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정부의 시내면세점 신규입찰이 흥행실패를 보인 가운데 관련업계에서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5년말 동시에 면세사업을 뛰어든 한화·두산·신세계 3개사 중 신세계 만이 살아남았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말 한화에 이어 두산도 10월 29일부로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했다. 공식 영업정지 일자는 내년 4월 30일이다. 양사가 면세사업에서 손을 뗀 것은 잦은 적자와 영업손실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반면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은 국내에서는 롯데·신라와 더불어 ‘빅3’, 세계에서는 10위권 면세점으로 성장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은 롯데 4조4332억원, 신라 2조9701억원, 신세계 2조930억원 등이 이끌었다. 이들 3사의 매출액은 총 9조4963억원으로 전체(12조원)의 80%에 달했다.

신세계디에프는 면세점 운영 첫해인 2016년 적자를 기록했으나 2017년 145억원 흑자를 내며 단기간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도 영업이익 363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기록을 이어갔다. 이에 더해 호텔신라를 제치고 연간 1조원 매출 규모의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 3분기 신세계면세점은 별도 기준 순매출액 78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8%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107억원으로 영업손실 32억원이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시내면세점 명동점과 강남점 매출은 각각 지난해보다 30%, 93% 늘었다. 센트럴시티 매리어트호텔이 영업정상화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점도 눈에 띄었다. 올해 센트럴시티 순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06억원, 236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9%, 37.2% 증가한 수치다.

백화점도 총영업이익이 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총매출액(별도 기준)은 952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2% 줄었지만 인천점 철수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까사미아·시코르·분더샵...업계, 정유경 ‘야심작’ 성과 주목

한편 업계에선 정 총괄사장의 1호 M&A 까사미아를 비롯해 세포라와 경쟁하게 된 시코르, 이명희 신세계 회장으로부터 이어받은 분더샵 등의 실적에도 시선이 모인다. “세 사업 모두 정 총괄사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만큼 호실적을 거두는게 중요하다”는 분위기다.

신세계는 지난해 3월 까사미아 지분 92.35%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획득하고 추가로 3.33%를 매입해 95.68%까지 지배력을 확대했다. 이후 지난해 9월 스타필드고양에 1600㎡ 규모로 까사미아를 입점시키며 본격적으로 사업 키우기에 나섰다.

까사미아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835억원으로 전년동기(555억원) 대비 50.5% 증가했다. 3분기 매출은 7월과 8월 두달간 7개 신규 점포를 오픈 하며 27.4% 확대됐다. 다만 이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올 3분기까지 영업손실은 97억원에 달했다.

정 총괄사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시코르의 경우 국내 29번째 매장인 홍대점이 12월 6일 오픈 예정이다. 인근 지역 내 2번째 매장으로, 현재 AK&홍대 내 위치한 매장은 지난 9월 목표 매출 대비 10% 이상을 초과 달성했다.

시코르는 기존 국내에서 볼 수 없던 화장품 전문 편집숍을 지향한다. 다만 지난달 말 국내에 상륙한 세포라와 체험 중심 콘셉트·매장 분위기·주 고객 층이 겹친다는 지적이 이어진 만큼 가격·제품등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급선무인 시점이다.

업계에서는 “시코르가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명동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맞춤형 전략도 구사하는 만큼 세포라에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세포라 또한 교통 여건이 좋은 삼성동에 오픈한데다 세포라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다는 점에서 국내 뷰티업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괄사장이 이명희 신세계 회장으로부터 이어받은 프리미엄 브랜드 '분더샵 컬렉션'은 국내 패션업체 최초로 영국 헤롯 백화점에 입점한 상태다. 분더샵은 2000년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처음 선보인 대한민국 1세대 편집숍으로, 정 총괄 사장이 이끌게 된 자체 프리미엄 브랜드인 분더샵 컬렉션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최근 ‘정용진·정유경 남매 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그룹의 두 기둥인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 중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마트를 이끌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재계 내 ‘조용한 강자’로 불리는 인물”이라며 “최근 여성리더십 강화 필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향후 신세계백화점의 실적 및 행보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고 전했다.

1996년 신세계조선호텔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한 정 총괄사장은 이화여대와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2015년 말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후 각종 해외 브랜드 및 자체 브랜드 론칭으로 그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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