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9.12.12 목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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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양분도 주지만 독도 준다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 승인 2019.04.09 15:32

[여성소비자신문]우리에게 가족은 그냥 가족이 아니다. 가족안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오랜 세대를 통해서 공유하며 가족의 문화를 만든다. 문화는 세월 속에서 형성된 집단 무의식이 된다. 가족은 같은 집에 살면서 정서를 공유하는 영혼의 공동체다.

독일 심리치료사 헬링거에 의하면 가족안에서 비극적인 죽음이나 살인을 경험한 가족들은 정신분열이 발생하기도 한다. 부모들이 차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자녀들이 세대 전수로 그냥 떠맡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게 되는데 장점 뿐만 아이라 단점도 주게 된다. 정서적으로 황량한 부모는 자녀에게 충분한 애정과 사랑의 감정을 줄 수 없다. 폭력적인 부모나 알코올 중독자의 부모도 자신의 삶의 고통이나 분노가 자녀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자녀들은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좋은 양분도 받지만 독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자녀들이 사춘기 때부터 부모에게 반항하기 시작하고 분노와 증오로 부모를 거부하고 단절하기를 원한다.

자녀가 부모에 대한 책망과 분노는 부메랑처럼 되돌아와서 부부 관계와 자녀관계에서 다시 문제로 나타난다는 것을 독일의 심리치료사 헬링거는 말한다. 상담의 현장에서 만난 내담자도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저는 중학교 때까지는 아버지가 권위적이고 술을 드시면 폭언과 폭행을 하면서 엄마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것들을 보고 자랐어요. 그래서 엄마와 나는 많은 상처를 받았고 둘이는 밀착관계가 되어 엄마는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나에게 하며 하소연들을 들어야만 했어요. 엄마는 아빠에 대해 항상 나쁜 얘기만 해주고 그래서 저는 아빠가 차리리 빨리 없어지거나 죽기를 바랐어요. 어렸을 때는 가난했던 것이 상처가 되어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던 성격이었어요. 저는 제 감정은 숨기고 엄마의 감정에 눈치를 보고 아버지가 오늘은 무사히 잘 지나갈 것인가 항상 불안 불안했었어요. 저는 제가 무슨 감정을 갖는지 조차도 잘 모르고 감정을 잘 느끼지도 않으려고 했지요. 그래서 감정을 속이고 덮고 살게 되었고 말을 하게 되면 혼날 것 같아 아닌 척, 괜찮은 척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커서도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때도 쉽지 않았어요. 저는 대인관계에서도 소리를 크게 지르는 사람이나 화를 잘 내는 사람을 싫어하고 그 사람이랑은 이야기 조차 하기 싫어서 피하게 돼요. 아마 지금 내가 가장 힘들어 하고 있는 남편과의 관계도 아버지의 이런 화내고 폭언했던 모습과 겹쳐 보이기 때문에 더 힘든 것 같아요.”

아버지의 폭력에 엄마와 연합하여 동일시한 딸은 엄마의 삶에 대한 공감이며 동정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엄마가 받았던 아버지의 무시와 폭언들, 비참함까지도 딸은 함께 내면화하게 되므로 딸의 무의식 속에는 남자에 대한 표상이 부정적인 것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대인관계나 부부관계에서도 갈등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내담자는 자신도 엄마처럼 피해자 의식이 자라잡고 자존감이 떨어지며 자신의 감정을 억압한 체 성장하여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감정에 억압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그 감정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보다는 덮어두고 회피하기 쉽다.

그리고 자신이 왜 불편하고 속상한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부분 이런 내담자들은 엄마의 딸로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하여 엄마의 욕구나 감정, 원함에 맞추어야 했기에 자신의 진짜 감정이나 욕구는 억압한 채 괜찮다거나 내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성장하게 된다.

여기에 익숙하게 자란 내담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내 감정이나 내 욕구는 중요하지 않아’라고 생각하고 타인에게만 맞추려 하고, 갈등은 피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억압하게 된다.

타인에게 자기주장을 하는 것이 서툴러서 요구나 부탁을 잘 하지 못한다. 부부관계에서 부부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갈등상태가 지속되면 자녀가 배우자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위로와 안정을 요구하게 되면 자녀가 배우자를 대신하여 정서적으로 연합한다.

자녀는 자녀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자녀가 한쪽 부모를 대신해서 살려고 하는 것은 관계의 질서를 어기는 것이다. 자녀는 자신의 삶을 살 수 없고 불쌍한 엄마를 대신해 살려고 한다.

부모의 삶이 희생적이든, 가학적이든, 모두 그들의 몫이다. 부모에게 받은 짐, 부담감, 죄책감도 부모에게 돌려주고 부모와 부모의 삶을 존중해야한다. 그래야만 자신에게 세상을 준 것에 감사하며 자신의 삶도 감사함으로 살 수 있게 된다.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kimhyeso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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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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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사랑 2019-04-13 07:56:29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 천대윤 박사님의 <부부갈등 자녀갈등 가족갈등>(천대윤 지음) 책을 읽고 실천하셔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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