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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이별의 과정 소화하기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 승인 2019.12.30 16:59

[여성소비자신문] 사랑에 빠지기는 쉬워도 그 결과로 생긴 애정을 잘 유지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법원에서 이혼을 하는 당사자들을 만나면 감정적인 분노나 원망들이 여과 없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 둘이서 정서적으로 아직도 깊게 연결되어있음을 볼 수 있다.

독일의 부부들은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 동안은 별거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감정적인 이혼이 아니라 좀 더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이성적으로 해결하도록 기회를 준다.

그럼에도 이혼이 어려운 것은 부부들이 짧았든 길었든 간에 애정의 끝은 언제나 죽음 다음으로 겪는 가장 괴로운 일이며 트라우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인이나 배우자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두려움 중의 하나는 감정에 압도당하고 거기서 다시는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또 다른 두려움은 지금 같은 애정을 정리하고 나면 다시는 더 이상 사랑을 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으로 좌절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인의 애정은 과정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애정이 당사자의 감정적 최종 종착역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성장하는 생명체라 생각하면 된다.

이별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부부의 파경이 꼭 고통만은 아니고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음도 보았다. 이혼의 혼돈의 시기를 겪으면서 고통스러운 감정들, 혼란스러운 자기정체감의 위기를 잘 이겨내고, 새로운 자아상을 만들어가고 홀로서기가 가능한 직업을 바꾸고 주도적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자기에 대한 자의식이 더 확장 되며 나쁜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이별의 과정은 힘든 여정이지만 빨리 빨리 해치워야 할 숙제가 아니다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된다. 이별의 과정은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시간이 배운 것을 통합하여 중요한 부분으로 만들어 준다. 때가 되면 고통은 어느 사이에 휙 지나가고 새로운 애정의 탄생을 맞이할 준비가 시작된다. 이별을 위한 치료 과정으로는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자신의 사랑을 말하기다. 애정을 진정으로 넘어서기 위해서는 사랑에 빠지던 처음부터 걸어온 길을 전부 다시 느껴야 한다. 고통의 원천인 사랑의 추억을 회피하기보다는 사랑이 시작되었을 때 삶이 어땠는지 말해보고 느껴보고 체험하는 것이다. 상대에게는 어떤 도움이 되었을지? 상대가 당신에게 준 도움은 무엇일지? 애정이 없어진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이유는 발달과업의 완수와 관계가 있다.

두 번째는 관계의 종말을 직면하기다. 애정이 사라지고 고민스럽게 종말로 치달을 때 일어나는 감정들을 체험하는 정서적 과정을 다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대방에 대한 자기의 분노를 최고의 강도로 표현하고, 상대에게 재앙이 일어나라는 자기밖에 모르는 소망을 표현하는 편지를 쓰는 것이다.

이것의 목적은 이런 강렬한 느낌들을 아무도 해치지 않으면서 환상 속에서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치유를 위하여 자기가 완벽하지 못했던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기의 진정한 과오를 알아차리고 방어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가 지은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사랑을 극복하지 못할 수 있다. 자기 자신에게 용서편지를 쓰는 것이다. 내 자신이 많은 과오를 범했을지라도 한낱 실수할 수 있는 완벽하지 못한 인간일 뿐이기에 자신에게 용서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선물받으며 감사하기다. 애정에는 교훈이 많으므로 그것을 평가해보고 느낌이 어떤지 생각해 보며 전의 애정이 나에게 준 것들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정이 끝나는 시점이 다시 시작하는 기회가 되고 나의 고통과 가슴앓이와 번민을 통해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전 배우자나 애인에게 감사편지를 써 보라. 이 애정의 파탄을 통해 새롭게 얻은 선물은 무엇인가? 나의 자의식, 세계관, 주도적인 삶, 새 직장, 생활방식 등을 써본다.

네 번째는 현실을 재구성하기다. 애정이 파탄난 후 분노와 상실로 우울하고, 너덜하게 자신이 짜증나기고 하고, 초라하게 느끼고 작아진 나를 발견한다. 사라진 애정의 대상이 안보일지라도 자기가 사랑했던 사람은 자기 마음속에 살아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전 배우자나 애인이 나쁜 사람이 아니고 죽어야 할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에서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새로운 심리적 연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자신의 새로운 현실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나의 다음 발달 과업을 써본다.

상대방에게서 무엇을 필요로 하며 얻고 싶은지, 지금 이 순간 나의 발달 과업은 무엇인가?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인가? 나의 자아실현인가? 심리적으로 자라나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 다음에 만나게 될 상대에게서 얻어야 할 중요한 것들은 무엇인가?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미리 재구성할 수 있어야 관계의 파탄을 반복하지 않는다.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kimhyes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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