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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40%가 젠더 이슈...여성폭력 이슈 63%로 가장 많아
이지은 기자 | 승인 2019.07.26 16:54

[여성소비자신문 이지은 기자]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7월 초 지난 2년 동안 우리사회에 등장한 젠더 이슈들을 통해 성평등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짚어보고, 성평등 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하고자 청와대 국민청원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청원 페이지 개설 이래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이 이루어진 청원의 39.8%(98개 중 39개), 1만 명 이상 동의를 얻은 청원의 25.4%(882개 중 224개)도 젠더 이슈였다. 이는 젠더 이슈가 지난 2년간 한국사회의 핵심 현안이자 국민적 관심사였음을 보여준다.

젠더 이슈 국민청원을 세부주제별로 살펴보면 여성폭력·안전 이슈가 63%(141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돌봄·일생활균형(12%), 여성건강·성·재생산(9%), 평등의식·문화(5%), 일자리·노동, 성평등정책추진체계, 가족이 각각 3% 순이었다.

여성폭력·안전 이슈 청원은 동의 참여자 수도 가장 많아(전체 동의 참여자의 76%), 이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해결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주요 키워드 추출 결과 성매매, 성폭행, 성폭력, 성범죄, 몰카, 무고죄 등 여성폭력·안전 관련 단어의 중요도가 매우 높았다. 다음으로 어린이집, 교사, 아기, 보육 등 돌봄·일 생활균형 관련 단어의 중요도가 높게 나타났다.

여성폭력·안전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요구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성범죄(성폭력, 성폭행 포함)’가 포함된 청원 글의 상세 의미망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국민청원에 제안된 성범죄 해결 요구는 크게 아동 등 약자 대상 성범죄자 엄벌, 권력층 성범죄 진상규명, 디지털 성범죄, 클럽 성폭력 등 새로운 성범죄 근절 세 유형으로 나뉘었다.

이 가운데 ‘조두순’ 등 아동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아빠’의 심정으로 ‘엄벌’을 요구하는 내용, 성폭력 가해 ‘남학생’이 ‘졸업’ 후 면죄부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은 역대 국민청원에서 동의 참여자 수가 가장 많은 청원 중 하나다(2017.9.6., 2018.10.20. 두 차례 게시, 총 876,772명 동의).

고 장자연 ‘배우’, 자매 단역 ‘배우’ 등 성폭력 피해자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긴 성폭력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 하더라도 ‘특별법’을 통해 철저히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고 장자연 사건 재수사 기간 연장 청원은 전체 국민청원 중 동의 참여자 수가 세 번째로 많다(2019.3.12. 738,566명 동의).

또 다른 군집에서는 ‘홍대’, ‘몰카’ 등 불법촬영 범죄와 ‘웹하드’, ‘촬영물’, ‘유통’ 등 불법촬영물 유통체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유착’, ‘판사’라는 단어를 매개로 ‘버닝썬’과 연결되어 있어, 디지털 성범죄, 클럽 성폭력 사건 해결에서 나타난 수사·사법기관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여기에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청원(2018.5.11. 419,006명 동의), 웹하드 카르텔 특별 수사 촉구(2018.7.29. 208,543명 동의), 버닝썬 VIP룸 6인 수사 촉구(2019.4.11. 213,327명 동의)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여성폭력·안전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지는 가해자의 극명한 힘의 우위 하에서 발생한 성범죄에 대한 엄벌주의 인식, 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권력층의 부당행위나 무능, 비리에 대한 공분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젠더 이슈 국민청원을 목적별로 살펴보면, 법 제·개정 및 정책 제안이 4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형사사건의 올바른 해결(39%), 공공 부문 내 부당행위 비판(8%), 민간부문 부당행위 고발(8%) 순이었다.

141개 여성폭력·안전 이슈 청원만 보면 형사사건의 올바른 해결 목적이 54.6%로 가장 많아 여성폭력 범죄를 다루는 수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민청원은 이슈화 된 여성폭력 사건마다 수사·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함께 지켜보고 매 단계마다 국민의 의견을 모아 개진하는 ‘형사·사법기관 공동 모니터링 체계’로 기능했다.

젠더 이슈 청원 건수를 시계열적으로 살펴보면, 불법촬영, 웹하드 카르텔 등 디지털 성범죄 이슈가 등장·확산된 시기(2018년 5월~11월), 버닝썬, 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2018년 3~5월) 젠더 이슈 청원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나아가 국민청원은 낙태, 디지털 성범죄 등 그동안 성평등 정책·입법의 공백 상태에 있었거나 기존 시민사회에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젠더 이슈를 공론화하고 실제 정책 변화를 끌어내는 ‘참여형 성평등 정책 플랫폼’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국민청원 페이지 개설 이후 꾸준히 제안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청원은 여성단체 활동, 오프라인 시위와 더불어 정부의 대책을 발전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책 개선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작년 12월 국회에서 불법촬영물 유포자 처벌 강화, 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책무 강화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었으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 등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권인숙 원장은 “지난 2년 간 여성폭력·안전 이슈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성평등 정책이 생활 속의 젠더 이슈를 직접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국민들의 참여를 통해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대책 강화 등 많은 성과가 있었으나 여전히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하다”며, “남은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모든 부처의 성인지적 정책 추진, 수사·사법기관의 성인지적 변화, 입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wavy080@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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