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이지은 기자]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을 가진 후 10일 첫 공식 현장방문 일정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생활하는 나눔의 집을 선택했다.

지난 8일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된 그는 9일 국무회의와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일정을 마치고 오후 3시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집을 방문했다. 전임이었던 진선미 전 장관은 취임 후 나눔의 집 공식방문 전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 여성폭력 관련 법률 개정, 양형 기준 개선을 논의했고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았었다. 나눔의집 방문은 이 장관이 재임기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인사청문회와 취임사를 통해 연거푸 2020년을 강조했다. 2020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여성에 미치는 전쟁의 영향, 갈등해결과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기 위한 여성들의 기여 등을 담은 결의안 1325호를 채택한 지 20주년 되는 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 북경 세계여성대회 25주년이기도 하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인사청문회에서 2020년을 가리켜 “카이로스적(기회) 계기”라며 “여성 인권유린의 역사적 진실이 전 세계에 뚜렷이 기억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국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알리고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방안들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적으로 선결해야 하는 위안부 피해자 관련 과제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는 지난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에 1년 위탁사업 형태로 출범해 위상 논란이 있었다. 정부는 연구소를 독립법인화를 추진 중이지만 관련 법 개정이 국회에 묶여있는 상태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해산을 발표한 화해치유재단의 잔여기금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약 110억원) 중 피해자에게 지급된 돈을 제외한 약 57억원이 남아있다. 재단이 해산된 상태에서 남은 57억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10억엔을 일본에 돌려줄지 등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두 과제 모두 여성가족부가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 법인화는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하고 화해치유재단 잔여기금은 외교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이 장관의 정무적 감각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 “여성가족부는 기능을 담당하는 타 부서와 협력과 공조가 필수적”이라며 “장관으로서 다양한 차원의 총괄 조정의 임무를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31조원 규모 성인지예산 개선방안 모색 과제

이정옥 장관호 여가부는 지난 1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함께 성인지예산제도 성과관리와 확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성인지예산제도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예산이 여성과 남성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고 양성평등한 방향으로 재원이 배분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성인지예산은 2020년 기준 35개 기관 284개 사업 총 31조7000억원 규모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국가 재정과 성평등 관련 현안을 공유하고 성인지예산제도의 성과관리 강화 등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토론에는 보건·복지·고용, 공공질서·안전, 문화·체육·관광 등 국가재정 12개 분야 전문가와 성평등 정책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여성가족부는 “성과지표와 성과목표 관리 강화, 평가체계 구축 등 성인지예산의 성과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해 제도의 내실화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여성폭력 근절 위한 범정부 민관협의체 구성 실효성 담보돼야

19일 인사차 국회를 찾은 이정옥 장관에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동 성폭력 등 반인륜적이고 피해자에게 상처가 큰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것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이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제사건이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밝혀진 것을 언급하면서 “안타깝게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영국, 독일 등은 경범죄를 제외하고는 공소시효가 없고 미성년자와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30년의 공소시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고 공소시효 제도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가부가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 범정부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지만 데이트 성범죄, 데이트폭력 등 신종 여성 폭력이 늘어나고 있어 유형별 보호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여가부가 여성 편만 든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은데 실제 (그런 발언의) 취지는 남성, 청소년들과도 많이 소통하고 공감해달라는 것”이라며 “상호 간 이해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달라”고도 당부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존엄 회복과 생활 안정 지원사업도 흔들림 없이 해달라”며 “양성평등, 균형잡힌 정책 실현이 필요한 때다. 양성평등은 민주당의 가치이기도 하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당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현 정부의 포용국가 비전을 위해 여가부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정확히 지적해주셔서 천군만마를 얻은 것 처럼 든든하고 해당 과제에 대해 차질없이 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약속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사회 기본권 문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가치로 해서 여가부도 그 방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히 소속으로 면담 자리에 배석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여가부는 여성·청소년·사회적 약자·양성평등·피해자보호뿐 아니라 예방대책 등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아쉽게도 예산과 인력 지원이 부족한 상태다. 국회 여가위가 다른 상임위원회에 비해 여야 정쟁이 덜한 곳이다. 야당과 협력해 여가부 본분에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9일 이정옥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과 만나 “여가부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들을 보듬는 부처라고 생각한다. 국무회의 등에서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해 달라”고 주문했다.

