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박혜경 명인의 음식이 약이 되게 하는 약선밥상⑪] 새하얀 새알심에 복(福)을 담은 동지팥죽
박혜경 요리연구가/ 푸드스타일리스트 | 승인 2019.12.14 17:11

[여성소비자신문] 어렸을 적 동짓날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찹쌀가루로 반죽해 놓은 것을 조금씩 떼어 두 손바닥 사이에 넣고 동글동글 돌려 비벼서 동그랗고 새하얀 새알심을 만들었다.

만들어 놓은 새알심을 팥죽에 넣고 끓여서 새알심이 동동 떠오르면 새알의 쫄깃함을 느낄 수 있는 맛있는 팥죽이 되었다. 어머니는 한 그릇 먼저 담아 대문, 담벼락, 방문, 장독대 등 곳곳에 팥죽을 뿌리셨는데 붉은빛의 팥죽이 몸이나 집 안에 숨어있을 잡귀를 쫓아내 준다고 설명해주셨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우리의 세시 명절인 동짓날은 설 다음가는 큰 명절로 ‘작은 설’이라고 불려지기도 했다. 작은 설인 동지가 지나면 한 살을 더 먹을 수 있다고 믿었고, 어린 나이의 동생은 한 살 더 먹었다고 행세를 하곤 했다.

뜨근뜨근한 팥죽을 담으시면서 새알심은 나이 수대로 먹는 것이라며 나이 수대로 세어서 담아 주셨다. 어린 막내동생은 나이가 어려서 조금밖에 못 먹는다고 투정을 부렸고 웃으시면서 많이 먹고 어서 크라고 하시면서 새알심을 듬뿍 담아 주시곤 했다. 새알심을 붙여서 눈사람을 만들어 놓으면 눈, 코, 입을 만들어 주셨던 부모님과의 행복했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지금이다.

팥의 유래와 효능

팥과 팥죽은 붉고, 힘이 있으며 잡귀와 불행을 물리치고 행복과 경사를 부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옛 조상들은 이사를 가거나, 새집을 짓고 나면 팥죽을 돌려서 경사를 함께 나누었고, 이사 온 집이나, 새집에는 팥죽을 뿌려서 잡귀가 범접하지 말라는 뜻을 담았고, 동짓날이 되면 팥죽을 이웃에 나누어서 이웃 간에 맺은 앙금을 풀고 새로운 새해를 맞이하였다.

팥에는 전해 내려오는 토속신앙의 유래뿐만 아니라, 많은 영양소를 갖추고 있다. 팥은 곡류 가운데 비타민B1, B2 등이 가장 풍부하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에는 비타민B1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데, 비타민B1은 몸의 활력을 높여주며, 지치고 피로가 쌓였을 때, 팥으로 된 음식을 먹으면 몸에 기운이 생긴다.

팥에 칼륨이 많이 들어 있어서 나트륨을 밖으로 내보내어 혈압을 낮추어 주고, 이뇨작용이 뛰어나서 체내의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시켜준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효능이 있는데 우리의 주식인 쌀의 두 배의 식이섬유를 가지고 있다.흰쌀보다 혈당지수가 낮아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활동을 높여주어서 당뇨병에 좋다.

팥의 당질은 장에서 서서히 흡수되어 혈당은 서서히 오른다. 팥의 붉은색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은 노화와 성인병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다. 팥죽을 끓일 때는 철제 냄비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팥에 든 안토시아닌이 철과 결합해 검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껍질 부위엔 사포닌이 많이 들어 있는데 사포닌이 부기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에는 ‘팥에 부종(부기)를 없애는 힘이 있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팥에 들어 있는 사포닌은 피부의 때와 모공의 오염물질을 없애 아토피 피부염과 기미, 주근깨를 제거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세안과 미용에 팥이 많이 사용되었다. 팥은 다이어트에도 좋은 식품이다. 팥은 지방이 소화되지 않고 축적되는 것을 방지하며, 소화흡수율을 높여준다. 체내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로 바꾸려면 소화흡수율이 높아야 가능한데, 팥의 섬유질 사포닌 성분은 변비 치료에 좋고, 포만감을 느껴 과식을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팥은 천연 찜질제로도 사용되었다. 팥을 데우면 온기가 오래가서 몸이 차거나, 배가 아플 때 근육이 뭉치기 쉬운 허리나 어깨 피로가 쌓인 등에 얹으면 근육이 편안해지고 피로 해소에도 좋다. (안 쓰는 수건에 팥을 넣어 박음질한 후 전자레인지에 3~4분 데워서 환부에 올려두면 된다.)

팥은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는 각종 생활습관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귀한 식품이지만 팥 섭취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팥을 생으로 먹을 경우(팥을 갈아 가루로 섭취하는 경우) 팥에 함유되어 있는 렉틴이라는 독성성분이 메스꺼운 복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팥 보관법

팥은 당분이 많아 산화되기 쉽고, 벌레가 생기기 쉽다. 생 팥은 끓는 물에 넣었다. 바로 빼서 바싹 말린 후 항아리에 넣어서 시원한 곳에 두면 오래 먹을 수 있다. 수분이 거의 없는(8~10%) 상태에서는 세균, 곰팡이가 살지 못한다. 잘못 보관하면 벌레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려면 팥을 부숴서 보관해도 좋다.

동지팥죽 맛있게 만드는 법

재료

붉은팥 300g, 불린 쌀 1½컵, 물 18컵, 소금 1½컵, 찹쌀과 멥쌀 2:1로 섞은 후 찬물¾컵, 불려서 가루 낸 것 2컵

쌀을 씻어서 30분 정도 불린 후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다.

팥은 씻어서 냄비에 담고 팥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서 끓인 뒤 살짝 끓어 오르면 물을 버린다.

팥에 물 8컵을 부어서 1시간 정도 푹 닮는다.

푹 무르게 삶은 팥을 뜨거울 때 주걱으로 으깨고 체에 물 10컵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걸러서 껍질은 버리고 앙금은 가라 앉힌다.

냄비에 웃물만 따라 부어서 끓으면 불린 쌀을 넣고, 주걱으로 한 번씩 저어 주면서 쌀알이 완전히 퍼질 때까지 끓인다.

쌀알이 퍼지면 팥 앙금을 넣어 잘 어우러지게 저으면서 끓인다.

찹쌀과 멥쌀을 섞은 가루 낸 것에 찬물¾컵을 부어서 반죽하여 지름 1.2cm 정도로 새알심을 동그랗게 빚어 넣는다.

새알심이 익어서 위로 떠오르면 소금으로 간한다. 센 불에서 새알심을 넣으면 쉽게 퍼지지 않는다.

팥죽 한 그릇을 끓이는 데는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먹는 사람에게 항상 좋은 일 만 있기를 바라며 먹는 음식 팥죽,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잘 마무리되고,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고 바라는 일들이 잘 풀리길 소망하는 마음을 담은 동지팥죽을 올려 본다.

박혜경 요리연구가/ 푸드스타일리스트  Openhp9000@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