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여성 파워인터뷰
한국심리학회 조현섭 회장 "정신 질환 치료 위해 지역 사회 연계돼야""우리나라 치료 시스템 한계 있어...법제화 안 된 상담 자격이 문제"
한지안 기자 | 승인 2019.05.09 23:49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지난달 ‘연예계 마약 투약 사건’과 ‘안인득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며 정신 보건이 화제로 대두됐다. 이와 관련 (사)한국심리학회 조현섭회장(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은 “정신보건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치료 체계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여성소비자신문이 그를 만나 중독 환자 및 정신병 환자를 대하는 일선 심리상담 센터의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달 재계 인사들과 연예인들의 마약 중독 의혹 등이 잇따라 알려지며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마약 중독 외에도 도박·알콜·스마트폰·게임 등 중독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듯 한데, 이같은 중독의 원인은 무엇인가. 또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첫 번째로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다. 중독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일반인들과 다르게 뇌에 중독성을 요구하는 기저의 특성을 갖고 있다. 두 번째는 유전이다. 집안에 중독환자가 있으면 그 가족들도 중독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양육과정과 관련이 되어 있다. 우선은 부모님의 양육 형태다. 부모의 독재, 학대, 방치, 방임 등으로 초기 성장과정에서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중독환자가 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학습인데, 집에서 보고 배운 것을 그대로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가 집에 와서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게 된다. 네 번째로는 사회 문화적 요인이 있다. 사회에서 그 행위를 얼마나 허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음주문화가 외국과 달라 술을 마시는 시간이 길고 마시는 양도 많다. 도박도 마찬가지로 외국에 비해 종류가 훨씬 많다. 스마트 폰, 인터넷 등 미디어 중독도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 노출되기 쉽다. 알코올이나 도박 등 중독이 다른 나라에서 1~2% 발생한다면 우리나라는 5~6%고, 스마트 폰, 인터넷 중독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평균 2~3배 차이가 나는데, 저는 사회 문화적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다.

중독이 됐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많을 텐데, 이는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독환자의 주변 사람들은 '네가 의지가 박약한 탓'이라고 책망할 수 있는데, 실제로 중독자는 의지만으로는 중독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 사람의 현재 중독 수준이 어떠한지, 예를 들어 중독 이전단계인지, 중정도위험군인지, 고위험군인지, 완전히 중독된 상태인지에 대한 판단이 요구되고 그 진단 기준에 맞는 적절한 상담 등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중독이란 것에는 강박적인 욕구, 집착, 내성이 따라다닌다. 술의 양이 증가하고, 도박의 금액이 증가하고, 스마트 폰 이용 시간도 증가한다. 이를 갑자기 못하게 되면 불안, 불면, 우울 등 금단증상도 뒤따라오는데, 심각한 경우 정신과 증상도 나타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환청, 환시, 환촉, 환미 등이다.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맛을 모르게 되고, 후각이 약해지거나 판단력이 떨어져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된다. 중독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독은 재발되기가 쉬운데, 일반적으로는 술을 끊었던 사람이 다시 술을 마실 때 양을 조절해서 마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1~2년 술을 끊었더라도 순식간에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중독의 정의는 그것을 통해 환자의 일, 가정, 건강 등 모든 것을 잃어버렸는데도 이를 끊어 낼 수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절한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데, 이는 개인상담이나 집단 상담 등 다양하다. 특히 동기 강화가 중요하다. 보통 중독 환자들은 자신이 치료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거의 없다. 100명 중 한, 두 명 외에는 가족들이 데려오는 경우다. 스스로 치료의지가 없는 환자의 경우 동기 강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환자 특성에 맞춰 여러 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인지행동치료 등이 있다. 중독환자들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굉장히 취약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술, 도박, 게임 등으로 손을 뻗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에 더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재활치료다. 저는 약 30년 동안 중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간 가장 회복이 잘 된 케이스들은 이런 교육 후에 직업을 갖게 한 경우였다. 사회적 재활이 반드시 필요하다. 치료 후에 환자가 아무런 재활 없이 돌아가게 되면 재발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실은 그런 직업재활까지 동반되지 않으면 중독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또 필요한 것은 가족들이 상담치료를 꼭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이 건강하지 않으면 환자를 보살필 수 없는 탓이다. 또 중독환자의 가족들은 환자로 인해 심리적인 병을 얻게 되는데, 우리는 이를 ‘가족 병’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인 경우 자녀들은 가출 청소년이 되기 쉽고 폭언, 폭행 등으로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가족들도 중독자가 갖고 있는 특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공동 의존’이라 한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괜찮은 것 같더라도 외부에서 볼 때는 중독자와 비슷한 상태다. 중독자들은 대체적으로 나쁜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중독으로 인해 직장을 잃은 경우 동료들의 비난이나 험담에 대한 의심, 피해의식 등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가장 안 좋은 것 중의 하나는 충동성인데, 중독 환자들은 충동적으로 누군가와 싸우거나 때리면서 마찰을 빚게 된다. 문제는 가족들도 이 같은 특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눈치를 보고, 예민해지고. 즉 중독자 하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족들도 함께 상담을 받아서 건강해지는 것이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직업재활을 통해 중독에서 벗어나고 난 후에도 할 일이 있게 해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독 치료 체계가 잘 구축되어있는 편인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사안을 꼽아 달라.

