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동원산업이 라이베리아 정부로부터 불법어업 혐의로 200만 달러(한화 약 22억원)의 벌금을 낸 것에 대해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라이베리아 정부는 동원이 소유·관리하는 어선 프르미에(Premier)호와 솔레반(Solevant)호의 불법행위에 대해 각각 1백만 달러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두 어선은 2011-12년에 걸쳐 라이베리아 EEZ(배타적 경제 수역)에서 위조한 어업허가증 으로 무허가 조업, 어획량 비보고 등 라이베리아 수산법을 위반한 바 있다. 전형적인 불법조업 IUU(불법·비보고·비규제)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동원산업은 불법조업 혐의에 대해서 완강히 부인했다. 회사 측은 “조업권은 통상 라이베리아 수산청이 아닌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사들여 운용하는데 해당 에이전시가 사기를 친 것”이라며 “해당 에이전시에 대한 법적대응을 고려중이다”고 주장했다.

동원산업은 "라이베리아 정부에선 회사 측에 고의성이나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다만 이유야 어찌 됐건 라이베리아 수역에서 어획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사태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지불한 것"이라고 전했다.

해양수산부에서도 “동원산업으로부터 합의했다고 전달받았다”며 “라이베리아 정부와 동원산업 간 합의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유무죄 여부를 판단해 법을 집행하겠다”고 전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외사계는 해당 어선들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상태이다.

그러나 <여성소비자신문>이 입수한 라이베리아 정부와 동원산업 간 합의증명서(Settlement Agreement)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정부와 동원산업은 라이베리아 수역에서의 불법적인 조업행위(illegal fishing activities in the EEZ)임을 상호 인정 및 증명(Witnesseth)했다.

합의증명 전문엔 프르미에 호와 솔레반 호의 사건은 라이베리아 정부의 수산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이며 라이베리아 정부는 올해 2월 21일 두 척의 배를 고소했으나 동원산업 측의 요청으로 관련된 소송을 취하해주는 대신 해당 위반행위에 대한 벌금 합의를 한다고 돼 있다.

이 합의증명서엔 라이베리아 농업부 장관 플로렌스 A. 체노웨쓰(Florence A. Chenoweth)와 이종구 동원산업 부사장이 이에 동의했다.

동원산업은 앞선 3월 라이베리아 정부와 벌금을 협상 중일 때도 국내 언론을 통해 ‘사기피해자’라고 주장하다 라이베리아 인근 및 인도양 연안국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모셔리스, 세이셸, 케냐, 탄자니아, 코모로스, 모잠비크 등 동아프리카의 연안국들은 올해 초 프르미에호의 불법어업 사실이 알려진 후부터 해당 어선의 어업허가증 발급을 거부하거나 자국 항만의 이용을 금지시켰다. 모리셔스 정부는 최근 그린피스의 강력한 요구로 프르미에호의 어획물 하역을 금지한 바 있다.

그린피스 또한 지난 3월부터 한국 정부에 해당 선박을 즉각 귀환시켜 혐의 여부를 조사하고 범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중히 처벌할 것을 촉구해왔다.

한정희 그린피스 해양캠페이너는 “외국정부가 한국 원양어선의 불법행위에 대해 벌금까지 부과한 만큼 한국 정부도 공명정대하게 처벌해 강력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원양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불법어업에 부과할 수 있는 최고 과태료는 500만원으로 미국의(약 1억1500만원) 약 4% 밖에 되지 않는다.

한정희 해양캠페이너는 “지금까지 한국의 원양산업 정책은 산업 진흥에만 치중했을 뿐 감시와 규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장치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한국 원양어선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이번 프르미에호 사건은 중요한 선례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동원산업 프르미에 호와 솔레반 호를 ‘그린피스 불법어업(IUU) 블랙리스트’에 등재할 예정이다. 그린피스 불법어업 블랙리스트는 연안국들이 해외 원양선박에 어업허가증 발급시 참고자료로 사용될 전망이다.

한편 오는 5월 10일 그린피스는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외교통일위, 환경노동위 의원들과 ‘원양어업 정책 개혁방안에 대한 국제 워크샵’을 가질 예정이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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