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으로 설립된 새노조는 롯데카드가 노조활동에 제한을 주자 회사를 상대로 지난 9월2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상태다.

[여성소비자신문 진용준 기자] 신동빈 회장의 숙원인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위한 금산분리 과정에서 롯데지주가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을 외면한 채 금융자회사 털어내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신 회장은 숙원인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위해 롯데지주를 설립했고 최대주주는 신 회장 자신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반지주사는 금융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에 롯데지주는 지난 5월 금융자회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롯데캐피탈 지분을 매각, 금산분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유독 롯데카드가 악조건으로 MBK컨소시엄에 넘어간 것이다.

롯데카드 직원들은 ▲고용안정과 ▲임금(현재 타사대비 80%수준) ▲위로금(매각 대금 10%)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모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채 회사는 최근 사모펀드에 넘어갔다. 향후 사모펀드의 재매각 시점에서 직원들의 고용안정은 보장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매각 당시 주식매매계약서(SPA)에 고용안정을 명시했다고 하지만, 다른 인수자에게 지분을 매각한 뒤에는 기존 롯데지주와 사모펀드 운용사간 고용보장 협약 효력은 상실된다.

특히 매각 당사자인 롯데지주와 롯데카드 측은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까지 매각 추진상황을 직원들이 반발할 것을 우려해 어떠한 경로로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카드 문제'는 신 회장의 지주사 전환이 출발점이고, 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지주가 롯데카드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화약고가 폭발했다.

이는 인수합병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기본적인 투자 생리는 시세차익 실현이며,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 가운데 강도 높은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MBK는 롯데카드를 비싸게 매입했다는 후문도 돌고 있다. 이럴 경우 자금회수를 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업계에서는 롯데카드 직원 30% 가량이 구조조정될 수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향후 MBK파트너스가 우리금융지주에 지분을 모두 넘기게 될 경우, 우리카드가 있기 때문에 합병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앞서 MBK는 컨소시엄 방식으로 코웨이, ING생명, 홈플러스 두산공작기계 등을 인수한 바 있으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시세차익을 챙긴 전력이 있다.

실제 2013년 1조8400억원에 MBK파트너스는 ING 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사들인 이후 고용 유지 약속을 어기고 임직원의 21%를 줄였다. 오렌지라이프는 2014년 7월 입사 5년차 이상, 차장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런 후 오렌지라이프를 신한금융그룹에 매각해 2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또 지난해 홈플러스는 베이커리, 보안업체, 콜센터 등 협력 외주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로 인해 약 1800명에 이르는 외주업체 직원들의 계약이 해지됐다.

이렇게 인원이 감축된 이후로 관련 분야의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고 계약해지 근로자들의 업무는 그대로 기존 직원들에게 옮겨졌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주도한 홈플러스의 구조조정으로 해석됐고, 관련 노조는 여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롯데카드 직원들의 고용안정 뿐만 아니라 임금과 위로금도 업계 통상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각각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과 JKL파트너스에 1조3810억원, 3734억원에 매각했다.

롯데손해보험과 JKL파트너스는 임직원의 5년 고용안정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은 협약을 롯데손해보험과 별도로 맺고, 협약 사항을 위반하면 위약금 등을 물어야 한다는 강제조항도 포함했지만, 롯데카드의 경우는 롯데지주와 MBK파트너스간에 선언적 경영방침 수준의 고용안정 약속 조항만 들어있을 뿐이다.

이는 매각전 롯데지주와 MBK파트너스간 계약내용일 뿐이다.

매각위로금은 롯데카드는 매각대금 1조3810억원의 2% 수준인 약 27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롯데카드 전체 직원수가 1600여명(기간제 근로자 포함 기준)인 것을 단순 계산하면 1인당 800~900만원 수준이다. 현재 새노조는 매각 대금 10%를 요구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는 매각대금 3734억원의 4~5% 수준인 170억원이 매각위로금으로 책정됐다. 롯데손해보험의 직원수가 17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은 약 900만원 수준이다.

이미 CJ와 헬로비젼, 삼성석유화학 등에서 매각시 위로금으로 기지급한 규모는 1인당 약 3000만~5000만 수준이다.

매각이 완료된 시점 이후에 롯데카드 새노조가 설립돼 반발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롯데지주와 롯데카드는 매각 내용을 철저히 숨긴채 매각을 추진했고, 새노조는 "매각 이후에도 기존 노조가 적극적으로 고용보장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현재 임단협도 기존 노조와 회사가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매각 당시 관련 직원들에게 어떤 설명회나 공문, 게시글 등으로 알리지 않았다. 기존 노조도 쟁의절차라든지 항의공문, 집회도 없었다.

이 때문에 롯데카드 새 노조가 지난 8월에서야 설립된 이후 뒤늦게 자신들의 요구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집회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녹록치 않다. 새 노조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의 지원도 받을 수 없고 회사도 노조 모집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노조가 설립된 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기존 노조는 17년간 한국노총 소속으로 활동했는데 갑자기 민주노총으로 소속을 변경했다. 민주노총에는 한 기업내 두개 노조가 복수로 가입할 수 없다.

또 롯데그룹 80개 계열사 대부분 직원들은 한국노총에 소속돼 있는 가운데, 새노조는 한국노총에 2차례 찾아갔지만 "시간이 없다" 등 한국노총 측도 사실상 새노조의 노조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새노조는 사내 게시판, 사내 메일 등으로 노조원을 모집하려고 했지만, 회사는 노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게시판 사용을 '업무용'이라는 이유로 금지시키고 있다.

정식으로 설립된 새노조는 이같이 롯데카드가 노조활동에 제한을 주자 회사를 상대로 지난 9월2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상태다.

결국 현재도 기존 노조인 '민주노총 사무금융서비스 롯데카드 지부(이하 구노조)'가 사측과 임단협에 나서고 있고 새노조는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되고 있다.

롯데카드 직원은 1700여명이다. 현재 새노조는 580명, 구 노조는 400명 미만이다. 새노조원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관련법상 새노조는 단체교섭권이 없다.

복수노조 회사는 단체교섭 결선투표를 2년에 한번씩 매월 6월~7월 사이에 진행하는데, 새노조가 8월에 출범하기 전에 지난 6월, 구 노조는 단수입후보자 자격으로 자연스럽게 단체 교섭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새노조는 양대노총의 도움도 받지 못하면서 열악한 인원으로 회사를 상대로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새노조의 집회가 여타 기업들 노조 집회에 수천명의 산별노조가 가세해 힘을 보태주는 모습과 대비되는 이유다.

앞서 새노조는 설립 보름만에 노조원 500명을 돌파했다. 현재 580명 수준이고 600명을 바라보고 있다. 구 노조는 2003년 17년 동안 500여명에 불과했던 것을 비교해봐도 현 상황에 대해 직원들의 불안과 불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롯데그룹 측은 "매각 딜은 다른 계열사에 넘기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매각을 한다 안한다를 알려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면서, 현재 보도로 알려진 매매계약 고용안정이 기입되었는지의 여부 등에 대해서는 "고용안정을 약속하는 내용이 존재하는지는 그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적도 없고, 계약상 내용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구 노조와 임단협을 진행중인 롯데카드 관계자는 "주식매매계약서(SPA) 내에 고용안정과 관련된 부분을 공개하는 등 고용보장 및 추가 격려금 지급이 약속되면서 노사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고 있다. 중단되었던 임단협도 (구 노조와)10월 15일 재개되었다"며, "앞으로도 노조와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나가며 직원들의 처우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용준 기자  jy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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