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홍원호기자] 한국얀센이 제조관리 규정위반으로 식약처로부터 어린이 타이레놀 시럽 162만병 판매금지를 받은 가운데, 거대 다국적 제약사임에도 기본적인 규정조차 지키지 않아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가 우수의약품제조관리(GMP) 규정을 위반해 적발된 일은 드물다는 점에서 추가 조사 이후 처벌 수위에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 어린이 타이레놀 판매금지 결정에 이어 한국얀센의 제조공장을 확인한 결과 GMP 규정 위반 사실을 밝혀냈다. 식약처는 어린이 타이레놀 만이 아니라 다른 의약품에서도 위반 사항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 화성시에 있는 공장 전반을 살펴보고 위반 내용이 있는 경우 추가 처벌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얀센은 지난 2011년 5월 생산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신형 장비를 국내에 들여왔다. 새 장비가 도입된 후 타이레놀 시럽에 거품이 심하게 생기고 시럽이 용기에 균일하게 담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얀센은 기계가 하던 자동공정의 일부를 직원들에게 수작업으로 할 것을 요구했고, 이후 어린이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함량이 제품별로 기준치보다 20∼50%씩 더 들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비교적 부작용이 적지만, 어린아이가 허용치 이상을 복용하면 다양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GMP 규정에 따르면 제조공정이 바뀔 경우 제약사는 필히 관할 당국에 보고해야 하고 제품 품질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얀센은 검증은커녕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한국얀센은 지난 22일이 되서야 타이레놀 시럽에 이상이 있다고 식약처에 신고했다. 한국얀센은 약품의 주성분이 병마다 일정하게 함유되지 않았다고 알렸다. 식약처 직원들이 현장조사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한국얀센의 GMP 규정 위반이 드러났다.

식약처 관계자는 “중소 국내 제약사라도 제조과정에서 GMP 규정은 기본으로 지킨다. 국내 중소제약사가 배울 정도로 다국적 제약사가 제조과정에서 모범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실망스러운 사실은 한국얀센이 타이레놀에 아세트아미노펜이 기준치를 초과에 함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달 18일에 확인했으면서도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또한 명백한 GMP 규정 위반이다.

식약처는 한국얀센이 고의적으로 GMP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위반행위가 실무자 수준에서 생긴 건지, 경영진의 고의적 지시에 의한 결과인지에 따라서 행정처분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한국얀센은 “잘못된 부분이 증명된다면 사과문 게재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지만 아직 최종 조사결과가 안 나와 답변하기 어렵다”며 “지난달 18일 아세트아미노펜의 기준치를 넘게 검출된 제품은 정량을 초과하기는 했지만 안전한 범위였다. 다른 제품에 문제가 있는지, 환자에게 해를 끼칠 내용인지를 검사한 뒤 신고하려다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한국얀센이 GMP 규정을 다수 위반했을 시 사안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우선 가장 중대한 행위는 규정대로 처벌받고 추가적인 행위의 처별량의 50%씩 가산되는 식이다.

약사법에 따르면 GMP 규정을 위반한 제품의 경우 1∼3개월 간 판매 및 생산이 금지된다. 만일 후속조치 과정에서 작업이 끝나지 않으면 이 기간은 자동 연장된다. 현재는 어린이 타이레놀에 대한 내용만 나왔지만 식약처의 최종 조사결과에 따라 처벌수위가 확정된다.
 

홍원호 기자  hongfir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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