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여성 파워인터뷰
손근민 서울시립대 교수 "목공예를 통해 아날로그 세계의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다"목공의 과정은 정신을 맑게 해주기 때문에 삶의 질이 좋아져
김경일 기자 | 승인 2020.03.27 19:46
사진=여성소비자신문 김경일 기자 

[여성소비자신문 김경일 기자] 4차산업혁명시대는 인공지능, 5G,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블록체인, 스마트시티·공장, 로봇·드론으로 빠르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디자인 영역도 기존의 개념과 전혀 다르게 진화되어, 개개인의 경험이 빅데이터로 수집하여 빠르게 적용되며, 새로운 형태의 의미와 가치가 재해석되고 있다.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데시그나레(designare)라는 라틴어에서 지시하다·표현하다·성취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의 유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디자인은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프로 디자이너의 경험은 브랜드를 ‘실체화’ 시켰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국내 최고의 아이덴티티 전문회사인 디자인파크에서 1992년부터 16년간 근무한 후 현재 서울시립대 산업디자인학과 학과장으로 재직중인 손근민 교수의 말이다.

왕뚜껑 디자인한 디자이너

손 교수는 아이덴티티 분야 디자인 전문가다. 그는 국민은행, 청정원, LIG, 교보생명, 아이리버, 한국도로공사, 하이서울 등 국내 CI, BI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는 축적된 다양한 성공 사례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디자인 솔루션을 연구하며, 자신만의 디자인 방법론으로 디자인 전반에 확장성과 성공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왔다.

그 가운데 왕뚜껑 컵라면은 자신이 디자인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왕뚜껑 디자인을 통해 ‘격이 없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다.

그는 회사를 퇴직한 후 교수가 되기 전까지 10여년간 ‘손디자인’이란 디자인 회사를 창립하고 운영하기도 했다. 이때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2의 인생은 후학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김경일 기자

디자인 산업의 현주소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앞으로 디자인 분야의 전망은 좋습니다. 다만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만 보지 말고, 학창시절에 여러 나라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교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도전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를 바랍니다.”

손 교수는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편리하게 하는 실용학문이 ‘산업디자인’이라고 말한다.

“과학적 탐구를 하여 미적, 문화적, 실용적 가치를 창출하는 목표를 가지고 수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고 있습니다.

산업디자인은 크게 공업디자인과 시각디자인으로 나뉘는데 공업디자인 전공은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와 제품 및 생활 환경을 대상으로 목적에 맞게 프로세스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시각디자인 전공은 인간과 환경의 조화로운 삶을 창조하기 위해 각종 정보를 조형적이면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시각화하는 전문 교육과정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시각디자인 학과는 일반적으로 그래픽디자인 분야와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멀티미디어 디자인 분야에서 다양한 시각 문화의 프로페셔널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도 다양한 분야가 있기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통해 미래 비전과 자신의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게 교수로서 그가 후학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조언이다.

‘기술’ 수업의 부활과 도구의 사용

손 교수는 주중에는 서울시립대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주말에는 주로 파주에 있는 ‘목공방’에서 작업을 하며 지냅니다. 40대까지는 회사를 다니고, 긴장 속에서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어요. 개인전을 열기도 하는 등 치열한 삶을 살았죠.

2009년에 멀티미디어 디자인을 하는 학교 후배이자 회사 후배인 박승필 디자이너가 가구를 함께 만들자고 권유를 해서 이 일을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목공을 시작했어요. 처음에 목수일을 시작할 때는 커리큘럼에 전혀 맞지 않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 제가 만들고자 하는 것과 전혀 맞지 않지 않는 작업을 하게 되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작품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욕심에 지인들과 함께 9평 공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장비를 갖춰나가면서 공방을 25평, 60평으로 넓혀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2018년 11월에 드디어 지금의 120평 목공방으로까지 넓히게 되었고 현재는 6명의 목공 디자이너(?) 가 함께 일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는 50대, 60대 이후 선배들이 자신이 해왔던 일과 동떨어진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디자이너 직업을 가진 선배들이 자신의 직업과 전혀 다른 일을 하시는 것을 보면서 저는 어떻게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대학시절부터 좋아했던 목수 일을 그동안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요. 그리고 지금은 목공방에서 제가 만들고 싶어 하던 작품의 실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에 대한 만족도가 점점 높아가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디지털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면 이제는 목공이라는 도구를 다시 사용하면서 본질적이고 본능에 가까운 행위를 통해 만족감을 느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생각을 하고, 표현을 하고, 실체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재료가 주는 촉감을 느끼면서 목공의 과정과 그 작품에 대해 더욱 애착을 더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목공일의 과정은 정신을 맑게 해주기 때문에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어요.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빠르게 디지털화되어간 과정을 ‘도구’의 사용을 통해 다시 아날로그를 접하면서 치유와 회복이 되어가는 과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저는 저희들이 청소년 시절에 경험했던 ‘기술’ 과정이 다시 부활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매력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행복한 직업입니다. 보통 직장 생활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자기를 표현하고 자기의 생각을 작품에 반영하게 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생산적이고 만족도가 높은 직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월급을 받는 과정에서 딱히 재미있는 직업이란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직장을 다니면서 성취도가 높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하는 분들이 일주일 내내 기획서를 쓰면 재미가 없겠죠. 하지만 자신만의 포맷과 스타일이 완성되면 일이 수월해지듯이 디자이너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는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부터 프라모델, RC비행기, 종이배(전함), 산악바이크(오토바이)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 하고 있는 목공도 10여년 넘게 해오고 있는 것 중 하나이다.

주인과 손님의 구분이 없는 목공방

고즈넉한 파주 시골 막다른 길에 겉으로 보면 아무도 없을 법한 120평의 공방은 마치 대형 목공소에서나 볼 수 있는 값비싼 장비로 가득 차 있었다.

주인과 손님의 자리가 따로 없는 테이블들과 공간의 쓰임새는 다시 보니 민주적으로 공평히 나뉘어져 있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어색하게 맞이했던 분들은 각자의 행복을 위해 스피커를 제작’하는 분도 계셨고, 의자를 제작하는 분도 계셨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물건은 쉽게 찾을 수 있으나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며 진화했던 본질적 성취감은 느낄 수 없어졌다. 일상은 디지털 시대에 살지만 주말에는 아날로그로 가치를 만들며 사는 손 교수의 삶에서 ‘인생 디자인’하며 사는 모습을 본 하루였다.

얼마전 모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테슬라의 사어버트럭(Cybertruck) 디자인이 아무리 획기적이고 뛰어나다고 해도 상용화되고 똑같은 모델이 거리에 보이게 되면, 처음의 감동도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김경일 기자  imagemode@naver.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