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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와 소비자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은?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2.26 10:36

[여성소비자신문] 최근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빅데이터시스템을 활용해 소비자 상담을 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달 마스크 등 보건·위생용품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 상담이 전월보다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소비자피해 급증

또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미리 예정된 여행이나 모임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위약금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분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전염병 감염을 우려한 소비자가 계약 연기나 취소 등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경우, 또는 소비자 귀책사유로 인해 위약금이 적용된 경우에 대한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직구 상품 배송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경우 소비자 피해구제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내 소비자보호관련법의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쿠팡 위메프 티몬 옥션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등 국내 오픈마켓에 입점한 구매대행 해외사업자에 대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배송지연으로 주문 취소를 해도 거절당하거나 고액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한편, 코로나19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 사례도 늘러나고 있다. 정부기관을 사칭하며 금전 또는 특정 앱 설치를 요구하는 등 갖가지 수법이 난무하고 있다.  ‘마스크 무료배포’, ‘코로나로 인한 택배배송 지연’ 등 코로나19 정보를 가장한 스미싱 문자 시도 등으로 소비자를 우롱한다.

국가의 대응체계 미비로 인한 소비자피해 

2003년 사스사태, 2015년 메르스사태 당시 정부의 대응미흡으로 발생한 피해는 이번 코로나 19 시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검역체계의 미비, 감염병 관리체계에 관한 정부․지자체의 거버넌스, 방역조치에 대한 정부의 책임, 의료관련 감염 대응책의 미비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의 불안과 피해는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감염병 관련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감염의심자의 인권 보장, 자가격리 위반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 손실보상, 국가배상책임 등의 문제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수차례 전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의 신속한 예방대책과 위기대응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불만과 불안감을 표출해 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전문가들의 선제적 대응방안을 수차례 호소하였지만 정부의 늑장 대응한 사례가 속출했다. 일부 확진자는 의심 증상으로 보건소를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검사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구경북지역의 집단감염사태가 일어나자 지난 2월 3일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고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선제적 제안을 무시하고 감염자가 전국적으로 속출되어600여명이 넘어가자 마지못해 지난 2월 23일 “심각단계”로 상향 조정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사태 초기부터 많은 국민들이 청와대 청원을 통해 중국인 국내 입국을 철저히 제한하여 감염원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물론 의협에서도 지난 1월 26일 6번째 환자가 확진되자 이 같은 의견을 표명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우한을 포함한 일부 중국지역 입국자를 통제할 뿐 중국 눈치 보는 정권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우선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은 소비자기본법을 비롯하여 소비자 관련 법령에 따라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사태가 ‘불가항력(Force Majeure, 천재지변·비상사태 등으로 인한 책임이행 불가)에 의해 계약내용을 지키지 못했다면 면책이 될 수 있다.

유엔 세계보건기구(WHO)가 1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의 확산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휴일을 연장하고 방역을 실시하며, 도로와 대중교통 서비스를 부분적 또는 완전 폐쇄하는 등 긴급대책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에도 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위기경보를 최상위 심각단계로 발동하였다.

이러한 국제적·국가적 조치는 불가항력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계약의 연기나 취소 등으로 발생하는 위약금이나 손해는 소비자의 귀책사유가 아니므로 소비자는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사업자나 공급자는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데 국가에서 손실보상이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전염병 예방과 국민의 안전에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면 국가배상책임의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이와 관련 2015년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재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메르스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국가와 병원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이미 5년  전부터 일부 메르스 감염 피해자들은 대한민국 정부와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과실을 인정받았다.

2018년 30번 환자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 선고에서 서울중앙지법은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에 따른 검사와 조사 등 조치가 지연된 책임이 있다고 보고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자녀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한 104번 환자의 유가족도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내 1억여원의 손해배상을 받았다. 2019년 9월 다른 메르스 환자의 유족들도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 2900여만원을 배상받았다.

이러한 판결에서 대부분 정부의 보건관련 업무의 관리 감독 부실을 인정한 것이다. 즉, 보건 당국이 1번 환자가 중동지역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후속 환자들에 대한 조치도 지연됐다고 인정한 것이다.

물론 국가의 손해배상을 묻기 위해서는 관련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그리고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환자나 유족들이 정부기관이나 병원이 전염병 감염을 확산시키는데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도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면 전파차단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대응방법이 검역과 격리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공무집행의 과실로 인하여 감염병의 확산 감염이 일어났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방역당국은 전파차단을 위해 구체적인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반국민이나 환자가 요구하는 공역무의 기대치와 예견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부작위에 따른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배상법상  과실이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당해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가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 의무이므로 개연성이 있는 미래의 위험도 철저히 예방해야 할 것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법리로 볼 때 그동안 코로나19사태를 겪으면서 보여준 정부의 늑장조치나 부작위 행정행위가 국가배상책임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여 진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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