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되고 있는 문제가 바로 공공기관 여성임원 비율의 의무화다. 성평등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성임원의 비율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고 박근혜 정부는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장관 인사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또한 여성임원 비율 의무화와 이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일․가정 양립문제, 만 0~5세로 확대된 무상보육 정책에서 거듭 논란과 이견이 제시돼 정책 시행에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공공기관 여성임원 30% 의무화

성평등 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방안 중 하나인 여성임원 비율 증가와 관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공기관 여성임원 30% 의무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박 대통령은 오는 2017년까지 미래 여성인재 10만 양성을 위해 여성장관 및 정부위원회 내 여성위원 비율을 단계적으로 대폭확대하고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목표제를 도입, 평가지표에 반영토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에는 공공기관과 준정부기관의 여성임원 비율을 오는 2017년까지 30%로 늘리도록 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이어 15일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여성가족부가 앞으로 5년간 공공기관 여성관리자의 인력풀을 확충하겠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인수위가 추진 중인 여성임원 30% 의무화 방안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확대 목표와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성임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표는 같으나 달성률에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행정안전부는 국회입법조사처에 ‘4급 이상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계획’을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2년 6월 9%인 4급 이상 여성관리자 비율을 오는 2016년까지 13.4%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같이 현재 정부와 인수위가 추진 중인 계획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공공기관의 여성임원 비율을 의무화할 경우 여성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도 비율을 맞추기 위해 끼워 맞추기식 인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더해 박근혜 정부의 장관 내정자 중 여성이 단 2명에 불과해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공공기관 여성임원을 늘리겠다면서 가장 중요한 장관직 여성 비율은 제자리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발표된 박근혜 정부 장관 내정자 명단을 살펴보면 여성가족부의 조윤선 장관 내정자와 해양수산부 윤진숙 장관 내정자를 제외하면 모두 남성이 차지했다. 

이에 대한 여성계의 실망도 크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이번 장관 인선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여성가족부가 ‘제대로 된 여성정책 전담기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박근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선 여성연합은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달리 장관 내정자 중 여성이 단 2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당선인은 오는 2017년까지 여성장관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기 위해 여성장관을 대폭 확대하고 대탕평 인사를 펼칠 것을 공약했으나 이번 인선 결과 장관 내정자 중 여성은 단 2명뿐이었다.

이에 여성연합은 “이번 인선 결과는 당선인이 공약이행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고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가족부 장관에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내정된 점에 대해 “여성관련 활동경력과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인물을 내정한 것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연합은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정책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그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자리”라며 “일각에서는 이번 여성가족부 장관 인선이 부처 명칭으로만 ‘여성’부를 존치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에서 앞장 서 여성임원 비율을 높여 기업에까지 확대시키자는 공약이 무색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 인력의 부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25세 이상 인구 중 대졸이상 학력을 가진 여성이 32.1%로 나타났으며, 대학 진학률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인력의 부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임신이나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력단절 때문이다.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을 만한 경력을 갖추기에 출산과 육아는 아직 많은 여성들이 넘기 힘든 벽이다. 이와 같이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사 단행을 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조주은 입법조사관은 지난 4일 이슈와 논점에서 “간접차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하루 속히 마련돼야 한다”며 “여성고용률과 여성관리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도입돼 시행되고 있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실효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조사관은 “사회 전 분야에서 여성 관리자를 조직적으로 육성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의 도입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여성문화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정부위원회의 여성비율이 줄어들었다며 범 정부 차원에서 여성 관리자를 배출하기 힘들었던 원인을 진단하고 여성의 역량이 잘 발휘될 수 있는 부처의 업무를 파악해 적재적소에 여성이 중용될 수 있게 조율할 것”을 요구했다.

일․가정 양립 위한 ‘스마트 워크’ 필요성 제기

여성 임원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직장 여성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일․가정의 양립 문제다. 결혼 후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어 육아나 가사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면서 발생하는 경력단절로 인한 재취업 문제는 여성들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거리다.