 심 대표는 “저는 그동안 여가부가 국무회의에서 발언권이 매우 약한 것에 대해 속도 상하고 불만도 많았다”며 “어느 부처가 어떤 힘을 갖느냐는 그 사회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어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그들을 위한 부처의 발언권이 약한 것을 보면 여전히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심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 문제, 1인 여성 가구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학교 밖 청소년 문제는 제도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불신 때문에 비롯된 문제가 많다”며 “그런 만큼 이 문제를 일탈 청소년에 대한 대책마련 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가족 구성이 엄청 바뀌었다. 특히 여성 1인 가구에게 필요한 안전 및 생활 등 여러 지원이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가족구성 변화에 따른 적극적인 제도를 여가부에서 주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 2년간 ‘미투’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수많은 법안이 나왔는데도 한 가지도 해결된 것이 없다”며 “여당이 앞장 서서 미투 관련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여가부가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 장관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천군마마를 얻은 것 같고, 말씀하신 모든 것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정의당에 “작지만 큰 정당이, 앞으로도 크고 큰 정당이 되길 바라겠다. 제가 여가부를 ‘작지만 큰 부처’라고 하는데 저도 크고 큰 부처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돌봄·청소년쉼터 등 제공
 
한편 여성가족부는 명절에도 출근해야 하는데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고민하는 부모, 거리에서 방황하는 청소년,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추석 연휴 기간에도 중단 없이 제공하는 등 워킹맘들의 애로를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추석 연휴 기간 출근을 해야 하는 맞벌이 또는 취업 한부모가정 등의 자녀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지원한 것.

특히 가출 청소년이 거리의 위험에 방치되지 않도록 전국 130여개 청소년쉼터를 24시간 개방․운영하며, 긴급 생활보호(의‧식‧주), 심리 상담, 의료기관 연계 및 가정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1388 청소년상담채널(전화·문자·사이버 등)을 24시간 운영하며 위기청소년의 발견·구조 및 상담·보호 등의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불법촬영 합동 단속 이어와

지난 7~8월 여성가족부는 전국 3개 주요 해수욕장과 서울지하철역을 대상으로 관할 경찰관서와 서울지하철경찰대 등과 함께 불법촬영 근절 합동 단속을 실시한 결과 해수욕장 12명, 서울지하철 5명 등 총 17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해수욕장 불법촬영 합동단속에서 불법촬영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된 사람들은 백사장 등 해변이나 수돗가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성을 촬영하다가 붙잡혔다. 이들은 “호기심 때문에”, “집에서 혼자 보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였다. 또한, 공중화장실 여성칸에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경우도 있었다. 혼잡한 해수욕장의 특성상 대부분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지만, 수사 과정에서 특정되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피해보호지원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당시 단속에서 특정된 일부 피해자에게는 조사과정 동석, 전문상담기관 연계·안내 등이 이루어졌다. 적발된 사람 중에는 외국인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국내 법체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는 장기체류 목적 등으로 입국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불법촬영이 성범죄”라는 사항이 교육 또는 안내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협조 요청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가부의 서울지하철 불법촬영 합동단속을 통해 나타난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하여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것을 적발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적발된 사람들은 지하철 출구, 에스컬레이터, 계단에서 여성을 뒤따르며 치마 속을 촬영하거나 맞은편 좌석에 앉아있는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일상 속에서 불법촬영으로 인한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협업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앞으로도 현장 합동단속과 사전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wavy080@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