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코오롱생명과학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는 20일께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미국 현지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코오롱 티슈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로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개발했다. 다만 해당 제품은 현재 허가받은 성분과 다른 성분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식약처는 현지실사를 통해 인보사의 일부 성분이 개발 초기부터 신장세포였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6일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현지실사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20일께 인보사 개발사 미국 코오롱티슈진과 제조용 세포주 제조소인 우시엠텍, 세포은행 보관소인 피셔 등을 방문해 세포가 바뀌게 된 경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보사 '연골세포 아닌 신장세포' 논란, 종양 유발 가능 제기돼

코오롱은 세포은행에서 배양한 사람연골세포와 형질전환세포를 미국 기업 바이오릴라이언스와 중국 기업 우시앰텍에 보내 각각 미국 임상시험용, 국내 판매용 인보사를 생산해왔다. 우시앰텍의 인보사 생산 공장은 미국에 있다.

인보사는 무릎 골관절염 치료에 쓰는 의약품이다. 사람의 연골에서 추출한 '연골세포(HC)'가 담긴 1액과 세포를 빨리 증식시키는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가 담긴 2액을 3대1의 비율로 섞어 관절강 내에 주사한다.

인보사는 당초 이같은 구성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으나 최근 2액 세포가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것이 밝혀진 상태다. 식약처는 현장실사를 통해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성분이 달라진 사실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 들여다볼 예정이다.

식약처는 "2017년 3월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2액이)신장세포 임을 확인한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지실사를 통해 철저히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위탁생산업체(론자)가 지난 2017년 3월 인보사 1액과 2액의 생산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STR(유전자 염기서열반복검사) 위탁 검사를 했고, 2액이 사람 단일세포주(293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고 코오롱생명과학에 통지했다"고 알린 바 있다.

2년 전 론자측이 '인보사에 허가받지 않은 다른 성분이 들어갔다'며 인보사 2액이 신장세포임을 코오롱생명과학에 알렸다는 것이다. 식약처로부터 인보사 품목허가를 받기 4개월 전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상 재개 승인을 내줄 때까지 신약 허가 당시와 다른 세포 성분이 들어간 인보사에 대한 임상 3상을 중지할 것을 코오롱생명과학에 요구했다. 식약처도 세포가 바뀐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에 2액 주성분(연골세포)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그 과정을 입증하는 과학적인 근거 자료 등을 이달 14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식약처는 자체 시험검사 결과와 미국 현지실사 결과,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성분이 바뀐 사실을 인지한 시점,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중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가 나오는대로 행정처분 등을 내릴 예정이다.

식약처는 또 코오롱생명과학측 주장대로 2액 세포에 방사선을 쏘면 세포의 증식력 등이 제거되는지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된 인보사 제품을 미국에 보내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미국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종양 유발 세포가 확인됐다.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이 확인된 해당 세포가 종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GP2-293으로 밝혀진 탓이다. 현재까지 인보사를 투약 받은 환자는 3400여 명에 달한다.

앞서 식약처가 공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회 내부에서 "293세포에 바이러스가 삽입돼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식약처가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연골세포로 봤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가 간과됐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은 "세포 명칭만 '연골세포'에서 '293세포'로 바뀌었을 뿐 초기 개발 단계부터 전임상, 임상 1~3상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성분을 사용해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암유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하고 완벽한 방사선 조사로 종양원성(암 유발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입장이다.

코오롱 '늑장 대응' 논란에 "확인시간 필요했다" 주장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은 '늑장대응' 논란에도 휩싸인 상태다. 지난 2월 인보사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하고도 식약처에 뒤늦게 보고하고 이달 1일이 되어서야 판매중지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3월 4일 티슈진으로부터 이 내용을 전달받아 보름 뒤인 22일 식약처에 처음 보고했고 일주일 뒤인 29일 최종 결과를 보고했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이에 대해 "TC가 연골세포 아닌 ‘293유래세포’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유선으로 전달 받았다”며 "당시 시점은 시험 과정 및 데이터에 대한 검증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단계였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가 신뢰성 있는 정보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2월 말 미국 코오롱티슈진이 TC가 연골세포가 아닌 293유래세포일 가능성을 알게 됐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를 명확하게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는 게 코오롱측 설명이다.

시민단체 코오롱 수사·식약처 감사 필요

한편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코오롱 생명과학은 허위 작성된 자료에 대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약처에 대해서도 "인보사를 즉시 허가 취소하고 인보사 허가과정에 대해 특별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준현 정책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참여연대에서 개최된 '엉터리 허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규탄 및 검찰수사 촉구' 기자회견 당시 "제약사가 모른 것이 아니라 숨겼다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1액이 아니라 2액이 핵심기술"이라며 "최신기법 만이 아니라 핵형분석 만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기획팀장은 "코오롱은 처음 개발단계부터 이미 (연골세포가 아닌)293세포임을 알았다"며 "임상 3상에서 이중맹검을 통해 약의 효과를 판단하는데 충분히 생리식염수와 인보사가 육안으로 구분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식약처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의약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한 기관임에도, 인보사 같은 바이오의약품 신약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문제 당사자이기 때문에 인보사 허가를 취소해야 함에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오롱 "식약처 실사 통해 의혹 해소 할 것" 

한편 인보사 사태와 관련, 코오롱측은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지난 3일 공시한 사안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코오롱측은 "공시를 통해 알린 미국 FDA 공식 서신의 주요 내용은 임상 재개를 위해서 세포의 특성(Characterization)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며 " 종양과 관련된 임상 데이터, 회사가 종양원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사유 등에 대해서는 임상 중단(Clinical Hold)의 사유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 FDA의 요구 사항은 당사가 예상했던 범위 내에 있는 내용들"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자료를 제출하여 FDA로부터 임상재개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보사의 제2액이 신장유래세포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이달 예정되어 있는 식약처 실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만 설명했다.

이 가운데 관련 업계에선 식약처가 인보사의 허가취소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허가취소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솜방망이 식약처'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최근 모든 기관이 여론에 민감한 만큼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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