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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을래요"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 승인 2019.06.21 09:23

[여성소비자신문]내담자는 40대 초반의 여성으로 직장생활에서는 탁월함을 보이는 완벽을 추구하는 여성이었다. 남편은 자상하고 세심한 아내를 지극히 배려해주는 사람이었다. 둘은 성장과정에서부터 많은 차이점들이 있었지만 남편은 연애할 때부터 아내가 똑똑하고 자기중심적이지만 더 챙겨주고 보살펴주므로 결혼까지 할 수 있었다.

내담자는 세상 사람들을 ‘원숭이’라고 표현하며 어리석고 이기적이고 폭력적이고 치졸하다는 생각을 엄마를 보면서 생긴 관점이라고 말하였다. 엄마는 어린 시절에 내가 실수를 하거나 고집을 부리면 많이 혼내고 때리고, 옷을 벗겨서 대문 앞에 서 있도록 하였다고 고백하였다. 그때의 수치심과 부끄러움은 지금 생각해도 두렵고 치가 떨린다고 했다.

내담자의 엄마는 생존을 위하여 생활력이 부족한 아빠를 대신하여 공장에서 주간과 야간근무를 해야만 했었고 공장에서는 매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소진되어 집에 들어와 자녀를 돌보기는커녕 힘든 자신을 한탄하기 바빴다.

“엄마가 아버지와 싸우고 난리를 피우고 집을 나가면 동생이랑 나는 엄마를 찾아 헤맸다. 어두워서 안보이지만 엄마가 언덕 건너편에서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다가가 집에 가자고 했지만 엄마는 힘껏 큰 소리로 괴성을 지르면서 미칠 것 같은 지옥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 싫다고 했다. 엄마가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고 마치 동물이 포효하는 듯한 싸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와 엄마 사이의 연결이 그 때부터 끊어진 느낌을 져버릴 수 없었다. 나는 어린 나이에도 엄마의 이런 동물적인 광기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으로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의 일은 나 혼자 알아서 해야만 했다.

지금도 나는 나의 일에서는 누가 말하지 못하도록 완벽을 추구한다. 누구와 시간을 갖고 수다를 떠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며, 누구든 만났을 때는 최선을 다해 관심을 보이고 즐거운 시간을 갖지만 공간적으로 떨어지면 그 대상도 멀어져버린다. 혼자 있을 때는 우울하기보다는 왠지 공허함이 밀려온다. 그래서 나는 공허함을 느끼지 않게 위하여 일부러 스릴 넘치는 살인추리극영화만 본다”고 말한다.

내담자가 속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터득한 생존의 방식을 잘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담자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자상하고 배려깊은 사랑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결혼해서야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자상하고 세심하고 자기를 배려해주는 남자를 남편으로 선택하였다. 지속적인 상담과 남편과의 좋은 경험을 통해 이제 내담자는 사람은 동물적인 면도 있지만 따뜻하고 배려하고 우아하고 멋진 면도 있다는 것을 알아갔다.

이 여성은 1년간 해외로 출장가서 혼자 살게 되었는데 드디어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자유로운 세상을 만끽하고 일을 마치고는 요트 타기, 요가 하기, 해상 스포츠도 즐기며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남편으로부터 배려를 받은 관계에서 자신을 존중하고 공감해주는 타인들을 통해 이제야 삶은 아직도 살만하고 재미있고 가치가 있다는 것도 배우고 느끼고 알아갔다. 그러나 아직도 그녀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내 안의 표상에 자리 잡은 무서운 엄마, 포효하는 사자 같은 엄마, 불행한 엄마, 그런 엄마가 나는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나도 모르게 똑 같이 그런 엄마가 될까 두렵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 각인된 엄마의 이미지는 평생을 따라다닌다.

어머니, 아버지, 내담자와 함께하는 가족상담에서 엄마의 모진 인생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와, 어린 시절 딸의 상처들을 듣던 엄마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하여 딸에게 잘못되었다고 미안하다고 고백하는 순간에 딸은 마음을 열며 엄마를 안으면서 “엄마 괜찮아”, “엄마도 힘들었지” 하고 위로해 주는 아름다운 모습에 엄마와 딸은 눈물 범벅이 되었다.

내담자는 엄마가 이제는 불쌍하고 아버지도 그런 엄마와 살아줘서 고맙게 느껴지며, 엄마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하기로 했다. 내담자는 이제 엄마의 인생을 자기인생과 동일시하기보다는 좀 더 거리를 두고 분리해서 보기로 했다.

“엄마 인생의 짐은 엄마 것입니다. 저는 그저 딸입니다. 저는 엄마의 인생이 아니라 저의 인생을 살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말하자 엄마는 “그럼 그렇게 살아야지, 자랑스런 내 딸아 그래 너는 내 딸이야”라고 화답헀다. 이 같은 상담을 통해 수많은 가족들이 그동안의 많은 실수와 결핍들을 서로 채워주고 보듬어주면서 상처가 회복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kimhyeso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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