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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 속에서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김혜진 갈등관계 심리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7.09 16:47

[여성소비자신문]아마도 내가 아픈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얼마 전 발간한 ‘원래 관계란 어려운 거야’라는 책을 쓸 이유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갑자기 들이닥친 만성 통증과 심한 대상포진으로 모든 일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영혼의 어두운 밤을 헤매는 동안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책을 써내려 갔다.

몸과 마음이 아프니 위로가 될 만한 글을 찾게 되었고 여러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도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상담사, 교육자, 공무원 등 정말 많은 직책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동안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이유는 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갈등은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이 되기도 하고 과오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실 모든 관계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학 문제처럼 답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지만, 각각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때마다 다른 대처를 해야 한다. 그렇게 복잡하고 다양하기 그지없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울고 웃으면서 살아간다.

인생의 희로애락은 대부분 관계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살면서 맺게 되는 다양한 관계를 당당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맺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더 건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책을 쓰면서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 생각났고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조차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 역시 얼마나 미숙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대학 시절, 그림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치료를 전공했다. 그러다 보니 그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치료 효과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 바쁜 현대인에게 마음이 아플 때마다 매번 미술 전시회에 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심리학과 미술을 함께 공부한 만큼 두 분야의 장점을 살려 마음의 ‘쉼’과 영혼의 안식처를 마련해주는 그림을 많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마음이 너무 힘든 날,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다 보면 그림과 글 속에서나마 삶의 무거운 짐을 조금은 가볍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일 중독자로 주말도 없이 20대와 30대를 보낸 것 같다.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졸업과 동시에 내 앞에 무지개 같은 길만 펼쳐질 줄 알았지만, 사회에 나가 보니 예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이제는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허탈하던지….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이만큼 오래 알았으면 이제는 나를 이해하겠지 하는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오해들이 생겨났고 결국엔 삐거덕거리며 원치 않은 이별도 해야 했다. 반대로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던 사람들과 친해져 전혀 예상치 못하게 오랜 친구로 남았던 경우도 있다. 이런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면 정말 사람과의 관계는 오묘하고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편,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나는 다양한 일을 할 기회를 얻었고 현재 ‘갈등관계 심리 연구소’ 소장으로서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소통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을 때까지 외로움을 느끼다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동시에 그만큼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상처가 우리 자신을 보게 하고 상대방도 들여다보게 해 주는 역할을 하니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갈등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좋은 사람과 좋은 만남을 이어가기를 원한다. 자기 자신 또한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좋은 관계란 나와 상대방 중 어느 쪽에서부터 시작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에게 주어진 평생의 숙제이기도 하다.

어느 때는 좋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나를 만나서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을 때도 있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두고 논란이 분분한 것처럼 이 문제 역시 쉽게 답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어느 쪽에서 먼저 시작이 되든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우선 나 자신부터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누구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좋은 사람을 알아볼 눈이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결국 나의 내면에 빛이 있어야 사람을 통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굉장히 좋은 사람을 만나 정말 좋은 관계로 이끌어주고 깨달음을 주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드문 일이 아닌가 싶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휘둘리지 않으려면 나 자신부터 건강한 내면을 갖추고 당당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이 갖고 있는 알 수 없는 변수에 흔들리는 내가 되는 것보다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다져 상대방의 연약함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모든 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관계란 없다. 우리 모두 실수와 부족함을 깨닫고 서로 보듬어 가며 쌓아 올리는 것이 바로 관계일 것이다. 다만 그 관계를 좀 더 성숙하고 아름답게 쌓아 올린다면 좋은 인생의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누군가를 돕고 위로하고, 나 또한 위로받으면서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나는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것을 견디는 것이 무척 고되고 힘들지만 약을 먹을 때마다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다는 소망을 갖고 견뎌내고 있다. 무엇보다 정말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것은 주변에 좋은 지인들이 있어 많은 사랑과 위로를 받고 있고 그 관계 속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혜진 갈등관계 심리연구소 소장  rossoj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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