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LG가 2020년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구광모 회장의 ‘세대 교체’와 ‘쇄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인사에서 LG전자는 2000년대 들어 최연소 CEO를, LG생활건강은 1985년생 상무를 선임했다.

외부 인재 수혈도 있었다. 구 회장은 지난해 취임 첫해 임원 인사에서 이례적인 외부수혈을 단행한 바 있다. 그간의 ‘보수적인 LG’ 이미지를 바꾸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조성진 부회장의 은퇴와 함께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권 사장은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전략, 상품기획, 연구개발, 영업, 생산 등 사업전반의 ‘밸류 체인(Value Chain)’을 두루 경험한 융합형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조 부회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지만 후배들의 길을 터준다는 차원에서 사임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권 사장은 1987년 LG전자(당시 금성사) 사업기획실에 입사해 7년간 전략과 기획 역량을 착실히 다진 후 현장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 미국 자회사 제니스의 디지털 TV 원천기술을 비롯해 PC와 IT 관련 기술 등을 섭렵하며 기술 전문성을 높였다.

2001년에는 모니터사업부로 옮겨 시장과 제품에 대한 기획역량을 키웠고, 2005년부터 유럽 디스플레이 사업의 전진기지였던 웨일즈생산법인장을 2년간 역임하며 제조 역량을 쌓았다.

권 사장은 디지털전환의 핵심요소들인 빅데이터, AI, 연결, 콘텐츠 등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IT기업들의 핵심과제인 디지털전환의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IT∙디스플레이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007년 부장 직급으로는 이례적으로 신설 부서인 모니터사업부의 수장을 맡았다. 세계 최소 두께의 LCD 모니터 등 혁신적인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LCD 모니터를 세계 1위에 올려놓았다.

2014년에는 (주)LG 시너지팀장을 맡으며 LG그룹 계열사 간 융복합 시너지를 내는 일에 집중하며 거시적 사업 안목을 넓혔다. 2015년부터 HE사업본부를 맡아 올레드 TV와 슈퍼 울트라H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TV사업의 체질과 수익구조를 한층 강화했다.

권 사장의 과제는 올해부터 본부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MC사업 부문이다. 앞서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생산시설과 인력을 재배치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MC사업 적자는 아직까지 계속되는 상황이다. LG전자 MC사업의 영업손실은 2016년 1조2180억원, 2017년 7360억원, 2018년 7900억원을 기록했다. 그간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폭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흑자 전환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전망이다.

LG는 최근 듀얼스크린 스마트폰 V50씽큐을 출시했지만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MC사업의 실적을 견인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와의 8K TV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사진제공=뉴시스

구광모의 LG, 최연소 임원·외부수혈·친정체제

한편 LG는 이번 인사를 통해 ‘젊은 리더십’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체 계열사에서 승진한 45세 이하의 젊은 임원은 총 21명으로, 최연소 임원은 1985년생인 LG생활건강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 심미진 상무다. 여성 임원은 전무 승진 3명, 신규 선임 8명 등 총 11명이 승진했다. 이에 따라 LG그룹 내 여성 임원은 총 37명으로 증가했다.

LG 관계자는 “사업리더에 젊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혁신을 이루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이번 연말 인사와는 별도로 부족한 역량 강화를 위한 외부 인재를 연중 꾸준히 영입해왔다. LG생활건강 에이본(AVON) 법인장(부사장)으로 한국코카콜라 이창엽 대표를, LG CNS 커스터머 데이터 앤 애널리틱스 사업부장(부사장)으로 한국 델 이엠씨 컨설팅서비스 김은생 총괄을 영입하는 등 총 14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구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친정체제 구축’을 끝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 회장이 취임 후 첫 연말 인사에서 지주사로 불러들인 5개 계열사의 임원들이 올해 승진한 탓이다.

이재웅 법무팀장, 정연채 전무, 하범종 전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재웅 법무팀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LG유플러스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이동했다. 정 전무와 하 전무도 지난해 LG전자, LG화학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옮겼다. LG CNS 최고인사책임자였던 김흥식 전무도 지주사 인사팀장으로 오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밖에 강창범 LG화학팀장, 김이경 LG인재육성담당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이에 더해 기존 ‘6인의 부회장단’ 중 구광모 회장 취임 전부터 자리를 유지하는 부회장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만 남았다. 지난해 6월 말 구 회장 취임 이후에는 구본준 LG 부회장이 물러났고 같은해 7월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이 자리를 맞바꿨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도 지난 9월 경영 실적 악화를 이유로 용퇴를 결정한 바 있다.

LG 관계자는 “고객과 시장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최고경영진의 변화와 사업리더에 젊은 인재 지속 발탁 등 미래 준비 가속화를 위한 쇄신 인사가 주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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