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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눈엔 부처만 보이고 개 눈엔 똥만 보인다윤석인의 문학동네
윤석인 | 승인 2020.03.02 08:54

[여성소비자신문]초여름의 일이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문인협회 사무국장을 하고 있었으며 1년에 한번쯤은 인천 월미도에서 ‘야외 시낭송회’를 주선하지 않으면 유람선에서의 ‘선상 시낭송회’개최하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선생님, 그 날 손님들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홍보 좀 해주세요”

선상 시낭송회를 준비하면서 AA문학회의 X부회장에게 부탁을 했다.
“사무국장 친구들도 많이 오라고 해”
“그렇잖아도 많이 올 거예요”

오래 전부터 X부회장과 나는 시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했고 시집을 낼 때도 서로 많은 조언을 주고받은 터라 아무 의미 없이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문득 시낭송 관객 차원으로 참석할 내 친구가 떠올랐다.

“아, 참, 선생님 혼자 된 내 친구가 있거든요. 좀 좋은 사람 없을까요?”
“혼자 됐어?”
“예, 남편이 죽은 지 몇 년 됐는데 남자 좀 소개시켜 주세요”
“참 해?”
“예, 아주”
“…음, 한 번 알아봐야지 뭐”

과부가 되었어도 신앙생활을 아주 잘하는 친구라 혼자 그만 고생했으면 싶었다.
‘부회장 정도면 얼추 알맞은 나이의 사람을 많이 알거야’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까지 들어서 그리 부탁을 한 것이었다.

그 후.
선상시낭송회를 앞두고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니 X부회장의 목소리였다.
“사무국장, 나 X야”
“어머 웬일이세요?”
“거 지난번에 이야기 한 친구 말이야, 정말 남자 소개 시켜줘도 되는 거야?”
“아, 그 친구요? 그럼요 되지요”

“그 친구 이번 시낭송 때 온다고 했지?”
“예”

“내 친구도 온다고 했으니까 소개시켜 주자구”
“어머, 그래요? 선생님 친구 분은 아이들이 몇이에요?”
“응? 그 그건 왜?”
“내 친구는 딸이 하나 거든요, 그래서 선생님 친구 분에게 아들이 있다면 더 잘 어울리고 좋을 거 같아서요.”
“응…그 그래?”

친구한테 재혼 상대자가 생긴다는 말에 나는 김치 국물부터 마셨다. 내 친구의 나이는 몇이고 친구의 딸은 초등학교 몇 학년이며 성격이나 모든 것을 설명하였으나 계속 대답을 시원찮게 흘리는 X부회장의 태도에 어쩐지 석연찮음을 느꼈다.

“선생님! 그 친구 분 혼자 된 사람 아니에요?”
“으 응….”
“어머, 그런데 왜 제 친구를 소개시키자고 했어요?”
“나, 나는 그냥 알고 지내면 좋을 거 같아서…. 그게 그런 뜻이 아니었나?”

“예? 아니, 그럼…. 어머, 선생님! 제 친구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얼마나 참하고 신앙생활 잘 하는 사람인데요. 제가 좋은 사람 소개시켜 달라고 했던 것은 정식으로 재혼할 상대를 말한 거지 그런 뜻이 아니예요!”
 “……”

“선생님 제가 제 친구에게 유부남을 만나서 연애나 하라고 만남을 주선한다는 게 말이나 돼요? 자기네들끼리 눈이 맞아서 죽고 못 산다면 말릴 수 없는 일이지만!”

내 의도를 잘못 해석한 X부회장에게 따지듯이 몰아붙이다가 불현듯 그의 숨겨진 사생활이 떠올라 그만 말을 멈추었다. X부회장은 분명히 중학교 선생이며 인격 또한 좋은 편이라는 평판을 듣는 사람이다. 적을 만들지 않는 처세술 또한 좋아서 누구든지 한번 만나기만 하면 그와 금새 친해지곤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제나 부드러운 말씨를 사용하는 X부회장과 만나면 문학회의 어려운 일을 상의했고 그럴 때마다 내 의견을 존중해주었으므로 X부회장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부인보다 더 젊은 첩을 하나 둔 사실을 알았어도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인데다가, 글 쓰는 사람이 남의 사생활을 좋다 나쁘다 운운한다는 것은 어딘가 의식이 부족해 보이는 일이라 입 뻥긋 안하고 지내왔었다.

“사무국장, 없던 일로 하고 다음에 봅시다.”
얼버무리며 전화를 끊는 X부회장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불쾌하기가 짝이 없었다.
‘아니 나를 뭘로 봤기에 내 말을 그렇게 들었다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의 사생활이 그러해서인지 재혼 상대 소개해 달라는 말을 과부 바람 필 상대로 알아들은 것이었다.
부처 눈엔 부처만 보이고 개 눈엔 똥만 보인다더니….

얼마 후.
나는 X부회장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사생활을 알게 되었다. 살림까지 차려준 그 여자(내가 알고 있는 X부회장의 첩) 말고도 만나는 여자가 또 있으며, 그 상대가 자주 바뀐다는 것이었다. 참 웃지 못할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첩을 두었을 때 ‘사랑하는 모양이구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점잖은 얼굴 뒤에 도사리고 있는 사랑의 사기 행각이 나로 하여 X부회장과의 대면을 거부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나는 X부회장만 바라보고 사는 부인이 불쌍하게 여겨지며 저만 사랑하는 줄 알고 있는 그의 첩이 어리석은 여자라고 느껴진다.
“개 같은 놈!”
아직도 X부회장만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온다.


윤석인  siyoon71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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