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행복한 시 읽기] 김종길​ ‘설날 아침에’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2.01.23 08:35

[여성소비자신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음력 정월 초하루가 우리의 설날이다. 이미 해가 바뀐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파릇한 미나리 싹이/봄날을 꿈꾸듯” 어릴 적 우리들은 한 밤 두 밤 세어가며 손꼽아 설날을 새 희망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밤새 흰 눈이 쌓이고 나뭇가지를 오가는 부산한 날갯짓과 명랑하게 우짖는 까치들의 산뜻한 몸짓이 설날 새벽을 깨운다. 어머니는 미리 때때옷을 장만해 두시고 설 이틀 전 쯤엔 방앗간에서 하얀 가래떡을 뽑아 오신다.

그리고 섣달 그믐날은 밤새 설음식을 준비하신다. 새해 아침, 온 가족이 모여 축복의 인사를 나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뜻한바 모든 일 잘 이루라고 서로서로 빌어준다. 어른들은 멀리 창밖을 내다보며 새해에는 온 나라에 평화의 씨앗이 은은하게 해님처럼 눈부시게 피어나기를 기도한다.

신나게 널을 뛰는 소녀들은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새해가 되리라 다짐하며 솟구쳐 오른다. 김종길 시인의 시 「설날 아침에」를 읽노라니 새삼 행복했던 설날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시인은 이 시에서 어쨌든 “세상은 살만 한 곳”이라며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고 당부한다. 차근차근 새해를 맞는 마음가짐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특히 이 마지막 연이 온 몸을 끌어당기며 새 힘을 불어넣는다. 바로 사랑과 감사가 깃든 절창임을 깨닫게 해준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새해는 또 어김없이 새롭게 다가온다. 또한 말없이 미래 세대가 태어나 성장하고 있다. 그들은 이 땅 밝은 변화와 번영의 후손들이다. 그들을 바라보며, 기쁘고 찬란하게 맞을 새해가 왔다. 마냥 따뜻한 설날 아침이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