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 유통사업 개편과 구조조정에 대해 설명했다. 온라인 유통 채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하고 호텔롯데 투자계획도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 5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와 인터뷰에서 어려운 한국 경제 등 이유로 약 5년 간 1조엔(약 11조 420억 원)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며 롯데그룹의 경영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오프라인점포 성공 체재를 모두 버리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13일 ‘2020년 운영전략’을 발표하고 현재 운영 중인 점포 200여 곳을 정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 오프라인 점포의 약 30% 규모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경량화하고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 재무건전성과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이르면 3년에서 안에, 길면 5년에 걸쳐 현재 412곳인 슈퍼를 70곳 이상, 124곳인 마트를 50곳 이상 폐점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이 같은 계획을 일본 시장에도 밝힌 셈이다.

롯데의 이번 구조조정 배경은 최근 지속된 실적부진에 있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쿠팡·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로 몰리며 오프라인 매장 등 롯데쇼핑의 실적이 점차 줄어든 탓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17조6328억원, 영업이익 42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1%, 영업이익은 28.3% 줄었다. 지난해 4분기 당기순손실도 1조 1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커진 규모다. 이같은 상황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불황이 겹친 탓에 올 1분기 실적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여러 자회사가 별도로 다루던)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하고 모든 제품을 가까운 (롯데)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그룹계열사 40%의 최고경영자를 젊은층으로 교체한 데 대해서는 "디지털화를 입으로는 말해도 매장경영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롯데는 지난 2월부터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 서비스를 일부 시작했다. 이는 백화점·마트 등 쇼핑 부문 전 상품을 하나의 모바일 앱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계획한 서비스다. 롯데는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매장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춘 슈퍼로 대체하고. 마트의 패션 존은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을 진행하는 등 기존 매장 운영 개념에서 벗어난 융합의 공간을 구현한다는 예정이다. 여기에 인터넷 유통 채널을 강화해 매출 증가를 노리는 '옴니 채널 전략'을 가속화한다.

한편 신 회장은 호텔 사업에 투자 확대 방침도 밝혔다. 롯데그룹 호텔 사업의 매출 규모는 1조 엔이 넘고 지난해 6월 미국 시애틀에서 고급 호텔을 신규 개점한 상황이다. 신 회장은 “인수합병(M&A)도 포함해 앞으로 5년 간 현재의 2배인 세계 3만 객실 체재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수 년 내로 영국과 일본 도쿄(東京)에서도 새로운 호텔의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19일 호텔롯데 대표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호텔롯데는 지난해 12월31일자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기존 신동빈·송용덕·김정환·박동기 체제에서 이봉철·김현식·최홍훈·이갑 대표 체제가 됐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책임 경영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재계는 신 회장의 이같은 움직임을 호텔롯데 상장 작업 일환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고 전문성을 높여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뉴(new) 롯데' 핵심 과제로 꼽힌다. 뉴 롯데는 2017년 10월 출범한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한국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데, 호텔롯데 상장은 이 과정의 필요조건으로 꼽힌다.

호텔롯데 상장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일본 주주 지분율을 50%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 99%를 가지고 있다. 롯데지주 출범 이후 대부분 계열사는 롯데지주 지배를 받고 있지만, 일부 계열사는 호텔롯데가 최대주주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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