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홍원호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시장 선도' 주문으로 LG 계열사 조직 내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구본무 회장의 바뀐 경영 방식으로 LG 그룹 내 분위기가 인화보다는 경쟁, 수세보다는 공세로 변하고 있다. 특히 삼성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고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지난 14일 뉴욕 타임스퀘어 삼성전자 갤럭시S4 광고판 위에 '4'를 강조한 옵티머스G 프로의 비교 광고를 걸며 삼성을 공격했다. 기존 20년 동안 LG가 광고를 하던 위치에 삼성이 상도덕을 어기고 들어와 LG를 자극했다는 이유다.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특허소송에서도 LG는 만만치 않았다. 21일 삼성디스플레이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건 특허 소송에서 "LG전자에 대한 특허를 취하하겠다"고 손을 내밀었지만, LG전자는 "특허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먼저"라고 맞서며 사실상 특허 소송 취하를 거부했다.

한국국제냉난방공조전에서도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시스템 에너지 효율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LG전자가 에너지 효율 5.68 제품으로 '국내 최고'를 내세우자 3시간 뒤 삼성전자는 5.74 제품으로 국내 최고 타이틀을 가져왔다. 이에 LG는 오후 3시께 5.92 제품을 선보여 기어이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외에도 양사의 냉장고 용량 싸움은 아직도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이며, OLED TV를 놓고는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앞서 세계 최초 제품을 내놓았다고 대대적인 광고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LG가 바뀐 이유는 지난해 9월26일 구 회장이 계열사 임원 300여 명을 모아놓고 쓴소리를 쏟아 냈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을 선도하고 일류 기업이 되도록 실천하라"며 "2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과에 따라 철저히 평가하고 보상하겠다"고 선언했다.

LG 관계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한 것처럼 구 회장이 비장한 목소리로 '시장 선도'를 선포했다"며 "실적이 나쁜 임원은 과감히 자리를 교체하는 등 그룹 내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LG그룹 내에서도 구 회장의 바뀐 경영 행보가 가시화 되고 있다. 지난해 말 LG이노텍에서는 기존 사업부장 4명이 자리를 옮겼다. '구본무폰' 이라고 불린 야심작 옵티머스G에 탑재되는 카메라 모듈이 수율이 떨어져 납기일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LG이노텍은 연구직까지 동원해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2달만에 간신히 납기일을 맞췄고 이에 직원들은 '진땀'을 뺐다.

지난달 초엔 LG전자 TV사업부장이 전격 교체됐다. 그동안 전무 직급이 맡던 TV사업부장에 상무 직급을 선임하면서 파격적인 인사를 실시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UHD(울트라 HD) TV 등 하이 프리미엄 제품 출시는 삼성보다 빨랐지만 수익을 뒷받침해주는 LED TV, 스마트 TV 등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평가 때문이다. 결국 오너의 강한 의지로 수장이 교체 됐다.

'방어'뿐 아니라 과감한 '선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 '갤럭시S4'에 탑재된 '눈동자 인식 기술'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제품 출시 후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각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무리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지만 LG전자는 이번 소송을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고 끝까지 이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나오지도 않는 제품을 두고 '특허 소송'을 거론할 만큼 LG전자 내부에서는 '시장 선도'에 대한 구 회장의 압박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LG직원들이 '실적'을 내기 위한 몸부림이 예전보다 치열하다"고 밝혔다.
 

홍원호 기자  hongfire@hotmail.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