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김이연 기자] SH공사가 지난달 11일 마곡지구를 시작으로 올해 공급되는 8179세대의 분양주택을 건축공정 60% 시점에서 분양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경실련이 “SH공사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후분양제에서 후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분양원가 공개와 함께 완공 80% 후분양제를 도입했다.

완공후분양제는 소비자가 주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물건을 보고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제도다. 선분양제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면서 후분양제에 대한 관심도 높은 실정이다.

건설사들은 지난 1990년대 후반 분양가 자율화를 요구하면서 후분양제를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선분양제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분양 피해도 여전하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금까지 후분양제를 시행한 곳은 2006년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후분양제를 도입한 서울시가 유일한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후보 시절 ‘선분양제도는 많은 분양피해자들을 양산시키고 있다. 준공 후 분양이 의무화돼야 무분별한 시민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며 후분양 민간 확대에 찬성한 바 있다.

SH공사는 지난 2011년 11월 SH공사 선분양 도입 보도에 “완공 후 분양제의 민간 확대에 대한 기본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며 시장상황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중앙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경실련은 SH공사가 분양시점을 앞당긴 점에 대해 “분양대금을 일찍 회수해 자신들의 경영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선붕양 주택공급 구조는 공급자가 막대한 위치에 있으며 3년간 걸리는 주택건설사업의 모든 리스크는 선분양을 받은 소비자에게 전가돼 사기분양을 당한 소비자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SH공사는 “‘공동주택분양가격산정등에관한규칙’ 개정에 따라 맞춤형 주택의 일환으로 입주자에게 추가 선택품목(오븐, 식기세척기, 옷장, 수납장, 신발장)에 대해 선택권을 부여하고 선호하지 않는 제품의 배제로 자원낭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H공사 측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다 넓히기 위해 60% 공정 시점에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실련은 “서울시의 완공 80% 후분양이 이런 위험(분양 피해)을 많이 보완해 줬지만 SH공사의 채무를 이유로 점점 더 후퇴되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이번 SH공사 결정 철회와 후분양제를 통해 우리나라 주택공급 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김이연 기자  kimiy@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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