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기존의 계열사 대표이사 직은 그대로 유지한 채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서만 물러났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세븐일레븐을 보유한 거대 유통업체다.

롯데쇼핑은 22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이인원 부회장, 신헌 사장으로 구성된 4명의 대표이사 중 신동빈 회장이 물러났다고 공시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간 대형유통사들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를 압박하고 대자본을 앞세워 골목상권 자영업자를 몰락시켰다고 지적받아 왔다. 신 회장은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 공판을 앞두고 있고 정 부회장도 일감몰아주기 지시 관련 공판이 예정돼 있다.

규제가 강화되자 최고 경영자들이 줄 사퇴하자 일각에선 책임 없는 경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규제가 미비할 때는 틈타 대자본을 앞세워 공격적인 확장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으면서도 규제 강화할 땐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기 위해 일부러 자진사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나 정 회장처럼 경영권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 훗날 규제가 약화되면 다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등 계열사 부당지원 및 납품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뜯어내는 행위에 대해 형사고발 등 법적 책임을 물리도록 표준거래계약서를 개정했다.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부당행위에 대해선 개입정도에 따라 직접 최고 경영자를 형사고발을 취할 수 있다는 방침도 세웠다.

공정위가 부당거래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서 처벌 수위도 대폭 높아졌다. 감사원과 검찰도 독자적으로 고발이 가능해졌고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시행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 사퇴와 관련 “등기이사직은 유지되기 때문에 경영책임에서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신헌 대표이사가 주도적으로 롯데쇼핑경영을 맡아 온 바 있고 사업이 안정화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결정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지난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유통 부문에 마케팅 강화를 주문한 바 있을 정도로 롯데쇼핑에 위기의식을 불어 넣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롯데그룹 사상 최초로 롯데마케팅포럼을 열고 매년 연례화 할 방침이다.

롯데쇼핑의 말대로 신헌 대표에 힘을 실어 주려면 나머지 대표이사, 신격호 명예회장·이인원 부회장와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지만 이들의 인사거취에 대해 롯데그룹은 “변동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롯데쇼핑 이사회는 대표이사 4명,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6명,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었으나 신 회장의 사퇴로 10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의 후임을 뽑을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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