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스웨덴 최대기업인 발렌베리 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회장과 지난 18일 단독 회동했다. 삼성을 안팎으로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 꾸준한 글로벌 대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과 서울 송파구 모 호텔에서 면담을 가졌다. 발렌베리 회장은 스테판뢰벤 스웨덴 총리와 함께 전날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방한했다.

그간 삼성가와 발렌베리가는 15년째 꾸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사회의 존경을 받는 발렌베리 가문에 관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던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003년에 발렌베리 가문의 오너들을 만난 바 있다. 이 회장에 이어 이 부회장도 발렌베리가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만큼 이 부회장과 마르쿠스 회장의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발렌베리 SEB 회장과 경영진의 방한 당시에도 한남동 리움미술관에 초청해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진 바 있다.

당시 마르쿠스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이 북유럽 기업들이 가진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며 “기업의 성장성과 기술적 부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한 바 있다.

발렌베리그룹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최대 기업이다.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 중공업기업 ABB와 은행 등 100여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오너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으로 스웨덴 사회의 존경을 받아오고 있다. 발렌베리그룹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발렌베리 재단을 두고 그룹 이익금의 80%를 연구개발 및 대학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한편 삼성은 이달 들어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연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고위급 경영진의 노동조합 와해 사건 등 법정공방을 연달아 치르고 있다.

특히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지난 17일 삼성전자 창사 이래 사상 처음으로 법정 구속되기도 했으며 내년 1월 17일에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도 예정돼 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삼성 주요 계열사의 정기인사와 조직 개편 등도 해를 넘길 전망이다.

이같은 와중에 이 부회장은 올해들어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및 해외 정상들과 연달아 만남을 가지며 활발한 대외행보를 이어왔다.

앞서 이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NTT도코모·KDDI·도이치텔레콤 경영진 등 ICT 업계 리더들을 연달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부시 전 대통령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UAE 빈 자이드 왕세제 ▲인도 모디 총리 ▲베트남 푹 총리 등 글로벌 정계인사들과의 회동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삼성을 둘러싼 각종 법률적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며 ‘법률리스크’가 깊어지는 상황에 이 부회장이 대외 행보를 통해 그룹과 ‘총수 이재용’이 건재함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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