“치료는 최소 3년 정도 걸리는데, 짧은 시간이 아님에도 치료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는 외래 센터만 존재하는데, 외래 센터의 기능은 지역 사회에서의 조기발견과 간단한 상담 정도다.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굉장히 다양한 시스템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가족과의 관계가 깨진 중독환자들을 모아 거주하게 하는 레지덴셜(거주형) 프로그램 등 병원 외에 지역사회 내에서의 치료 방법이다. 환자를 병원에 가둬놓고 무조건 감금시키는 것이 아니라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 알코올 중독자가 병원에 있느라 술을 사지 못한다면 그것은 ‘술을 보고도 사지 않는 것’이 아니지 않나. 외국에서는 환자의 건강이 굉장히 나쁘다거나 정신의 문제가 심각하다거나 타살의 위험이 있을 때만 입원시키고, 그 외에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치료 프로그램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 외에 외국에서는 중독자의 가족들을 위한 쉼터도 운영되는데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시설이 필요하고, ‘중간집’도 필요한 시설로 꼽을 수 있다. 중간집이란 중독자들끼리만 거주하는 주택을 말한다. 제가 은평구에 중간집을 만들었다.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고, 치료 공동체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공동체 생활을 해본 환자들만이 중간집으로 이동할 수 있다. 생활을 이어가게 하기 위한 규칙도 있다. 직업이 있는 사람은 일터로, 없는 사람은 직업 교육 센터나 학원 등으로 보내면서 매일 일정한 시간에 집을 나가고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보통 오전 9시에 나가 오후 8시에 귀가해 공동체 생활을 하도록 하고, 오후에 2시간 정도 환자들끼리 모여서 오늘 무엇을 했는지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갖게 한다. 또 중간집에 거주하는 환자들이 직업 재활 시스템과 연계할 수 있도록 했다. 제가 우리나라에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시스템을 마련했는데, 현재 일산 카프 외레 센터, 마포구 여성·남성 거주시설, 은평구 중간집, 일산 직업재활센터 이렇게 나누어서 원스탑 시스템으로 연계해 나가고 있다.

이 외에는 알코올중독자 자조 모임(A.A), 중독환자 가족들의 자조모임 등이 집중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최근 학회 차원에서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에 대응하신 바 있다. 피의자 안인득은 조현병 환자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최근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범죄가 여러 건 일어났으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선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일선의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는 외래시설만 있고 다른 필요한 시설들은 거의 없다. 사실 직업재활이 정말 중요한데 이는 전무하고, 상담시설만 있는 정도인데 상담사 처우가 나쁘다 보니 퀄리티 있는 직원들이 근무하지도 않고 시스템이 열악하다. 결국 악순환이다. 제도적으로 중독자 치료를 위한 시스템이 생겨야 한다. 또 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이들의 월급여가 보장이 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 한국 심리학회는 앞서 심리상담자격증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토론회를 열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의 얘기다. 민간 자격증이 7000여개에 달하는 상황에 전문가들은 일선 상담현장에 나서지 않으니 자격이 부족한 이들이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책임져서 오래 이끌어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담인력은 거의 전무하다고도 볼 수 있다. 정신보건 시설도 마찬가지다. 안인득씨 사건이 왜 생겼겠나. 환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탓이다. 정신보건센터가 200여 곳 있다고 하지만 이는 보건소 내에 두고 직원 1~2명이 일을 맡아서 처리하는 수준이다. 보건소장이 정신보건센터장이고, 보건소 직원들이 정신보건센터 직원으로 등록되어 있고. 열 명이 일한다면 두 세명만 외부인력인데 정통 상담인력이 배치된 것도 아니다. 환자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찾아가는 의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또 찾아가면 상담 장소가 없기도 하고. 보건소 공간이 없으니 방 하나 비워 놓고 환자들 여러 명이 모여 있어야만 한다. 이런 상황이니 상담소를 찾겠나. 지금 일부에서는 정신병 환자들을 굉장히 위험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체 정신병 환자 중 범죄 발생률은 0.54% 수준이다. 조현병 환자라도 약을 제때 먹고 상담을 받으면 학교를 다니거나 자격증을 따는 등, 일반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데, 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시스템의 문제는 중독 뿐 만이 아닌 것이다. 정신보건 센터는 더욱 열악하고, 아동 폭력 분야는 더욱 더 열악하다. 대부분 관심 있는 이들이 찾아가 자원봉사 수준으로 일하고 있을 뿐 자격증자가 아니다. 수도권은 조금 나은데 지방은 너무나 열악하다.”

-한국심리학회 회장으로서 앞으로의 포부 및 계획에 대해 말씀해달라.

“심리학회장으로서의 목표는 국민들이 제대로 된 심리 상담을 받게 하기 위해 심리상담 자격증을 법제화 하는 것이 일 순위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법은 이런 것이다. 외국에서는 상담을 하려면 적어도 ‘석사 이상의 교육을 받은 자로부터 소정의 트레이닝을 받은 자’의 자격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담사가 석사 이상의 자격을 갖추도록 하는 법령 없이 민간자격증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회에서는 적어도 석사, 나아가 박사 수준의 인력이 상담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민들이 학부부터 박사까지 심리학을 공부한 인력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의 상담센터에는 고급인력이 없다. 아닌 경우도 있겠으나 전반적으로는 그렇다는 의미다. 상담을 어떤 이들이 한다고 지정한 법이 없으니 서너 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받는 동사무소에서 발행하는 자격증을 가지고서도 개원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 문제다.

그 다음으로는 심리학의 대중화, 생활화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심리학적 이론들이 생활 속에서 응용 및 활용이 되고, 이를 통해 문제들이 해결되고 하는 방법과 내용이 알려지는 것에 신경을 쓰고자 한다. 이외에 심리학자 역량 강화, 직업 창출에 지원할 계획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지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