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올해 1분기 GDP 대비 민간부채(가계부채+기업부채) 규모가 216.3%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 금융시장이 대내외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금융취약성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으로 들어오는 금액이 대출 이자로 나가는 금액보다 적은 '좀비기업'도 증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연체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대내외 충격에 대한 우리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측정하는 지수인 '금융취약성지수'가 1분기 58.9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60) 이후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취약성지수는 한은이 가계 및 부채 증감율, 주택 및 주가 등 자산가격 상승률 등 39개 세부지표를 표준화해 산출한 것이다. 금융취약성지수의 상승은 금융불균형 누증, 금융기관 복원력 약화 등으로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내외 충격 발생시 금융·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의 크기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취약성지수는 외환위기 사태가 벌어졌던 1997년 2분기 100을 기록한 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2분기 73.6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보여왔다.

한은은 또 금융불균형이 향후 3년간 심화되고 성장률이 연간 -2.2% 수준으로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가계·기업 신용손실은 37조1000억원으로 늘고, 시장손실도 76조원으로 47조5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각각 가계의 신용손실이 5조4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기업의 신용손실이 8조7000억원에서 27조5000억원으로 급증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금융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기업·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부도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대출 부도율은 충격 전 0.83%에서 1.18%로 0.35%포인트 상승하고, 기업대출 부도율도 1.48%에서 2.36%로 0.88%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더한 민간부채 규모는 3167조2000억원으로 전체 경제 규모의  216.3%를 기록했다. 1975년 통계편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주체별로는 가계 부채가 104.7%로 1년 전보다 9.1%포인트 상승했고 기업이 111.6%로 1년 전보다 6.8%포인트 올랐다. 

1분기 가계부채는 1765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5%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8.5% 증가한 가운데 기타신용 대출도 10.5% 늘었다.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1.5%로 전년 동기 대비 11.4%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44.7%(-2.9%p)를 기록했다. 이같은 수치는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 열풍으로 주택담보 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주식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동반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부채는 1402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1% 늘어났다. 기업부채 증가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가계부채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금 수요와 정부·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금융기관 대출을 늘린 영향이다.

영업이익으로 들어오는 금액이 대출 이자로 나가는 금액보다 적은 '좀비기업'도 기업 수 기준 39.7%를 기록, 전년(35.1%) 대비 4.6%포인트 상승했다. 좀비기업 비중은 2016년 29.4%, 2017년 30.6%, 2018년 33.7%, 2019년 35.1%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28.8%)보다 중소기업(50.9%)에 집중됐다.

한은은 또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취약부문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연체가 최대 0.3%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취약차주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이들을 말한다. 가계대출에서 취약차주 수 비중은 6.4%, 보유부채 비중은 5.3%를 기록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고(高)DSR' 차주 수 비중은 2019년 이후 소폭 하락하면서 지난해 말 13.5%를 기록했다. 이들이 진 부채비중은 39.7% 수준이었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12.7%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월급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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