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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어쩌다, 우호 씨가 마주친 세상
김희정 기자 | 승인 2019.12.30 16:00

[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 “어쩌다 마주친 세상에서 나는 누구였을까?” 저자는 자신을 향한 이 물음이 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 말한다.

그와 동시대를 살아온 세대뿐 아니라 오늘의 젊은이들에게도 던지는 질문이다. 그는 62년 세월을 돌아보면서 ‘어쩌다 태어나 우연히 누구를 만나고, 어쩌다 이런저런 일을 겪은 게 내 삶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저자는 어쩌다 마주친 사건과 사람들 속에서 ‘내가 누구였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오래 꺼져있던 기억의 저장소에 불을 켠다. 기뻤거나 슬펐던 순간들이 56곡의 팝송과 가요 등 울림이 큰 노래에 실리면서 또렷이 되살아난다.

이 책은 파란의 시대를 지나온 한 남자의 곡절 많은 여정, 34년간 방송기자로 일하면서 겪은 세상사를 씨줄로 삼았다. 그리고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란 걸 일깨워준 사람들, 노래와 영화 속 이야기를 날줄로 해서 삶의 키워드로 엮은 성찰의 기록이다.

어린 시절 저자가 맞닥뜨린 일은 응어리를 낳았다. 성장기에 맺힌 한은 고통스러웠지만, 면역력을 기르는 백신이 되었다. 그것은 나름의 직관과 합쳐져 그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냈다. 열 살 때, 무작정 달리기를 했던 반항기는 위선으로 가득한 세상과 마주하면서 점점 더 커지게 된다. 그러나 어렴풋이 보이는 희망,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방황하던 청춘의 날엔 알 수 없던 것들을 로이 클락의 노래, ‘예전에 내가 젊었을 때(Yesterday, when I was young)’가 깨닫게 해준다.

사람은 이런저런 인연을 맺은 이들과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며 산다. 저자에게도 울림을 준 그림자, 햇빛과 물과 흙이 된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 특별한 공간과 시간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영향은 컸다. 군대에서 만난 얼음공장 인부와 고 병장은 삶의 고난이 뭔지 가르쳐 주었고, 젊은 날 시름을 달래준 훈이 형은 저항 정신을 일깨웠다. 사람을 너무나 사랑했던 체 게바라의 휴머니즘, 청년들의 아픈 영혼을 위무해준 신해철의 노래와 삶은 그의 의식 세계와 감성에 큰 울림을 주었다.

인생은 굴레를 쓰고 벗는 과정의 연속이다. 압제의 굴레를 쓰고 살던 5공의 암흑기에 저자는 직장을 얻고,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다. 그때 그는 굴레를 벗는 싸움도 벌여야 했다. ‘땡전 뉴스’를 만드는 방송기자의 굴종을 떨치려고 파업에 앞장선 날, 그는 비로소 자존(自尊)을 찾게 된다. 심야의 만주 열차와 IMF 시대의 강도 사건. 아찔했던 죽음의 위기는 ‘오늘 살아있음’을 감사히 여기게 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성기가 있다. 열정적으로 일해도 지치지 않고, 세상을 보는 통찰의 눈도 깊어지는 시절이다. 저자에겐 ‘시사매거진 2580’과 ‘뮤직다큐멘터리-하루’를 제작할 때가 전성기로 꼽힌다. 그는 다큐 속 아이들의 꿈이 양극화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전성기를 넘어서니 내리막길과 모멸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닐 영의 노래 ‘사방의 거센 바람(Four Strong Winds)’은 그에게 관조의 길을 찾아보라고 일러준다.

저자는 시간 여행을 끝낸 뒤 회한의 굴레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느꼈고, 내가 누구였는지를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한다. ‘어쩌다, 우호 씨가 마주친 세상’을 읽는 독자는 저자의 개인사뿐 아니라, 굵직굵직한 현대사의 편린과 마주할 것이다. 그 시대적 환경 속에서 한 남자가 품었던 꿈과 희망이 좌절과 극복의 오르막 내리막길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책에 수록된 명곡의 노랫말은 실제의 삶과 만날 때 얼마나 생동감 있는 울림을 주는가를 느끼게 할 것이다.

저자 이우호는 1981년 MBC 기자로 입사해 뉴욕 특파원과 사회부장, 논설실장 등을 지낸 뒤 2015년에 퇴직했다. 34년간 방송기자로 일하면서 뉴스보다 다큐멘터리를 더 많이 제작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4년 ‘시사매거진 2580’의 기획에 참여하고 데스크를 맡았으며, ‘뮤직 다큐-하루’, ‘역지사지’, ‘꿈’, ‘광주, 1993년 5월’ 등 14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삼성언론상과 한국 참언론인대상, 방송위원회 이달의 프로그램 상,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그늘진 얼굴과 만나면 지나온 과거를 읽으려고 한다. 그 오래된 습성은 ‘울림이 큰 노랫말’에 탐닉하게 된 바탕이 되었다. 이름과는 반대로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 맞서온 그는 단조로운 일상의 탈출기로 어쩌다 인생의 세상 이야기를 시작한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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