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LG그룹이 21일부터 하반기 사업보고회 돌입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진들과 만나 올 한해 실적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21일부터 구 회장 주재로 하반기 사업보고회를 진행중이다. 사업보고회는 한달 간 이어진다. 구 회장은 사업보고회 기간 동안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진과 만나 각 계열사별 실적 및 내년 사업 전략을 보고받는다.

LG그룹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LG전자와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들이 참여하는 사업보고회를 진행한다.

이는 지난 1989년부터 이어진 LG그룹만의 경영 방식이다. 상반기에는 주로 사업별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고, 하반기에는 계열사별 한해 실적을 점검해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에 반영한다.

이에 따라 그룹 산하 상장사 11곳을 포함해 15개 안팎의 계열사가 한달간 보고를 할 전망이다. 주요 내용은 사업 현황 및 전략, 미래 신사업 발굴 및 육성 방안 등이다. 특히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굵직한 계열사의 사업 구조 전환,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집중 점검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한 달 간 세세한 사업 보고를 통해 경영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는 한편, 이를 연말 인사 조직 개편의 근거로 활용할 전망이다.

한편 재계는 구 회장이 한 달 간의 사업보고회를 마치고 꺼낼 새로운 경영 화두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 회장은 지난 24일 취임 이후 처음 개최한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계열사 사장들에게 철저한 체질 변화를 신속히 실행하자고 주문한 바 있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경기 침체 등 위기를 극복하자는 차원에서다.

워크숍 당시 구 회장은 사장단에 “LG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사장단께서 몸소 주체가 돼,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줄 것”이라며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화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최근 LG 계열사들이 주력 사업 분야에서 경쟁사와의 신경전은 물론 법적 공방까지 본격화하고 나선 상황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구 회장 취임 이후 바뀐 LG의 공격적 행보에 대해 “대외환경이 악화되면서 주력 사업 생존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등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의 QLED 8K TV를 향해 “삼성전자의 제품은 해상도 기준으로 8K가 아니다”라고 공개 지적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로를 공정위에 제소하는 한편 제품 광고를 통해 날을 세우며 ‘TV 전쟁’을 진행중이다.

LG전자는 국제소송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최근 독일 뮌헨 지방법원에서 유럽 가전업체인 아르첼릭, 베코, 그룬디히 등 3곳을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하고 이들이 냉장고 ‘도어 제빙’ 기술을 무단 사용하며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제소했다. 5월 초에는 SK이노베이션이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비정상적인 채용행위를 통해 산업기밀 및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로는 채용면접 형식을 취했으나 자사의 영업비밀 관련 내용 발표와 질의응답을 통해 영업비밀 탈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절차였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도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회에 경쟁사인 SK텔레콤·KT와 신경전을 벌였다. LG유플러스의 ‘5G 속도 1등’ 광고를 두고 KT가 공정위 신고를 검토했고, LG유플러스는 SKT와 KT가 ‘불법보조금’을 살포 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LG생활건강도 지난 6월 공정위에 대규모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온라인 쇼핑몰 쿠팡을 신고한 바 있다. 당시 LG생건은 쿠팡이 상품 반품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인 거래 강요 금지 등을 위반해왔다고 주장했다. 직매입 제품을 일방적으로 반품하거나 계약을 종결하고, 상품 판매 실적이 부진하면 손해에 대한 보전을 거론했다는 것이다.

LG 계열사들의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지자 재계에서는 “LG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한층 공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평이다. LG그룹은 각 계열사의 독립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구 회장 체재 LG의 전 그룹적 생존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평의 배경에 대해서는 “주력 사업 분야에서의 부진”이 꼽힌다. 그간 LG전자의 실적 효자 노릇을 한 TV·에어컨·스타일러 등 가전 사업 부문에서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 단기 실적하락이 장기적인 생존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며 경쟁사에 대한 공세로 이어졌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구 회장 호 LG는 오는 2020년 3년차를 맞는다. 구 회장 취임 후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이동을 통해 ‘새 LG’를 꾸려온 만큼 이번 보고회 이후 이어질 연말 인사개편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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