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고객 중에서 사외이사를 뽑겠다던 롯데쇼핑이 사외이사 후보로 사모펀드 고문과 전직 금감원 임원을 내세워 생색내기 논란에 빠졌다.

4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2월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한국철도협회 임삼진 부회장과 사모펀드인 SG프라이빗에쿼티의 백명현 고문을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바 있는 임 부회장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 등이 회원사로 있는 협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롯데쇼핑은 전국적으로 다수의 기차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백명현 고문은 금감원 법무실 팀장 및 금융투자협회에서 임원을 지낸 바 있다. 백 고문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지지 인물로 알려져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0월 고객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사외이사 1명을 고객 중에서 뽑겠다고 밝혔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같은해 8월 30일에 열린 롯데마케팅 포럼에서 롯데쇼핑이 관장하는 유통과 식품분야에 마케팅 역량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고객 사외이사제’ 올해 공석이 되는 사외이사직 한 자리를 배정했다. 롯데쇼핑은 ‘고객으로서 감성을 바탕으로 롯데쇼핑의 발전에 기여하고 경영 참여’란 취지를 걸고 공개적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모집했다.

롯데쇼핑 사외이사직 자리에 300여명의 후보가 몰렸지만 이들은 모두 후보조차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롯데쇼핑은 고객이 아니라 이사회가 뽑은 금융인과 법조인을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웠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처음 시행하는 제도라 다소 공정한 선정기준이 없었다”며 “고객 사외이사는 뽑지 못했지만 고객자문단을 구성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는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롯데쇼핑 이사회는 총 11명으로 대표이사 4명, 사내이사 1명, 6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그 책임과 권한이 막중한 만큼 계획없이 섣불리 진행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고객 사외이사제가 명분 뿐인 행사로 무산되면서 회장님 체면 세워주려다 실패한, 즉흥적인 쇼란 비난은 면치 못하게 됐다.

동시에 사외이사 후보로 뽑은 인물들이 회사의 영리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돼 있는 인물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외이사의 독립성 논란과 롯데그룹 특유의 경직된 인사선발 문제도 함께 지적을 받고 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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