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9.12.11 수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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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익숙함과 낯설음에 균열을 내라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
최선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대외홍보팀장 | 승인 2019.09.27 14:09

[여성소비자신문]벌써 15년 전이다. 당시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종이학에 일을 하겠다고 문을 두드렸을 때, 사실 나는 성매매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문제인지 잘 알지 못했다.

당시 난 민주와 정의를 논하던 정치학도로 대학원을 갓 졸업하고 어쭙잖게 사회의 차별과 불공정에 대해 고뇌하던 젊은이였다. 여성과 인권이라는 새로운 테마는 나에게는 참 매력적이었다. 내가 일할 기관명 자체로 나는 사회문제에 관심있는 사람이 되었고, 나는 인권을 존중하며, 궁극적으로 성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출근 첫날부터 ‘성매매’는 내 옆에 함께 자리했다. 성매매가 인권의 문제이자 사회문제임을, 그리고 여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임을 아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성매매피해여성들의 경험이 담겨있는 자료를 보며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 잔혹성과 비인간성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이론이 얼마나 사람을 배제 또는 구분하고 사회를 왜곡할 수 있는지, 내가 너무 무지했음을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두려움으로 눈을 감으려 했을 때, 옆에 성매매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이 있었다. 성매매 방지 현장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들이 받은 피해와 상처, 그리고 경험에 집중했다.

긴급구출부터 법률소송, 의료지원까지 밤낮없이 움직였다. 성매매가 우리사회에 얼마나 큰 악인지 목소리 높여 소리쳤다. 활동가들은 업주로부터 협박을 받기도 했고, 때문에 몇 번씩 자신의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또 오랫동안 지원한 언니의 죽음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성매매가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 속 그 ‘익숙함’이라는 적과 싸우고 있었다.

성매매, 그 익숙함과의 싸움

성매매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낼 때, 싸워야할 것이 바로 ‘익숙함’이다. 모르는 사람부터 친하게 지내는 사람까지 성매매에 대한 생각은 대부분 동일했다.

‘그거 돈 쉽게 벌려고 하는 거잖아’, ‘성폭력을 줄이려면 있어야지’,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데…’ 등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언어가 아니라 자신이 한번쯤 들어봤던 이야기를 그냥 해댔다. 가끔 “정말 그게 네 생각이야?”라고 물으면, “아니, 사람들이 그러더라”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회피했다. 성매매 문제에 있어서는 갑자기 연대하고 한편이 되어 성구매자를 옹호하거나 대변했다. 어떤 때는 화를 내기까지 했다.

행간에 떠도는 말들로 자신의 입장을 대신하는, 그 ‘익숙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게으른 것인가. 게으름이라는 장치로 자신은 아니라고 배제하여 선을 그었고, 게으름을 바탕으로 한 논거로 자신의 생각을 타자화했다.

성매매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이 그럴 진대, 직접 성을 구매하고, 자신이 성산업을 운영하거나 거기에 유착 혹은 연결되어 있는 이들은 그 ‘게으름의 전략’이 얼마나 감사할까. 우리에게 익숙함은 더 이상 익숙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익숙함은 자기성찰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성착취 구조를 바라보는 낯설음에 균열을

반면, 성매매를 둘러싼 폭력과 착취구조를 이야기할 때 그 ‘익숙함’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놀랍기 그지없다. 성 구매자, 업주, 업소관리자, 폭력조직, 광고사이트, 후기사이트, 유흥업소 사이트, 채팅어플 개발업체, 대부업, 성형외과, 소개업자, 브로커 등 성매매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얼마나 많은 성매매 공모자들이 존재하는가.

실제 성구매자가 지불하는 돈이 성매매피해자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공모자들이 공유한다는 것, 다양하게 얽혀있는 성산업 공모자들 사이에서 취약한 상태에서 성매매에 유입된 10대에서 20대 이들이 스스로 빠져 나오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공감하는 것을 낯설어한다. 성매매가 성행위를 매매하는 것이 아닌, 폐쇄된 공간에서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 돈으로 산 권력욕을 과시하고 폭력성을 발산하는 것임을 알기를 낯설어 한다.

성매매에서 여성들이 인격을 박탈당하고 물건처럼 사용되는 현실은 익숙함을 바탕으로 한 언어들에 숨겨있어 낯선 대상이 된다. 성매매가 법적으로 불법이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성산업이라는 이름으로 합리성을 부여받은 상태이고, 여기에서 사회의 합리성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부정하여 여성을 사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낯선 말들에 균열을 내고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합리성이 낯설게 받아들여질 때는 내 문제로 인식될 때이다. 청소년출입제한구역이라는 푯말이 붙은 도심의 한 거리를 지나칠 때, 길거리에 무방비로 뿌려져 있는 선정적인 사진이 박힌 전단을 볼 때, 유명 클럽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을 TV 뉴스로 볼 때 등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의 일들이 낯설게 느껴지고, 더 이상 익숙하지 않을 때 비로소 나의 문제로 환원된다. 그리고 나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대로 둘 수 없고, 그대로 두지 않게 된다.

익숙함과 낯설음을 깨뜨리는 시간이 짧아지길

성매매에 있어 익숙함은 게으름을 의미하고, 낯설음은 관심 없음을 의미할 뿐, 이 문제가 결국 나의 문제임을 아는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돈, 개인의 선택, 쉬운 일이라는 성매매의 속성이라 세간에 떠도는 말들은 결국 폭력을 기반으로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행위임을.

성매매 추방주간(매년 9.19.~9.25.)이 지났다. 나는 나의 일을 익숙함을 무너뜨리고 낯설음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감히 말한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성매매’에 익숙했던 말들에 금을 내고, 낯설었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될까. 그동안 자신에게 낯설었던 이야기를 내 삶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될까. 익숙함과 낯설음을 깨뜨리는 시간이 조금 더 빨라지며, 깨뜨리는 이들이 훨씬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최선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대외홍보팀장  jabcho21@sto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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