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두산중공업에 경영자문관을 파견하기로 했다. 또 산은은 기업금융4실에서 담당하던 두산그룹 업무를 기업구조조정1실로 이관했고, 수은도 기존 기업금융1부에 속해있던 두산중공업 업무를 기업구조조정단으로 이관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관련 업무 이관과 이례적 자문관 파견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산은과 수은은 아시아나항공에 경영자문역을 파견한 이후 별다른 공동관리 절차를 밟지 않고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다만 산은과 수은 측은 일제히 “자금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경영자문이나 워크아웃, 구조조정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최근 관련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안에 두산그룹 자구안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두산그룹은 그룹사 임원의 급여 30%를 반납키로 결정하고 고강도 자구안 마련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상태다. 두산중공업도 부사장 이상은 급여의 50%, 전무는 40%, 상무는 30%를 반납하는 내용의 급여 삭감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45세 이상 직원 2600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으며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 데 이어 일부 휴업도 실시한 상황이다.

이 외에 두산 측이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구안 내용으로는 두산건설 등 일부 자회사 매각, 오너일가 고통 분담, 고정비용 절감, 지배구조 재편 등이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을 분리한 후 양사를 그룹 지주사인 ㈜두산이 흡수 합병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꼽힌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재무건전성이 비교적 탄탄한 상황에 경영부진에 시달리는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두산그룹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탓이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는 '두산 → 두산중공업 → 두산인프라코어 → 두산밥캣'으로 이어진다. 현재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44.86%를,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 36.27%,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의 지분 51.05%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너일가의 고통분담과 지배구조 재편의 경우 지난달 27일 산은의 지원 발표 당시 ‘철저한 고통 분담과 책임이행,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오너일가 3·4세 32명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요구한데 따라 자구책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시 산업은행은 “유동성 부족 상황에 직면한 두산중공업에 대해 채권단이 긴급 운영자금 1조원을 지원키로 했다”며 “산은과 수은이 5대5로 분담하고 그룹의 주채권자인 우리은행이 참여할 경우 그 금액만큼 산은·수은의 지원액에서 차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지원과 관련, 채권단은 두산중공업 측에 계열주, 대주주(㈜두산) 등의 철저한 고통 분담과 책임이행,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산은에 따르면 두산이 제공하는 담보는 계열주가 가지고 있는 두산 지분과 두산 계열사 중 솔루스와 퓨얼셀 등 지분가치가 있는 주식, 나머지 자회사 중 오리콤과 네오플렉스 등 관계사 지분이다. 현물 출자 된 두산 메케텍과 두산타워도 후순위 담보로 제공된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은행권의 전체 채권액은 4조9000억으로 이중 국내은행이 보유한 채권은 3조원 가량이다. 산은이 7800억원, 수은이 1조4000억원, 우리은행 2600억원, 농협이 1400억원, SC제일은행이 1780억원 등이다. 외국계 은행이나 회사채, 전단채, 기업어음(CP) 등 기타가 1조8950억원 규모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의 책임있는 자구노력 등을 봐가며 향후 추가자금 지원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1조원 긴급 지원이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설비사업 실적 악화와 자회사인 두산 건설 손실 지속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2.5% 감소한 877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손실도 4952억원에 달한 바 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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