미국뿐 아니라 '전기차 현지 생산'이 향후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필수선택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수요가 앞으로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생산단가등을 낮추고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원자재 운송비용, 수출시 해상운송비용, 인건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현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장가동 중단으로 인한 생산차질, 해상운송 물동량 감소 등 소비자에 대한 차량 인도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 '빠른 인도'가 중요한 차별점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이후 각국이 고용률을 끌어올리기위해 자국 투자 제조사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차량을 언제 인도 받을수 있는지, 운송비가 얼마나 제품가에 포함되는지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 또 해외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가 점차 커지는 만큼 인도네시아와 한국 생산만으로 모든 물량을 감당하기보다 생산 효율화를 꾀하는게 나을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업체인 테슬라는 지난 3월 독일 베를린에서 '기가팩토리 베를린' 가동에 나섰다. 주력 상품인 모델Y를 유럽 현지에서 생산해 빠르게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독일 정부의 세금 혜택도 받아 차량 생산 단가는 더욱 내려갈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은 이미 세계 자동차 시장의 미래로 꼽힌다.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십수년 안에 내연차 생산을 멈추고 전기차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힌만큼 발빠르게 각국의 규제 및 지원 정책에 대처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이번 현대차의 현지 생산에 앞서 일각에선 전기차의 국내생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으나, 업계에선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상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총 판매된 전기차는 660만여 대로 현대차그룹은 전년대비 이 가운데 34만8783대를 판매해 글로벌 5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8.1% 증가한 수치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채택한 아이오닉5, EV6, GV60 등 신모델 투입과 정부의 전기화물차 보급정책에 따른 판매 확대, 주요 수출시장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플러그십하이드리드(PHEV) 라인업 강화에 따른 결과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1~3월)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5일 유럽 전기차 판매량을 집계하는 'EU-EV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차그룹의 유럽 주요 14개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4.6%(현대차 7.33%·기아 7.28%)로 테슬라(14.31%)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미국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241% 증가했다. 기아 역시 전용전기차 EV6가 5281대 판매되며 역대 최대 전기차 판매 기록을 세웠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판매는 1위지만 유럽시장 점유율은 4위'라는 점이 테슬라가 독일을 거점으로 유럽소비자 공략을 선언한 이유로 거론된다.

다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려나간 전기차는 여전히 테슬라 차량이다. 테슬라 모델3는 56만3266대로 1위를 기록했고, 모델Y는 43만5672대로 2위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전체 판매 규모는 캘리포니아 프레몬트 공장, 상하이 기가팩토리 공급 확대로 전년 대비 128%증가했다, 이에 따라 104만5072대가 판매됐다.

이 외에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한 지역은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전년대비 166.6% 증가한 333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50%다. 중국 전기동력차 판매급증은 올해까지 연장된 보조금, 홍광미니 등 A세그먼트 보급형 모델 판매 확대, 지난해 신에너지차(NEV) 규제강화, 테슬라·니오와 같은 고가 전기차 시장성장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 전기동력차 전문기업 비야디(BYD)가 신 기술적용 모델과 신형 BEV 출시로 전년대비 232.2% 증가한 59만5089대를 판매했으며 글로벌 판매량 3윌 기록했다. 4위는 제네럴모터스(SAIC GM Wuling·상하이차-GM-울링 합작사)로 홍광미니 판매확대의 영향을 받아 전년비 132.1% 증가한 51만5584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2030년까지 120조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시장에 연간 30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 같은 목표가 달성되면 현대차그룹의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30년 12%로 상승한다. 세계시장에서 달리는 전기차 10대 중 1대 이상을 현대차·기아로 채워 세계 전기차 시장 1위 테슬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6, 2024년 아이오닉7을 차례로 내놓으며 2030년까지 ▲SUV 6종 ▲승용 3종 ▲소상용 1종 ▲기타 신규 차종 1종 등 총 1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지역 특화 전략형 모델을 출시해 2030년 연간 152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특히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S' 등 신규 전용 전기차 플랫폼 2종을 도입하고, 2030년까지 12조원을 투자해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전사적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동화 차량으로 출시하는 데 이어 2030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SUV 4종 ▲승용 2종 등 6개 이상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향후 2030년 전기차 35만대 판매로 글로벌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2%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올해는 GV70 전동화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G80 전동화 모델과 전용 전기차 GV60를 선보인 바 있다.

기아는 내년 출시되는 플래그십 모델 EV9을 비롯해 2027년까지 매년 2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 14종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2030년 전기차 연간판매 120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95조5000억원을, 기아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28조원을 각각 투자한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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