또한, 재취업 후에도 경력의 단절로 인해 이전에 비해 직업의 안정성이나 임금 수준이 열악한 근무 여건의 일자리로 이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결혼 전 대기업에 근무했던 이모(35)씨는 “십년간의 사회생활이 결혼 후 잠시 쉬는 사이에 무용지물이 됐다”며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일과 결혼 사이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씨의 말에 따르면 여성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일을 해야 하는데 결혼을 했을 경우 중간에 육아 휴직 등으로 인해 경력에 공백이 생기고 휴직 기간이 끝나고 돌아오면 이미 승진 기회는 물 건너가는 일이 태반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경력단절 여성의 숙련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여성의 직업능력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산업대학, 폴리텍대학, 직업교육기관 등을 통해 다양한 커리큘럼과 프로그램 개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새로일하기센터를 확대해 직업상담, 다양한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 취업지원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이를 위해 여성훈련과정 및 새로일하기센터를 30개소씩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력단절 여성의 직업훈련과정을 내실화하고 단순 직업 교육이 아닌 전문직에 취업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한다. 커리큘럼과 프로그램은 다양하지만 여전히 전문성은 떨어진다. 교육 후 당장 취업하기에는 무리가 따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취업에도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직업훈련과정을 통해 취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주부 신모(33)씨는 “전문교육과정도 있다고는 하는데 대부분이 단순 직업 교육이거나 창업해야 하는 교육이 대부분이라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이 많지는 않는 것 같다”며 “좀 더 심층적인 교육을 통해 회사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약 박근혜 정부 역시 이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와 같이 허울뿐인 교육을 이어갈 뿐이다. 센터 운영과 교육비 지원 등으로 인해 세금만 낭비하는 꼴이 되는 셈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여성문화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새 정부는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행복하게 양립할 수 있는 기반을 확실히 만들어 놓겠다”며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이어 선진국의 여성 경제 활동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는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하다며 아직 50%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박 대통령은 정부의 확고한 실천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전 부처의 협력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 워크는 필요성을 제기하며 “(여성들이) 일일이 직장에 가지 않더라도 쉽게 일에 접근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삶의 질을 더 높이는데 IT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가를 고려할 때 아직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여성과 남성의 평균소득격차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대안 모색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박 당선인은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고 있다”며 “여성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부분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농어촌 등 취약지역에 여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당부하는 등 일과 가정,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여성들의 고충을 줄이기 위한 대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보육 예산 부족 완화 방안 찾기 나서

박 대통령의 공약 중 기대치와 논란이 가장 높았던 것이 바로 보육정책이다.

오는 3월부터 시작되는 무상보육정책에 따르면 가구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만0-5세는 유치원(만3-5세만 해당) 또는 어린이집을 다닐 경우 유아학비 및 보육료를 가정에서 양육하는 경우 양육수당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무상보육 정책이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사실상 중단된 바 있으며, 올해는 무상보육 대상이 만 5세까지 확대돼 재정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이미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는 예산 부족을 호소한 바 있다.

이에 지난 1월 31일 박 대통령은 전국 시도지사들과 만나 무상보육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의 완화와 취득세 감면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의 중앙정부 조전 등을 약속했다.

이날 시도지사들은 “지자체에서 무상보육의 범위를 넓히려 하니 재정에 부담이 있다”며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전국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은 중앙정부의 책임이 맞는 방향이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부담을 줄여보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해 앞으로 새정부가 무상보육 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될 예산 부족 문제와 관련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교육과학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무상보육과 관련해 보육․육아 교육의 관리 체계의 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유아교육과 보육의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은 시행하기 어렵지만 꼭 가야할 방향”이라며 “통합에 따른 국민들의 혼란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으며 통합을 우선하는 것보다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유치원 등 유아교육과 관련해서는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담당하고 어린이집 등 보육과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해 관리체계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박 대통령은 “(관리체계의 일원화는) 아무리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지만 사전 준비 없이 시행하면 부작용이 있다. 꼭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각 부처 간의 협력을 위해 평가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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