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지난해 12월 10일 민생법안의 하나인 제품안전기본법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2020년 6월 11일부터 시행된다

이 개정법에는 사업자의 리콜 이행의무가 강화되었다. 물론 현행법으로도 안전성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당 제품의 위해성이 확인된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의 제조 및 설계 또는 제품상 표시 등의 결함 또는 제품의 기술상, 구조상 특성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 및 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어서 해당 제품의 사업자에 대해 수거, 파기, 수리, 교환, 환급, 개선조치 또는 제조 및 유통의 금지, 그 밖에 필요한 조치 권고를 중앙행정기관으로 부터 받은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그 권고를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에 사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벌을 받을 수 있다(동법 제26조 제1항).

제품안전법 개정의 주요내용-리콜의 실효성 강화

올 6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법률에는 리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제품의 수거 등 리콜의 권고 및 명령을 받은 사업자 또는 이미 제품의 위해성이 확인되어 제품의 리콜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사업자는 리콜계획서 및 결과보고를 관할기관에 제출하고, 이행현황을 보고한 경우 관계 공무원 또는 한국제품안전관리원의 임직원으로 하여금 해당 사업자의 사업장에 출입하여 이행현황을 점검하게 할 수 있다.

이행현황 점검의 결과 해당 사업자가 스스로 작성하여 제출한 이행계획서에 따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이를 보완하여 이행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개정법 제15조의3). 이러한 보완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법 제26조 제3항).

사업자가 중대사고가 발생하여 보고의무를 태만하거나 거짓으로 한 경우, 또는 사고 조사를 하지 않고 조사결과를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 보고한 경우, 리콜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제출하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개정법 제27조 제1항)

2020 안전성조사 강화 정책 발표

정부는 지난 1월 15일 불법·불량제품의 시중 유통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안전성조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2020년 안전성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제품 안전 중점관리품목을 확대하고 안전성조사를 연중 감시체계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2019년 소비자 위해도가 높은 전동킥보드, 완구, 전기찜질기 등 중점관리품목 29개를 지정·감시했는데 2020년에는 최근 부적합률이 증가하거나 위해 우려가 높은 유모차, 전기오븐기기, 구명복 등 21개 품목을 추가해 총 50개로 확대하여 집중조사를 시행한다.

또한, 정기조사의 집중도와 리콜 조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요 집중 시기별, 조사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계절성 품목과 중점관리품목을 분리하고 조사 횟수를 5차례로 늘린다.

제품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도록 소비자 인기 제품, 위해 우려 제품, 국내외 사고 빈발제품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제품은 연중 수시 조사해 부적합 제품은 미리 퇴출할 수 있도록 한다. 리콜 이행 전담책임제도 도입한다고 한다. 리콜 조치된 불법·불량제품의 유통을 차단하고 재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시장 감시도 더욱더 철저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과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이러한 리콜제도의 입법적 보완과 정부정책의 강화의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일상적으로 퍼져있는 위해제품의 위험지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라돈침대파문 등 대형 사고발생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우려와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오늘날 제조·생산되는 제품의 양은 많아지고,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제품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가제품의 수입활성화와 융·복합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국가제품안전관리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제품들이 증가하고 있어서 소비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제품안전과 관련해 기존의 규율체계가 존재하고 무수히 많은 관련법령에 따라 관리·감독되고 있지만, 사전적 관리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고, 제품의 성격 등에 따라 소관 부처가 불명확한 경우가 발생하는 등 제품안전 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 일어난 몇 가지 사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만 해도 해당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률이 미비하여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아직도 피해자들의 구제가 진행 중이다.

서랍장 사고로 논란이 되었던 이케아 제품의 경우는 사고 후 미국 내에서는 리콜을 실시하였지만 국내에서는 규정을 준수하고 안전성심사를 통과하였다는 이유로 리콜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영유아 물티슈의 경우 화장품법을 근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감독을 받고, 청소용 등 인체 세정과 무관한 제품은 공산품으로서 국가기술표준원의 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어 중복규제나 규제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소지가 있다.

앞으로 4차산업혁명의 핵심산업인 자율주행자동차, 지능형 로봇(AI) 및 수많은 바이오 아이티(IT) 융합 제품, 나노(Nano)융합 기술 제품 등 신기술의 분야의 위해제품들은 안전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이 뻔하다.

현재 제품의 안전 관리에 대한 근거법령은 제품안전기본법를 비롯하여 제품별로 각 분야의 개별안전관리법령이 존재하지만 여러 법령들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새로운 기술 및 제품 제조·유통·소비 등의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정책적 혼선이 가중될 수 있는 구조가 문제이다.

제품안전기본법 등 관계법령의 체계적 정비 필요

첫째, 소비자주권의 내용인 소비자안전권은 국가가 철저히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 구제방안을 소비자기본법을 비롯하여 개별 소비자 안전 관련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

소비자가 물품 또는 용역(시설물 포함)으로 인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로부터 보호받는 안전에 대한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소비자주권의 내용이며, 소비자기본법에 규정되어 있다「소비자기본법」 제4조 제1항), 물론 소비자 안전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물품 또는 용역 등의 다양성에 따라 식품, 의약품 및 화장품, 제품, 서비스, 시설물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소비자 안전과 관련한 법률은 ‘소비자기본법’을 비롯하여 ‘식품안전기본법’, ‘제품안전기본법’ 등이 있으며, 제품의 유형과 분야별로 각각의 특별법을 통해 안전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소비자피해예방과 피해구제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 하도록 관계법령에 규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위험으로 인하여 소비자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품안전을 감독하는 국가의 의무가 당면과제이다. 사고 후에 국정조시를 하고 민·형사상 법적 보호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가배상책임을 쉽게 인정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정부는 제조업자의 신청사항에 대하여 법적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주었기에 책임이 없다고 하면서 제조자와 유통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소비자 주권을 제품안전기본법에 규정하지 않은 것은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제품안전기본법에 안전인증제도를 체계화하고, 강제인증제도를 생활용품 전반에 걸쳐 확대해 나가야 한다. 현재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과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 강제인증과 자율인증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과 독일법과 같이 제작안전과 사용안전의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안전기준에 관한 규정을 제품안전기본법에 규정하고 개별법규에 구체적 기준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정비해야 한다.

셋째, 제품안전에 대한 감독청, 평가기관과 시장감독기관이 분리되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현행 제품안전법에는 관할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안전감독청이고(동법 제9조), 시장감독기관이다(동법 제10조, 제11조). 안전평가기관은 이법에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으며(제9조 제3항), 결국 당해 행정관청이 위임 및 감독을 하므로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어 조사나 평가의 공정성·객관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넷째, 사업자에게 제품의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독일처럼 제품안전기본법에 명시해야 한다. 제품안전 관련 정보제공 내용은 제품사용상 안전관련 주의의무를 비롯하여, 안전인증, 숨겨진 위험, 사업자관련 정보도 포함해야 한다. 물론 소비자기본법에 소비자에게 제품표시 및 사용설명서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좀 더 상세한 정보제공의무를 제품안전기본법에 규정해야 할 것이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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