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아주 오래 전, 경기도 S군청에 미스 민이라는 아가씨가 근무하고 있었다. 그녀는 훤칠한 키와 깨끗한 마스크를 지녔으므로 보는 이들마다 ‘공무원 하기에는 아까운데’ 할 정도로 ‘화려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여자였다.

어느덧 미스 민은 나이가 차서 선을 보았다. 상대는 00대학과 00대학원을 나온 대그룹의 귀재 K라는 미남형의 청년이었다. 그 당시 미스 민은 스물 일곱이었고 청년은 서른이 넘은 나이라고 했다.

“아니 그렇게 학벌 좋고 집안도 좋은 남자가 왜 아직까지 결혼을 못했대?”

사람들은 미스 민이 미모는 가지고 있지만 고등학교만 졸업한 학력으로는 그 청년의 배필감이 되기에는 좀 기운다고 떠들어 댔고, 어떤 이들은 남의 좋은 일에 재 뿌리지 말라고 일축을 하기도 했다.

정말 K청년은 흠잡을 데 없는 신랑감이었다.
‘혹 여자 대하는 매너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닐까?’

미스 민도 의혹이 들었지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6개월만이라도 데이트 기간을 갖고 난 후에 결혼을 결정하자고 먼저 제의를 했다.

“아냐, 매너도 좋아, 데이트하고 헤어질 때면 꼭 우리집 문앞까지 바래다 주는데, 정말 손목 한번 잡지도 않고 깨끗해!”

6개월 동안 일주일이 멀다하고 만났음에도 K청년은 좋은 집 가문답게 미스 민을 늦지 않은 시간 안에 귀가 할 수 있도록 배려까지 해 주었다.

“야! 너 거짓말하는 것 아냐? 어떻게 그 동안 키스 한 번도 안 해보니?”
“정말이라니까!”
“……”

“정말 나한테는 과분한 상대야, 빨리 결혼하고 싶어.”

미스 민은 이미 결혼한 자신의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서 무척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온 동네 떠나갈 듯이 결혼식을 올렸다. 특히 미스 민의 집에서는 사람들 말처럼 신부 댁이 기운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이 돈 저 돈 끌어 모아 남부럽지 않은 혼숫감을 바리바리 해주었다.

그런데….
신혼여행을 떠난 미스 민이 첫날밤에 친정집으로 헐레벌떡 나타난 것이었다.

“아니, 너 어떻게 된 거야 이 밤에?!”
“너 신혼여행 아직 안 떠났어?”
 “아 아니 그게 아니구….”

무언가에 놀란 듯 미스 민은 부모님에게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후에 알고 보니 첫날밤을 치르지도 못하고 되돌아온 미스 민의 이야기는 실로 놀라웠다.

“신혼여행지에서 호텔에 묵었는데…. 내가 먼저 샤워하고 나왔거든, 그리고 좀있다가 그 사람이 불을 끄고 침대 속으로 들어왔는데 뭔가 자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섬뜩할 정도로….”

“그 그래서?”
 “그 그래서…. 벌떡 일어나 불을 키고 침대 시트를 확 걷어냈더니…”
 “걷어 냈더니?”
 “글쎄…….”

 “……”
 “그걸 보는 순간 소름이 끼쳐서 그 길로 앞만 보고 집으로  곧장 온 거야”
 웃지 못할 이야기였다.

“뭐? 그러니까 병신이란 말이지?” 첫날밤에 도망쳐 나온 미스 민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래 그래서 6개월 동안 데이트를 했어도 범생이처럼 늦지 않게 집에 보내 준거였구나, 계획적이었네, 남자라면 한번쯤 객기를 부릴 수도 있었는데….’

이런 생각까지 들자 미스 민의 집에서는 문제를 삼았다.
“이건 사기 결혼이야! 사기를 한 거라구!”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미스 민을 중매 선 사람은 K청년의 누나였기에 알면서도 중매를 선 거라 하여, 이 일은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내가 비록 누나이지만 어떻게 남동생의 벗은 모습을 볼 수 있었겠습니까? 어릴 때면 몰라두….”

중매를 선 K청년 누나의 말에 “그럼 본인은 알고 있었을 것 아닙니까?”
미스 민의 집안에선 완강하게 반격을 하였다.

그랬더니 그 K청년의 말. “저도 그게 걱정이 되어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는데…. 임신은 시킬 수 있다 라고 진단이 나와서 결혼해도 괜찮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얘기가 그렇게 되자 판사 측에서는 “그럼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한 번 진단을 하고 그 진단서를 받아와요.”라고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 K청년은 또 다시 의사의 진단을 받았는데 그 결과 역시 ‘임신은 시킬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 재판은 ‘임신은 시킬 수 있다’라는 의사의 진단 때문에 미스 민 쪽에서 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니 미스 민의 동네에서는 얼마나 시끄러웠겠는가?
“에그, 미스 민만 불쌍하게 됐어, 어리어리하게 식까지 올렸는데….”
“미스 민보다 그 남자가 더 불쌍하지, 아…미스 민이 뛰쳐나가고 호텔방에 혼자 남아서 얼마나 죽고 싶은 심정이었겠어?!”

여자들은 멀쩡한 여자 신세 망쳤다고 미스 민을 동정하면, 남자들은 K 청년의 편에 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어찌 입방아가 이것뿐이었겠는가?
“처녀가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았지?”

“이런 맹추, 그런 건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아는 거야, 넌 누구한테   배워서 알았냐?”
“하긴, 정말 몰랐다 하더라도 결혼한 친구에게 물어보면 금세 알게 되지, 우   리 집 사람도 결혼 전에 친구에게 물어 보았다는군.”

“임신은 시킬 수 있다니까 그냥 살아도 되는 거 아니었나?”
“그런 소리 마, 신체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성격적 결함까지 몰   고 오는 거 몰라? 잘 끝낸 거야, 아직 젊은데 뭐.”

 “어쩐지 너무 과분한 신랑감이다 했지, 그런 결함이 있을 줄 누가 생각이나    했어야지.”
 오만가지 별의 별 이야기가 온 동네를 휩쓸었다. “더 용감한 건 미스 민이야, 그걸 보고 첫날밤에 도망친 것 보면” 둘 중에 누가 더 용감하냐는 것이었다.

글쎄….
남의 말이라고 아무렇게나 떠드는 그들의 말에 나는 누가 더 용감한지 판단이 안섰다. 다만 지금도 희극과 비극이 엇갈리는 아니 뭉쳐진 이야기라고나 할까.

예수 그리스도
                               윤석인  作 (본명 윤인선)
바람인 줄 알았습니다.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또 다시 스치면 영롱한 빛으로
되돌아
얼결에 부딪치면 서성이는 꽃잎으로

내 가슴 어느 한 곳도
빠뜨리지 않은 채
생명이란 이름으로
꽉 메꿔 주시는 당신을
바람인 줄 알았습니다.

눈물인 줄 알았습니다.
감으면 쏟아지는
눈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또 다시 흘리면 안위하는 손길로
되돌아
못견뎌 글썽이면 드넓은 가슴으로

내 인생 어느 한부분도
놓치지 않으며
영원이란 이름으로
온전히 이끄시는 당신을
눈물인줄 알았습니다.

 

 

윤석인 한국문인협회 강화지부 사무국장  siyoon71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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